북극항로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 면적이 줄면서 열리고 있는 뱃길이다. 현재는 얼음이 녹는 여름철 3∼4개월만 상시 이용할 수 있다. 부산에서 러시아 쪽 북극해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가는 구간은 약 1만3000㎞, 수에즈 경유(약 2만㎞)보다 35% 짧다. 운항 기간도 30일에서 20일로 줄어든다. 2030년이면 연간 100일 이상 항해가 가능해지면서 상업적 이용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 물류업계 입장에선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각국의 북극항로 선점 경쟁이 치열하지만, 중국이 한 발 앞서 있다. 지난해 9월 하이제항운의 컨테이너선이 중국 남부 닝보항을 출항해 영국 펠릭스토항까지 20일 만에 도착하는 시범 운항에 성공했다. ‘시 레전드’ 선사는 이달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닝보∼북유럽 노선을 주 1회씩 8차례 상업 운항을 한다. 일본은 북극항로로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는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북극항로의 지정학적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북극항로에 관심을 보인 건 1999년 중국 쇄빙선과 북극 탐사에 참여하면서다. 이후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코리안 루트’ 계획을 국가 과제로 공식화했고,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 최초의 ‘북극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해 현대글로비스가 스웨덴 내빙선(耐氷船)을 빌려 나프타 4만4000t을 실어온 것을 시작으로, 2015년 CJ대한통운, 2016년 팬오션·SLK국보가 중량물을 실어 날랐다. 하지만 수지가 안 맞아 모두 단발성에 그쳤다.
국산 2758TEU급 컨테이너선인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 22일 부산신항을 출발, 러시아 북쪽 연안을 따라 유럽으로 향하는 시범 운항에 나섰다. 컨테이너선으론 첫 시도이고, 왕복 45일의 대장정이다. 이재명정부도 123개 국정과제에 ‘북극항로 개척’을 포함할 만큼 적극적이다. 이번 운항이 성공하면 정기 노선 개설을 추진할 방침이다. 리스크가 큰 극지 운항 경험과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두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북극항로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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