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위기 극복·조직개편 이유
간부 뺀 6급 이하만 소폭 추진
노조 “사상 초유의 반쪽 인사”
부단체장 부재 지자체도 발끈
추 지사 “예산 재조정이 먼저”
경기도가 재정 위기 극복과 조직개편을 이유로 올 하반기 정기인사를 내년 1월로 급작스럽게 연기하면서 도 안팎이 혼란에 빠져들었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예산 재조정과 사업 재구조화가 인사보다 선행돼야 한다”며 배수진을 쳤으나 도 공무원노동조합은 “사상 초유의 반쪽 인사”라며 투쟁을 예고했다.
25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 21일 오후 내부 공지를 통해 당초 8~9월 중 실시 예정이던 정기인사를 5개월 미룬다고 발표했다. 조직진단을 통해 유사·중복사업을 정비하고 부서 간 칸막이를 해소하는 조직개편을 먼저 진행한 뒤 인사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조직개편 전에 인사를 단행할 경우 단기간에 재배치가 되풀이되는 등 행정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2~5급 간부 인사는 전면 보류됐고 6급 이하만 결원 보충 차원에서 소폭 인사가 이뤄진다.
공직사회의 반응은 격앙돼 있다. 경기도청공무원노조와 대한민국공무원노조는 24일 도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기는 국회가 아닌 경기도”라며 “인사권은 권력이 아닌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노조는 간부 인사가 배제된 채 실무진만 이동하는 구조를 두고 “업무 부담과 조직 혼란을 하위 실무자들에게 떠넘기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단체협약상 인사제도 변경 시 사전 협의 의무가 있음에도 공지 1시간 전에 일방 통보된 점을 지적하며 추 지사의 공식 사과와 정기인사의 즉각 시행을 촉구했다.
이번 인사 보류의 파장은 일선 시·군과 도정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 파견 부단체장이 공석인 곳은 인구 90만의 성남을 비롯해 시흥, 광주, 이천, 양주, 가평, 포천 7개 시·군에 달한다. 집중호우와 폭염 등 재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자체 컨트롤타워인 부단체장 부재가 장기화하면서 지역 행정의 불안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도정 편의를 위해 기초지자체의 행정 공백을 방치하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성남시도 입장문을 내고 “공백이 장기화하면 의사결정과 현장대응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공직사회의 불만은 일률적 재정 구조조정 여파로 ‘제5차 환경보전계획’ 등 법률에 명시된 중장기 법정 의무계획 수립 용역마저 일괄 중단되면서 팽배하고 있다. 도 내부에선 단순 행사·용역과 필수 법정계획을 구분하지 않은 구조조정으로, 내년도 행정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추 지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인사 연기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는 “도 가계부를 인계받아 점검해 보니 용처가 정해진 기금까지 끌어 쓰고 채권 발행으로 빚만 쌓여 있는 상태”라고 운을 뗐다. 또 “부서 간 칸막이로 비슷한 사업이 중복되고 민간위탁으로 예산이 낭비된다”고 지적했다. 추 지사는 “사업 성과를 평가하고 필수 예산 중심으로 재조정 절차를 마칠 때까지 누구도 자리를 옮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노조가 전 조합원 연대 투쟁을 예고한 데다 도의회와의 예산 심의 협조, 시·군과의 신뢰 회복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하면서 민선 9기 경기도정 운용 역시 초반부터 거센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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