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익숙한 맛에 새로운 조합과 소비 방식을 더한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된장과 식혜 같은 전통 먹거리는 원재료와 제조법을 강조해 프리미엄 상품으로 다시 내놓는가 하면, 장수 과자를 그래놀라로 변신시키거나 방송에서 화제가 된 메뉴를 간편식으로 옮기는 식이다.
저당 제품부터 한 끼를 대신할 만큼 푸짐한 대용량 햄버거, 가을 간식빵과 추석 선물세트까지 소비자의 취향과 이용 상황을 세분화한 상품도 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장류 브랜드 해찬들의 프리미엄 라인업 ‘해찬들 옛장’을 선보이고 ‘옛장 된장’과 ‘옛장 고추장’을 출시했다.
‘옛 장맛의 지혜를 현대적 기술로 구현한 진짜 장’이라는 의미를 담은 제품이다. 별도 양념을 많이 더하지 않아도 깊은 감칠맛과 구수한 풍미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사각메주와 겹발효 등 자체 발효 기술을 적용해 전통 장 특유의 맛을 현대적으로 구현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이를 통해 프리미엄 장류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CJ제일제당은 국내 식품사업에서 기존 간판 제품에 새로운 맛과 콘셉트를 입히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식품사업 매출은 2조844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8% 증가했다. 회사는 국내 신제품 성과와 해외 만두·햇반 판매 확대 등이 성장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아워홈은 가수 이찬원이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선보여 우승한 ‘찬또배기 고기듬뿍 순대전골’을 간편식으로 출시했다.
제품에는 고기순대와 얼갈이, 버섯 등을 넣었다. 이찬원의 ‘진또배기’ 양념을 활용해 얼큰하고 깊은 국물 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550g 냉동 제품으로 아워홈몰 판매가는 정상가 기준 9980원이다.
단순히 방송 화제 메뉴 한 제품에 그치지 않는다. 아워홈은 ‘편스토랑’과 손잡고 야노시호의 매콤 닭갈비 마제소바, 김용빈의 대창 닭볶음탕, 이찬원의 도가니 육개장, 김재중의 나폴리식 갈비덮밥 등 출연자 메뉴를 잇달아 상품화하고 있다.
방송 콘텐츠의 인지도를 간편식 구매로 연결하는 ‘콘텐츠 커머스’ 전략을 이어가는 셈이다.
오리온은 과자 브랜드 ‘미쯔’와 그래놀라를 조합한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 미쯔 스모어’를 선보였다.
오트와 통밀, 국산 쌀로 만든 그래놀라에 미쯔와 마시멜로를 더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과자를 우유에 말아 먹는 이른바 ‘우유 말먹’이 인기를 끄는 점에 착안했다. 여기에 구운 마시멜로를 크래커 등과 함께 먹는 ‘스모어’ 콘셉트까지 접목했다.
1995년 출시된 미쯔를 30년 넘게 지나 새로운 식사·간식 형태로 확장한 셈이다. 우유에 말아 시리얼처럼 먹거나 요거트·아이스크림에 곁들이고 그대로 간식처럼 먹을 수도 있다.
오리온은 2018년 간편대용식 브랜드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를 출시한 뒤 ‘저당 카카오’, ‘저당 통보리’, ‘다이제’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왔다. 기존 인기 브랜드와 그래놀라를 결합하는 방식도 계속 넓히는 모습이다.
남양유업이 운영하는 백미당은 국내산 쌀과 엿기름으로 만든 ‘바른식혜’를 RTD(Ready To Drink·즉석음용음료) 제품으로 출시했다.
500mL 용량으로 백미당 전국 60개 매장에서 상시 판매하며 오는 10월까지 매장 음료 메뉴로도 운영할 예정이다.
백미당이 유제품이 아닌 제품을 RTD 형태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스크림과 우유, 커피 중심이던 브랜드 영역을 전통 음료까지 넓힌다는 의미가 있다.
전통 먹거리도 ‘옛것’ 자체보다 원재료와 간편성,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입혀 젊은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상품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가을을 겨냥해 포카치아와 패스트리를 중심으로 간식빵 신제품을 내놨다.
대표 제품인 ‘오지치즈 포테이토 포카치아’는 부드럽고 쫄깃한 포카치아에 베이컨과 웨지감자, 오지치즈 소스를 넣었다.
이와 함께 마늘 풍미와 새우를 더한 ‘감바스 포카치아’, 햄과 치즈를 말아 한입 크기로 만든 ‘한 입 햄치즈 패스트리’를 비롯해 ‘더블 초코 바게트’, ‘소시지&불고기 라우겐’, ‘올디스 타코 고로케’ 등도 신제품군에 포함됐다.
출출할 때 간단히 먹는 빵에서 벗어나 아침이나 가벼운 한 끼까지 겨냥한 ‘식사형 베이커리’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버거킹은 치킨과 소고기를 함께 넣은 대용량 햄버거 ‘몬스터 맥시멈’ 3종을 출시했다.
기존 ‘몬스터와퍼’의 치킨 패티를 닭다리살을 활용한 ‘치킨킹’ 패티로 바꾸고 직화로 구운 100% 순쇠고기 패티를 더했다.
쇠고기 패티 개수에 따라 ‘몬스터 맥시멈’, ‘몬스터 맥시멈 2’, ‘몬스터 맥시멈 3’으로 나뉘며 가장 큰 제품에는 치킨과 쇠고기를 합쳐 패티가 최대 4장 들어간다.
외식업계 한쪽에서 저당·저칼로리 수요가 커지는 것과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푸짐한 양과 강한 맛을 앞세운 제품이 여전히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디야커피는 추석을 앞두고 실속형과 프리미엄형으로 나눈 ‘추석 선물세트’ 2종을 내놨다.
‘이디야 블루 선물세트’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스페셜 아메리카노 등 아메리카노 스틱 2종, 커피믹스 2종과 바닐라 라떼 등 모두 5종을 담았다.
‘이디야 골드 선물세트’는 오리지널·스페셜·아이스 아메리카노 스틱에 유기농 올리브유 스틱과 유기농 레몬즙 스틱을 넣고 텀블러를 추가했다.
커피 브랜드의 명절 선물세트가 원두나 스틱커피 중심에서 건강·생활 관련 상품까지 넓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빽다방은 저당 사과워터젤리를 활용한 시즌 한정 메뉴 ‘사과젤리 과일스무디’ 3종을 출시했다.
복숭아·리치·청포도 스무디에 저당 사과워터젤리를 넣어 과일 풍미와 말랑한 젤리 식감을 동시에 살렸다.
최근 식품업계에서 ‘저당’은 음료나 디저트에만 머물지 않고 일상식 전반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삼립의 샐러드 브랜드 피그인더가든은 100g당 당류를 3g 이하로 설계한 ‘저당핏 샐러드’를 출시했고, 오뚜기도 식단관리 브랜드 ‘가뿐한끼’를 통해 저당 카레·짜장·비빔국수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단맛을 포기하기보다 당류 부담을 낮추면서 맛과 식감을 함께 챙기려는 ‘헬시플레저’ 수요가 제품 영역을 넓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의 최근 신제품 흐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결국 ‘익숙함의 재해석’이다.
된장과 식혜처럼 오래된 먹거리는 프리미엄 상품으로 다시 태어나고, 30년 넘은 과자는 아침식사용 그래놀라가 됐다. 방송에서 본 순대전골은 냉동 간편식으로 옮겨왔고, 달콤한 스무디에는 ‘저당’이라는 새로운 소비 기준이 붙었다.
완전히 새로운 맛을 내놓기보다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맛과 브랜드에 건강, 편의성, 재미와 프리미엄 같은 새로운 이유를 하나씩 더하는 경쟁이 식품 매대에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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