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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쪼갰는데 더 커진 당국의 예산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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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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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쪼개지니까 오히려 권한이 더 집중되더라고요. 흥미로운 행정학 연구 소재일 것 같아요.”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정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2개 부처로 분리된 첫해를 보내는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기존 기재부는 18년 만에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기획처)로 쪼개져 올해 1월 출범했다. 세종 공무원들은 경제정책 수립과 예산 편성 권한을 동시에 쥐고 있던 ‘공룡 부처’의 해체에 기대가 큰 듯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일선 부처에서 그 기대에 부응하는 평가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지민 사회부 기자
이지민 사회부 기자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건 기획처 내 예산실로의 권한 집중이다.

기재부에 쏠린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한다는 취지로 부처를 나눴는데, 결과는 ‘더 작아짐으로써 그들의 권한이 더 명쾌해졌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가 ‘흥미롭다’고 비꼰 이유도 이 지점이다.

다른 부처 공무원도 “예전에는 재경부 조직 안에 경제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총괄과가 있어 대책을 같이 만드는 개념이 있었는데, 이제는 재경부에서 아무리 어떤 방안을 만든다 한들 기획처 예산실에서 검토를 다시 하는 식이어서 최종 결정권이 오히려 예산실이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본인 부처의 장관까지 결재한 예산 항목을 예산실 주무관이 다 자른다는 비판이었다. 그는 “‘주무관이 감히 장관 결재 사항을 재검토한다’는 그런 꼰대식 발상이 아니다”라며 “‘그럴 거면 애초 장관까지 검토할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에서 생기는 반발심”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행정력 낭비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중복 행정이 난무한다는 점은 현장의 일관된 토로다.

특히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관급들 사이에서는 ‘시어머니가 두 명이 됐다’는 불만이 흔하다. 양 부처 간 헤게모니 다툼에 대응 및 보고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 재경부는 경제정책 차원에서 미래 비전을 마련하고, 기획처도 중장기 국가전력과 재정 운용 차원에서 미래 비전을 수립한다. 유사한 정책 자료를 요구해 일선 부처 입장에서는 기존 한 조직에 대응하던 일을 두 조직에 각각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하나의 강한 부처가 그냥 두 개의 강한 부처로 바뀌는 데 그쳤다”는 푸념은 그래서 일리 있다.

공무원들은 한참 불만을 토로하다가도 이내 “과도기에 나타나는 당연한 모습 아니겠느냐”고 덧붙인다.

혼선과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인 시기라는 의미다. 동시에 “정권 바뀌면 또 합쳐지는 수순일 것”이라는 비관도 공존한다.

비관의 끝에는 청와대가 예산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큰 권한에는 그만큼 큰 책임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소리일 수 있지만, ‘예산실의 권한을 누가 이길쏘냐’라는 물음에 합리적인 답이 될 수도 있다.

혹은 일선 부처에서 파견을 받아 별도 조직을 꾸릴 수도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대통령 직속 각종 위원회처럼 말이다.

이런저런 상상과 넋두리가 그리 재미있게 느껴지진 않는다. 대통령이 자주 강조하는 ‘공무원의 1시간은 5200만시간’이란 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 소중한 시간들이 부처 간 권한 다툼에 허비되고 있다면, 조직을 둘로 나눈 이유를 다시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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