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육상연맹·운영사 중 누가 별도 접수 허용했나…특혜 경위 규명 요구
마라톤동호회 회장 기자회견…1140명 사전접수 주도 세력 밝혀야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의 이름을 내건 천안 이봉주마라톤대회의 참가 접수 논란이 올해 1140명 별도 접수 문제를 넘어 지난해 대회 정원 초과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올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선착순 접수와 별도로 1140명의 참가 신청이 이메일을 통해 접수돼 운영사에서 등록 처리된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지난해에도 선착순 5000명을 모집한 대회에 실제 6000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2년 연속 참가자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천안지역 한 마라톤 동호회 회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1140명의 별도 접수가 누가 주도했고, 어떤 경로를 거쳐 등록까지 이뤄졌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지난해 정원을 1000명 이상 초과한 참가자 명단과 올해 별도 접수 명단을 비교하는 조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공식 접수가 시작된 지난달 31일 서버 접속 과정에서 일반 참가자들이 장시간 접수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일부 단체 참가자들이 공식 접수와 다른 경로를 통해 처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천안시체육회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일 홈페이지가 상당히 느리고 마비 상태에 가까웠다”며 “전년도까지 단체 접수를 이메일로 받은 사례가 있어 일부 마라톤 동호회와 직장 단체 등이 이메일로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체육회 측에 따르면 1140명은 특정 단일 단체가 일괄 취합해 전달한 것이 아니라 8개 이상의 마라톤 동호회와 직장 단체 등이 각각 이메일로 참가 신청을 했고, 운영대행사에서 이를 접수 처리했다.
문제는 올해 대회 홈페이지에는 단체 신청을 별도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안내가 있었는데도 일부 신청이 이메일을 통해 접수됐다는 점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대행사도 홈페이지의 관련 안내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접수 당일 민원 전화가 폭주하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단체 접수 문의에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안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결국 공식 접수 원칙과 다른 신청이 이메일을 통해 접수됐고, 대행사가 이를 등록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체육회 측은 당시 홈페이지를 통해 6170명이 접수된 상태에서 이메일 신청자 1140명까지 합쳐지면서 총 신청 인원이 7310명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당초 모집 정원인 7000명을 310명 초과한 셈이다.
이후 체육회와 육상연맹은 공식 접수 방식과 다른 경로로 접수된 1140명의 신청을 모두 무효 처리하고 사과했다.
다만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놓고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대행사가 홈페이지에 공지된 접수 원칙과 다른 방식으로 신청을 받아 등록한 경위와, 체육회 및 대회 주최 측의 관리·감독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을 연 동호회장은 “사과문에는 마치 전산 입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읽힐 수 있는 표현이 있다”며 “1140명의 명단이 실제 어느 시점에, 어떤 절차를 거쳐 등록됐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 일부 동호회 단체대화방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등을 공개하며 공식 접수 이전부터 일부 동호회를 대상으로 참가 희망자 명단이 취합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지난해 대회로도 이어진다.
천안시체육회는 지난해 제4회 천안 이봉주마라톤대회 참가자를 선착순 5000명 모집한다고 안내했다. 당시 접수는 시작 후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회 후 천안시가 배포한 자료에는 전국에서 6000여명의 마라토너가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집 정원보다 1000여명 많은 인원이 실제 대회에 참가한 셈이다.
이에 대해 체육회 측은 당시 접수 마감 시점에 홈페이지에 접속해 있던 참가자들까지 등록하는 과정에서 정원을 초과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연 동호회장은 “지난해 접수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마감됐는데 어떻게 1000명 이상이 추가 등록됐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추가 등록자와 올해 별도 접수 대상자를 비교해 유사한 방식의 문제가 반복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육회 측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접수 시스템 개선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선착순 모집에 따른 과열과 서버 지연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접수 기간 연장, 코스별 접수, 추첨제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앞으로 접수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체 참가 자체의 허용 여부가 아니다. 선착순 7000명이라는 공식 접수 원칙과 달리 1140명의 신청이 이메일을 통해 접수되고 운영사에서 등록까지 진행된 이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최 측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체육행사인 만큼 천안시와 체육회가 사과와 제도 개선에 그치지 않고, 1140명의 별도 접수가 어떤 판단과 관리 체계 속에서 가능했는지 명확히 밝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천안시체육회는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한 별도의 공식 입장문을 정리 중이며, 이날 중 언론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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