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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가느니 퇴사?…“세종은 혐오시설이 아닙니다” [100투더세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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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승주 기자 joo4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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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내려가면 퇴사하겠다는 불만 볼 때마다 그 마음이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세종 주민으로서 좀 착잡하죠. 세종이 무슨 혐오시설도 아니고.”

 

세종에 10년째 거주 중인 중앙부처 소속 40대 김모 과장은 최근 세종 이전 반대 움직임에 대해 씁쓸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해 서울 잔류를 최소화할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는 세종행이 거론되자 ‘차라리 퇴사’ 목소리가 나올 것 같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 과장은 “그 불안감을 왜 모르겠나. 살아온 기반을 버려야 하고 가족의 교육·직장 문제에 내 커리어까지 걱정이 태산일 것”이라며 “나 역시 10여 년 전 세종 이전 당시에 사표를 품고 고민했지만, 막상 부딪혀 보니 삶은 또 그에 맞춰 흘러가더라”라고 했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 옆 의사당대로에서 한국산업은행지부 등이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 옆 의사당대로에서 한국산업은행지부 등이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3명 중 1명은 반쪽정착…도마뱀도 나왔죠”

 

처음 정부청사가 과천에서 세종으로 이전하던 초창기 시절, 세종 정착률은 부진했다. 실제로 2014년 ‘혼자 이주’했거나 ‘이주하지 않고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 비율이 34%에 달했다. ‘반쪽짜리 정착’ 사례가 3명 중 1명에 달하는 셈이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원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세종시 공무원 이주계획 전수조사’ 결과다. 서울에 거주하며 세종으로 출퇴근하던 중앙부처 소속 50대 김모 실장은 “허허벌판에 공사도 한창 진행 중이라 먼지만 풀풀 날리는 데다, 제대로 된 음식점도 없어서 인근 공주나 대전까지 밥 먹으러 갈 정도였다”며 “심지어 청사에서 일하던 도중 책상 아래에서 도마뱀이 나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정주 여건이 잘 갖춰지지 않다 보니 가족과 함께 내려오기보다 나 홀로 출퇴근을 하거나 원룸 등에서 생활하며 주말부부를 택하는 이들이 상당했다.

 

2014년 기준 세종시 공무원 이주계획 전수조사. 김태원 전 의원실 제공
2014년 기준 세종시 공무원 이주계획 전수조사. 김태원 전 의원실 제공

“요즘 애들은 달라요”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다르다. 현장을 누비는 20~30대 주무관과 젊은 사무관(5급)들은 애초에 세종에 집을 매매하거나 전세로 구하는 등 정착한 경우가 대다수다. 한 30대 사무관은 “선배들이 아이 교육 때문에 서울에 살거나 강남으로 셔틀버스 태우는 것도 봤고, 그도 안 되면 대전으로 출퇴근하는 것도 많이 봤다”며 “요즘은 세종에서도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공부할 아이라면 어디에서든 잘 한다는 생각에 굳이 서울을 고집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세종도 불편한 점이 많지만 어느 정도 편의시설을 갖췄다고 보고 자연스럽게 정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행복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세종시 중 행복도시(공무원이 집적된 정부청사가 있는 구역)의 평균연령은 37세로 전국 평균(46.1세)보다 9세 정도 어리다.  

 

“세종만 돼도 좋겠어요.”

 

얼마 전 만난 한 공공기관 직원인 40대 김모 차장이 본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 공공기관은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 후보지로 영남권 혹은 호남권 혁신도시가 거론되던 상황이었다. 모두 서울과 거리가 너무 멀거나 정주 인구가 적어 인프라가 열악한 곳이어서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었다. 김 차장은 “우리는 정말 세종만 돼도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서울까지 KTX를 타면 한 시간이면 갈 수 있고 인프라도 다 갖춰져 있지 않나”라며 “그런데 우리처럼 작은 공공기관은 세종은 꿈도 못 꾸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도시에 이미 이전해 있는 공공기관 소속 50대 박모 부장은 “우리에게 세종은 서울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벗어나고 싶은 도시가, 누군가에게는 닿고 싶은 도시다.

 

2023년2월 세종시내를 달리는 BRT. 뉴시스
2023년2월 세종시내를 달리는 BRT. 뉴시스
 

“앞으로 더 좋아질 거예요”

 

물론 세종 주민들의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편의시설은 턱없이 부족한데 물가는 서울 뺨치게 비싸다. 교통망이 부족해 차가 없으면 운신의 폭이 넓지 못한 것도 아쉽다. 여기저기 상가 공실이 넘쳐나는데 정부부처를 수용할 공간은 부족해 민간 건물까지 세를 얻어 쓰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한 번 가려면 BRT를 타고 오송역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하지만 정부부처가 처음 내려오던 10여 년 전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 정말 편리한 도시의 면모로 탈바꿈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 변화가 주민들을 붙잡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처럼 ‘서울 초집중’ 문제 해결을 위한 지방이전도 마찬가지 아닐까.

 

세종의 편의시설과 물가, 교통 문제 등은 앞으로 하나씩 짚어볼 예정이다.

 

100투더세종…3편/투 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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