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보유국’ 인정 가능성 우려
한국 안보에 재앙… 반드시 저지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제 취재진 앞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연내에 만날 것이란 뜻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그(김정은)는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만들어 비축한 핵탄두가 57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 트럼프는 “나는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핵무기를 가진 북한에 대한 압박이 무의미하다는 의미로 해석돼 충격적이다. 러시아, 중국에 이어 미국마저 북한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간주할 것이란 우려를 낳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는 2025년 재집권 후 수차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불렀다. 그때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 비핵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나 미 언론은 이번에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에 예전보다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가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해 어디까지 양보할 의향이 있는지 김정은이 가늠하는 중”이란 의견도 나왔다. 한반도 정세가 말 그대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어제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핵탄두의) 정확한 수치를 말하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말한 57기가 과연 정확한지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문제는 우리 입장에서 북한의 핵무기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란 점이다. 미국은 자국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북한 핵능력을 관리하면 되지만, 우리는 다르다. 북한의 핵탄두가 실린 탄도미사일 자체가 남한을 사정권으로 둔다는 얘기다. 한국으로선 ‘북한 비핵화’와 자강능력 강화만이 안전을 보장할 유일무이한 방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을 대폭 축소키로 한 트럼프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미 간 대화 재개를 거쳐 한반도의 안정적 평화 체제 구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한·미 관계를 의식해 ‘경의를 표한다’ 같은 외교적 수사를 동원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더라도 미국에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 인정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설득해 북한 비핵화 원칙을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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