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이다. 동·서독으로 분단돼 있던 1976년 캐나다에서 열린 몬트리올 올림픽 때 동독은 40개, 서독도 10개의 금메달을 각각 땄다. 당시 대회 종합 우승은 금메달 49개를 수확한 소련(현 러시아)에게 돌아갔다. 독일이 통일 국가였다면 금메달 50개로 소련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을 것이다. 물론 자유주의 대 공산주의 간 체제 경쟁이 극심하던 시절임을 감안해야 한다. 동독은 각종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서독을 압도하고자 엘리트 체육 육성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1990년 통일 이후 독일의 올림픽 성적은 예전 같지 않다.
1930년대 아돌프 히틀러 총통 시절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패배의 아픔을 딛고 유럽 최강국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1936년 독일이 사상 처음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 히틀러는 이를 독일의 국운 융성을 만방에 과시하는 계기로 삼았다. 금메달 33개를 딴 독일은 미국(24개), 헝가리(10개), 이탈리아(8개)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관람을 위해 독일을 방문한 이들은 선수들의 체력은 물론이고 군사력을 비롯한 그 압도적 국력에 경외감을 느꼈다. 다만 올림픽의 ‘꽃’이라는 마라톤 금메달은 독일 등 유럽 국가가 아니고 멀리 아시아에서 온 손기정(1912∼2002) 선수에게 돌아갔다.
한국인들은 국보 또는 보물 하면 번호부터 떠올린다. 국보 1호는 숭례문, 보물 1호는 흥인지문 하는 식이다. 2021년 국보와 보물의 일련번호가 폐지되기 전 보물 904호로 지정된 국가유산은 뜻밖에도 한국이 아닌 고대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청동 투구다. 1936년 베를린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에게 수여된 부상(副賞)이다. 당시 그리스의 어느 언론사가 마라톤이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한 운동 종목이란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한 특별한 선물이라고 한다.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의 국가유산으로 등록됐다. 현재는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내 ‘손기정 기증 청동 투구’ 전시실에 보존돼 있다.
올해는 이 손기정 투구가 한국에 온 지 꼭 4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베를린 올림픽 당시 ‘기테이 손’(Kitei Son)이란 일본식 이름표를 달고 뛰어야 했던 손기정은 금메달을 땄음에도 투구를 받지 못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아마추어 정신을 내세워 “선수에게 메달 말고 다른 선물을 줘선 안 된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동 투구는 50년 가까이 독일의 한 박물관에 소장돼 있었다. 1986년 7월 독일(당시 서독) 올림픽위원회는 “손 선수와 베를린의 깊은 유대 관계를 감안해 투구를 원래 임자에게 돌려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1개월 뒤 베를린을 방문한 손기정이 투구를 수령했고, 그는 이를 곧장 국가에 기증했다. 청동 투구가 한국·독일 우정을 상징하는 유산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길 고대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친족 특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29/128/20260729519192.jpg
)
![[세계포럼] 참을 수 없는 국회의장의 가벼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04/128/20260204518473.jpg
)
![[세계타워] 정권 재창출로 가는 길](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1/128/20260211519104.jpg
)
![[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우리는 저마다 하나의 별이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29/128/20260729519152.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