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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 식품성분데이터, 아시아 표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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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의 사무실은 한국이 만든 반도체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세계의 식탁에는 한국의 농수산식품이 오른다. 올해 4월 한국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두 달 연속 800억달러를 넘어섰고,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를 떠받치는 반도체는 13개월 연속 월간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했다. 농수산식품 수출도 4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인 12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며 K-Food(K푸드)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상은 처음부터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반세기 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28달러로, 경제 규모는 필리핀·콜롬비아보다 작았다. 그랬던 한국은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 되며 원조를 제공하는 자리로 옮겨 섰고, 2024년 기준으로 1인당 GDP는 일본을 넘어섰다. 원조의 내용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자금과 설비를 보내주던 방식에서, 우리가 쌓아온 기술과 데이터 인프라를 나누는 협력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김병석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김병석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그 대표적 사례가 농촌진흥청이 추진하는 ‘아시아 식품성분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이다. 식품성분 데이터는 농업·보건·복지 정책을 잇는 가장 기초적인 공공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1968년 유니세프(UNICEF)·유엔식량농업기구(FAO)·세계보건기구(WHO)와 협정을 맺고 농진청 주관으로 시작한 ‘한국 응용영양사업’의 결실로 1970년 한국 최초의 ‘식품분석표’가 발간됐다. 당시 수록 식품 476점 대부분은 외국 자료에 의존해야 했다. 그 작은 출발점이 오늘날 식품 3366점·영양 성분 130종·약 30만건의 정보를 담은 ‘국가표준식품성분 데이터베이스(DB)’로 발전했고, 농진청은 2002년 FAO 국제식품성분데이터기구(INFOODS) 한국 대표기관으로 지정되며 국제 협력의 기반을 갖췄다.

이제 한국이 그 경험을 이웃과 나눌 차례다. 식품성분 DB 구축은 분석 장비와 표준화 역량, 장기 투자가 필요한 선진국형 사업이어서 아시아 여러 개발도상국에는 아직 중장기적 지원과 협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농진청은 2009년 출범한 한-아시아 농식품 기술협력 협의체(AFACI) 사업을 통해 2021~2024년 11개 회원국과 식품 923종, 16개 항목의 영양정보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분석 표준화 지침을 각국에 제공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FAO·INFOODS 국제 가이드라인에 맞춰 검증하며 표준운영절차서(SOP)까지 함께 다듬었다. 한국의 분석 표준이 11개국의 공통 기준이 된 것이다. 몽골·부탄·키르기스스탄은 이 사업으로 처음 자국 식품성분표를 갖게 됐고, 내년까지 회원국 데이터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성과는 필리핀 퀴리노주(州)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준공한 가공센터(Q-LiFE)에서 생강차·과일주스 등 20여 종의 가공품이 생산되고 있다. 농진청은 필리핀에서 분석한 영양성분 데이터를 검토해 영양표시 제작을 지원했고, 이 가공품들은 정식 상품으로 유통되며 현지 농가의 새 소득원으로 자리 잡았다.

1970년 외국 자료에 기대야 했던 식품분석표가 반세기 만에 아시아 11개국의 공통 기준이 되었다. 데이터가 쌓은 신뢰는 국경을 넘는다. 앞으로도 농진청은 데이터 기반 농식품 협력을 확대해 아시아의 식량안보와 국민 영양 증진에 기여해 나갈 것이다.

 

김병석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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