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주차 환자 749명…세균성 59.7%, 캄필로박터 최다
교차오염 막고 속까지 가열…혈변·고열 땐 지사제 주의
“저녁에 먹을 고기, 아침부터 싱크대에?”
아침에 냉동육을 꺼내 싱크대나 조리대 위에 둔 채 출근하는 경우가 있다. 퇴근할 때쯤이면 자연스럽게 녹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문제는 고기 안쪽보다 바깥쪽이 먼저 녹는다는 점이다. 중심부에는 얼음이 남아 있어도 겉면은 빠르게 따뜻해진다.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온도에 고기 표면이 수시간 노출될 수 있다.
냉동한다고 식중독균이 모두 죽는 것도 아니다. 낮은 온도에서는 미생물의 활동과 증식이 억제되지만, 해동되면서 온도가 오르면 다시 활동할 수 있다. 냄새가 나지 않고 색이 멀쩡하다고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최근 장관감염증 감시에서도 세균성 환자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23일 공개한 ‘2026년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 29주차’에 따르면 장관감염증 환자는 749명으로 전주 743명보다 6명 늘었다. 세균성이 59.7%, 바이러스성이 39.5%를 차지했다.
세균성 장관감염증 환자 가운데 캄필로박터균이 39.4%로 가장 많았다. 병원성대장균이 30.0%, 살모넬라균이 27.3%로 뒤를 이었다. 캄필로박터균 환자는 전주보다 26.6%, 살모넬라균 환자는 23.2% 증가했다. 749명은 표본감시 참여 의료기관에서 집계된 환자 수다.
◆속은 얼었는데 겉은 미지근…실온 해동의 함정
냉동육은 조리 전날 냉장실로 옮겨 천천히 녹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육즙이 다른 식품에 떨어지지 않도록 밀폐용기나 받침이 있는 용기에 담아 냉장고 아래쪽 칸에 둔다.
급하게 해동해야 한다면 고기를 물이 새지 않는 봉투에 밀봉한 뒤 찬물에 담근다. 물은 30분마다 갈아주고 해동이 끝나면 곧바로 조리한다.
전자레인지의 해동 기능을 이용했을 때도 바로 익혀야 한다. 해동 과정에서 일부 부위가 먼저 따뜻해지거나 익기 시작해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온도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물에 담가 녹이는 방법은 피해야 한다. 겉면은 빠르게 따뜻해지지만 안쪽은 계속 얼어 있는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 찬물을 사용할 때도 고기가 물에 직접 닿거나 육즙이 싱크대 주변으로 새지 않도록 반드시 밀봉한다.
실온에서 오랫동안 해동한 고기는 충분히 익힌다고 안전이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일부 세균이 증식 과정에서 만들어낸 독소는 가열해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
미국 농무부는 육류와 가금류 등 부패하기 쉬운 식품을 실온에 2시간 넘게 두지 말라고 권고한다. 주변 온도가 32℃를 넘는 환경에서는 기준이 1시간으로 짧아진다. 아침에 꺼내 저녁까지 둔 냉동육이라면 냄새를 맡거나 맛을 봐 상태를 확인하지 말고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조리할 때는 겉모양이나 육즙의 색만 보지 말고 중심부까지 익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육류와 가금류를 중심온도 75℃에서 1분 이상, 어패류는 85℃에서 1분 이상 가열하도록 권고한다.
특히 햄버거 패티와 떡갈비처럼 고기를 다진 음식은 표면에 있던 세균이 반죽 과정에서 안쪽까지 섞일 수 있다. 겉이 갈색으로 익었더라도 중심부 온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씻은 생닭에서 튄 물, 싱크대 넘어 채소까지
상한 음식만 피한다고 식중독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날고기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세균이 주변 음식이나 조리도구로 옮겨가는 교차오염도 주요 감염 경로다.
생닭이나 날고기를 다룬 칼과 도마를 씻지 않고 수박이나 채소를 손질하면 육류에 있던 균이 가열하지 않고 먹는 음식으로 옮겨갈 수 있다. 가능하면 칼과 도마를 육류용과 채소용으로 나눠 사용한다.
도마가 하나뿐이라면 채소나 과일처럼 익히지 않고 먹는 식재료를 먼저 손질하고 육류와 가금류를 마지막에 다룬다. 식재료가 바뀔 때마다 칼과 도마, 조리대를 세척해야 한다.
생닭을 수돗물에 씻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물줄기가 닭 표면에 부딪히면서 오염된 물방울이 싱크대와 조리대, 식기, 주변 음식으로 튈 수 있어서다. 생닭을 씻는다고 표면의 세균이 안전하게 제거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 농무부가 추적이 가능한 비병원성 대장균을 묻힌 닭고기로 진행한 조리 실험에서는 생닭을 씻은 참가자의 60%가 싱크대를 오염시켰다. 싱크대를 청소한 뒤에도 14%에서는 균이 남았고, 참가자의 26%는 균을 샐러드용 상추로 옮겼다.
생닭을 씻지 않은 참가자 가운데서도 31%가 상추를 오염시켰다. 닭을 씻을 때 튀는 물뿐 아니라 불충분한 손 씻기와 오염된 싱크대·조리도구도 교차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생닭은 물에 씻지 않고 바로 가열 조리한다. 손질을 마친 뒤에는 비누로 손을 충분히 씻고 싱크대와 조리대, 칼과 도마도 세척·소독해야 한다.
◆혈변·고열인데 지사제부터? 합병증 위험
설사가 시작됐다고 무조건 지사제부터 먹는 것도 피해야 한다. 모든 장염 환자에게 지사제가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혈변이나 고열이 있거나 시가독소 생성 대장균 감염이 의심될 땐 의료진과 상의 없이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로페라마이드와 같은 장운동 억제제는 장의 움직임을 늦춰 설사 횟수를 줄인다. 그러나 시가독소 생성 대장균 감염 환자가 복용하면 증상이 오래가거나 용혈요독증후군과 같은 합병증이 생길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용혈요독증후군이 발생하면 적혈구가 파괴되고 혈소판이 감소하며 신장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에게 비교적 흔하며 고령자와 면역력이 약한 사람도 감염이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크다.
항생제 역시 의사의 판단 없이 복용해서는 안 된다. 일부 중증 세균성 장관감염증에는 항생제가 필요하지만 시가독소 생성 대장균 감염에서는 항생제가 용혈요독증후군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원인균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 만큼 남은 항생제를 임의로 먹어서는 안 된다.
장염 치료의 기본은 설사와 구토로 손실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는 것이다. 경구수분보충액을 한꺼번에 들이켜기보다 조금씩 자주 마신다.
구토가 심해 물조차 마시기 어렵거나 소변량이 줄고 입안이 마르는 경우 일어설 때 어지럽다면 탈수를 의심해야 한다. 혈변이나 고열, 심한 복통이 동반되거나 설사가 사흘 이상 계속되면 지사제로 버티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냉동육을 어디에서 해동했는지, 생닭을 씻었는지, 날고기와 과일을 손질할 때 같은 도마를 썼는지가 한 끼의 안전을 가른다. 여름철에는 음식의 냄새와 색만 확인할 게 아니라 해동부터 손질, 가열까지 조리 과정 전체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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