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만 2채 가진 비율은 3.78%
4주택 이상 보유 주택 63.5%는 비아파트
“서울 아파트 부자인 줄 알았는데?”
‘다주택자’라고 하면 서울 고가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진 자산가를 떠올리기 쉽다. 통계는 달랐다. 2주택자의 절반은 보유한 두 채가 모두 지방에 있었다. 서울 아파트만 2채 가진 사람은 전체 2주택자의 3.78%에 그쳤다. 집이 많을수록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비중도 커졌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024년 11월 1일 기준 국내 주택 소유자는 1597만6000명이다. 이 가운데 주택을 2건 이상 소유한 사람은 237만7000명으로 14.9%를 차지했다. 개인 소유 주택은 1705만8000호였으며, 연구진은 이 중 505만호가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라고 분석했다.
유건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지난달 12일 대구 한국부동산원 본사에서 열린 2026년 한국주택학회 상반기 학술대회에서 ‘다주택자의 주택 소유 특성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국가데이터처 주택소유통계 마이크로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주택자의 보유 지역과 주택 유형, 가격, 면적을 나눠 살펴본 연구다.
분석에서는 주택 소재지를 서울과 경기 규제지역, 그 밖의 수도권, 지방으로 구분했다. 여기서 지방은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을 뜻한다.
◆2주택자 절반, 두 채 모두 지방
2024년 기준 2주택자는 191만418명이다. 이 가운데 두 채 모두 지방에 보유한 사람은 96만5132명으로 50.5%였다.
지방 아파트만 2채 가진 사람이 36만2234명으로 18.96%를 차지했다. 지방 아파트와 지방 비아파트를 한 채씩 보유한 사람은 35만6449명, 18.66%였다. 지방 비아파트만 2채 가진 사람도 24만6449명으로 12.90%에 달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만 2채 가진 사람은 7만2169명으로 전체 2주택자의 3.78%에 불과했다. 서울 아파트 1채와 서울 비아파트 1채를 보유한 비율도 2.97%였다.
3주택자도 큰 차이가 없었다. 전체 28만3001명 가운데 세 채 모두 지방에 보유한 사람은 14만61명으로 49.5%였다. 지방 아파트 1채와 지방 비아파트 2채를 가진 유형이 13.19%로 가장 많았다.
서울 아파트만 3채 보유한 사람은 5091명으로 전체 3주택자의 1.8%에 그쳤다. ‘다주택자’라고 해서 서울 아파트 여러 채를 가진 자산가로만 보는 통념과는 거리가 있는 수치다.
4주택 이상 보유자는 18만3628명이었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상 4건 보유자는 7만1062명, 5건 이상은 11만2566명이다. 보유 주택 수가 많아질수록 지방 주택과 비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
◆집 많을수록 아파트 비중 낮아져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505만호 가운데 비아파트는 231만호로 45.7%였다. 비아파트에는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주택과 비거주용 건물 안의 주택이 포함된다.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의 비아파트 비중은 33.9%였다. 4주택 이상 보유자가 가진 주택은 112만호였는데, 이 중 비아파트가 71만호로 63.5%에 달했다. 보유 주택이 늘어날수록 아파트보다 비아파트 비중이 높아진 셈이다.
한 채당 가격과 면적도 작아졌다. 1주택자가 가진 주택의 평균 공시가격은 4억8100만원, 평균 면적은 85㎡였다. 4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택은 한 채당 평균 공시가격이 1억5800만원, 평균 면적은 46㎡였다.
1억5800만원은 4주택 이상 보유자의 전체 부동산 자산이 아니라, 이들이 가진 주택 한 채의 평균 공시가격이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가운데 소형·저가 물건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공시가격은 실제 거래가격이나 시세와 차이가 날 수 있다.
◆서울 주택도 4채 이상 보유자는 80%가 비아파트
서울에 있는 주택만 떼어 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4주택 이상 보유자가 가진 서울 주택은 약 30만호였다. 이 가운데 아파트는 6만호, 비아파트는 24만호로 집계됐다. 비아파트 비중은 80.2%였다. 서울 주택을 여러 채 가진 사람도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와 단독·다가구주택을 많이 보유했다.
통계를 해석할 때는 소유자의 거주지와 주택 소재지를 구분해야 한다. ‘서울 거주 다주택자’는 소유자가 사는 곳을, ‘서울 소재 주택’은 보유한 집이 있는 곳을 기준으로 한 통계다. 두 기준을 섞으면 같은 수치도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4주택 이상 보유자의 전체 주택 가운데 서울 아파트는 13.4%, 서울 비아파트는 60.0%였다. 앞서 나온 80.2%는 소유자의 거주지와 관계없이 서울에 있는 주택만 추린 뒤, 그중 비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수치다.
◆일부 지분만 있어도 ‘소유 1건’
통계의 다주택자 기준도 살펴야 한다. 주택소유통계의 ‘소유물건수’는 지분율을 따지지 않는다. 본인 명의로 주택 1채를 갖고 있으면서 다른 주택의 일부 지분을 공동 소유하면 2건 소유자로 집계된다. 지분이 작다고 해서 소유물건수에서 빠지는 것은 아니다.
전체 개인 소유 주택 수는 소유 지분을 합산해 계산한다. 부부가 주택 한 채를 절반씩 공동 소유했다면 두 사람이 각각 1채씩 가진 것으로 세지 않고, 지분을 합쳐 1호로 집계한다. ‘다주택자 수’와 ‘개인 소유 주택 수’의 산정 방식이 다른 셈이다.
개인별 주택소유통계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법인,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이 포함되지 않는다. 오피스텔과 숙박업소 객실 등 ‘주택 이외의 거처’도 집계 대상에서 빠진다. 통계에 나타난 주택 수만으로 완전한 소유권이나 실제 자산 규모까지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몇 채인지보다 어떤 집인지 봐야”
연구진은 다주택자를 보유 주택 수만으로 묶는 정책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핵심지의 고가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진 사람과 지방의 소형주택이나 비아파트를 여러 채 가진 사람은 자산 구성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는 것이다.
유 연구원은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에는 서울 아파트보다 지방 주택과 비아파트가 많다며 지역과 주택 유형을 반영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획일적인 규제가 지방 주택 지원이나 비아파트 공급 확대 정책과 맞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연구진은 규제가 강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처분이 쉬운 지방 주택이나 비아파트가 먼저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우려했다. 수요가 약한 지역에 매물이 몰리면 서울보다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아파트 2채와 지방 소형 빌라 2채는 통계상 똑같은 ‘2주택’으로 묶인다. 하지만 가격과 면적,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같지는 않다. 주택 수만으로 다주택자를 한데 묶어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이번 연구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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