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나이로 항공기 조종사 자격 따
우주 비행사 도전… ‘여자’라서 좌절
2021년 82세 고령에 마침내 꿈 이뤄
‘최고령 여성 우주인’ 기록을 갖고 있는 미국인 월리 펑크 전 우주 비행사가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생전에 “디시 우주로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기에 지인을 비롯한 미국인들의 안타까움이 크다.
9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펑크는 이날 텍사스주(州) 그레이프바인의 자택에서 숨졌다. 정확한 사인이나 유족의 존재 여부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펑크는 1939년 뉴멕시코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비행기에 매료된 펑크는 청소년 시절 학교에서 기계공학을 배우고 싶었으나, 당시 사회 분위기상 여학생이 공학 수업을 듣기는 어려웠다. 이에 펑크는 남들보다 빨리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 비행 교육을 받았다. 19세이던 1958년 그는 마침내 항공기 조종사 면허를 취득했다.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머큐리 13’이란 이름 아래 여성 우주 비행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여기에 도전한 펑크는 남성들과 똑같은 체력 평가를 통과한 끝에 최종 합격자 13명 안에 들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머큐리 13 프로그램이 돌연 중단됐다. 나사는 현역 군인으로 복무 중인 남성으로 우주 비행사 자격을 제한했고, 펑크는 그들과 동등한 자격을 지녔음에도 우주에 갈 기회를 얻지 못했다.
실망한 펑크는 민간 항공사에 입사해 민항기를 모는 조종사가 되려 했으나 이마저 여성이란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그래도 펑크는 1971년 연방항공청(FAA)의 첫 여성 감사관이 되었다. 이어 1974년에는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첫 여성 항공안전 조사관으로 채용되며 ‘유리 천장’을 깼다. 펑크는 40대 후반이던 1985년 항공안전 조사관에서 은퇴한 뒤 FAA 안전 상담사로 임명됐다. 그때부터 수십년간 조종사 지망생들을 상대로 항공 안전에 관해 가르치는 교관으로 활동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62)는 2000년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을 설립했다. 그 블루오리진이 2021년 우주 관광 로켓 ‘뉴셰퍼드’의 첫 우주 여행을 실시하며 펑크를 ‘명예 승객’으로 위촉했다. 이에 펑크는 82세 나이로 베이조스 등과 함께 생애 첫 우주 비행을 경험할 수 있었다.
고령임에도 약 11분 동안의 우주 여행을 무사히 마친 펑크는 지구 귀환 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난 우주까지 올라가기 위해 오래도록 기다려왔다”며 “난 항상 강했고, 내 스스로 모든 것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주에 빨리 다시 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펑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뒤 블루오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인은 모든 의미에서 선구자였다”며 “우리가 고인의 여정에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재러드 아이작먼 나사 국장도 “고인은 언젠가 우주에 도달할 것이란 믿음을 멈추지 않았다”며 “고인의 열정, 인내심 그리고 모험 정신은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인들에게 계속 영감을 줄 것”이라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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