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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골퍼의 꿈 ‘홀인원의 비밀’…골프장 습격한 ‘AI 캐디’ [권준영의 머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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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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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인구는 정체인데 AI 캐디 시장은 ‘쑥’…거리보다 ‘데이터’ 읽는 시대
GPS·레이저·스마트폰까지 진화…거리측정기, 거리 재는 기계→골프 비서로
셀프 라운드 확산에 커지는 AI 장비 경쟁…프로 무대까지 번진 ‘데이터 골프’

“거리 142m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 한 마디는 캐디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손목 위 스마트워치와 손바닥만 한 레이저,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거리만 알려주던 측정기는 위성항법시스템(GPS)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품으며 코스 공략까지 돕는 ‘데이터 캐디’로 진화하고 있다.

 

물론 AI가 홀인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은 거리와 핀 위치, 고저차, 바람, 골퍼의 샷 데이터를 종합해 보다 높은 확률의 공략법을 제시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AI가 찾아주는 ‘홀인원의 비밀’은 결국 경험과 직관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과정에 가깝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세계 골프 시장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골프 GPS 기기 시장은 2025년 3억4630만 달러(약 4850억원)에서 2032년 7억8240만 달러(약 1조950억원)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12.3%에 달한다. 특히 시계형 GPS 워치는 연평균 13.6% 성장하며 시장 확대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 거리측정기 시장 역시 2025년 약 3억6778만 달러(약 5150억원)에서 2031년 5억3085만 달러(약 743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거리측정기의 경쟁은 단순한 ‘측정’이 아니라 AI와 데이터 분석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 골프 시장은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며 조정기에 들어섰다. 국내 골프 인구는 약 700만명 수준에서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전국 골프장 이용객도 2024년 4741만명에서 2025년 4641만명으로 2.1% 감소했다. 골프장들은 내장객 감소와 비용 부담이라는 과제에 직면했지만,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른 것이 데이터다. 골프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골프장 안의 ‘기술 경쟁’은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골프장의 운영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에 따르면 캐디를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캐디선택제’를 도입한 골프장은 올해 257곳으로 전국 골프장의 45.6%에 달한다. 캐디 인력난과 비용 부담이 맞물리면서 셀프 라운드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골퍼 스스로 코스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늘면서 데이터 기반 장비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과거 거리측정기의 경쟁력은 얼마나 정확하게 거리를 측정하느냐였다. 하지만 이제는 남은 거리뿐 아니라 실시간 핀 위치, 그린 언듈레이션(그린 표면의 높낮이 변화), 코스뷰, 벙커와 해저드까지의 거리, 고저차를 반영한 공략 거리, 풍향과 풍속, 클럽 추천 기능까지 제공한다. 라운드가 끝난 뒤에는 티샷 정확도와 그린 적중률, 비거리, 샷 궤적 등을 분석해 리포트까지 생성한다. 거리를 재던 기계는 이제 라운드 전략까지 설계하는 사실상 ‘골프 비서’가 됐다.

 

국내외 골프 업체들도 AI와 정밀 위치정보 기술을 앞세워 거리측정기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보이스캐디는 시계형 GPS 거리측정기 ‘T13 PRO’를 앞세워 실시간 핀 위치를 제공하는 오토핀(Auto Pin)과 코스뷰, 라운드 분석 기능 등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 320여 개 골프장에서 오토핀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시간 코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적인 플레이를 돕고 있다.

 

레이저 거리측정기 분야에서는 부쉬넬이 듀얼 OLED 디스플레이와 슬로프 보정 기능 등을 적용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골프 시장에서 대표적인 레이저 거리측정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거리측정기로 변신했다. 국내 골프 브랜드 R2G는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AI 거리측정기 ‘메이트 X’를 출시했다. 딥러닝 기반 핀 자동 인식 기술을 적용해 핀을 자동으로 찾아 거리를 측정하고, 전 세계 4만3000여 개 골프장의 야디지 데이터(홀과 핀까지의 거리, 코스 지형 정보를 담은 데이터)와 초정밀 GPS를 활용해 슬로프 공략 거리와 클럽 추천, 에이밍 가이드(샷 목표 방향을 알려주는 기능)까지 제공한다. AI가 거리 측정을 넘어 캐디가 제공하던 판단 영역까지 보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거리측정기의 진화는 프로 무대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R&A와 USGA는 경기 속도 향상을 위해 로컬룰을 통해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도 일부 대회에서 로컬룰 적용을 통해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도 연습 라운드에서는 거리측정기를 활용해 야디지북(홀별 거리, 지형, 장애물 등 코스 공략 정보를 기록한 자료)의 거리를 검증하고 경사도와 공략 데이터를 축적한다. 거리측정기는 더 이상 아마추어만의 장비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경기 운영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기술 경쟁력을 높이며 실적 회복에 나서고 있다. 보이스캐디를 운영하는 브이씨는 지난해 매출 468억9852만원으로 전년보다 6.3%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47억4164만원에서 14억8280만원으로 68.7% 줄였다. 골프 시장 둔화 속에서도 해외 사업 확대와 비용 효율화를 통해 체질 개선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골프는 오랫동안 ‘감각’과 ‘경험’의 스포츠로 불렸다. 어느 지점으로 공략할지, 어떤 클럽을 선택할지는 골퍼의 경험과 캐디의 코스 이해도가 좌우했다. 하지만 이제는 경험으로 쌓아온 판단의 영역에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더해지고 있다. AI와 GPS, 빅데이터는 필드의 새로운 의사결정 도구가 됐고, 캐디의 역할도 데이터를 활용해 코스 공략을 돕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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