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희소성 담긴 최상위 고급 브랜드
기술력·신뢰도 위에 장인적 감성 더해
도로서 강렬·경쾌한 가속 성능 보여줘
3t 넘는 중량 불구 주행에 어려움 없고
후륜 조향 기능 덕에 유턴 등 부담 덜어
제동 보조 등 세심한 안전 기능도 눈길
“마이바흐다, 마이바흐!”
메르세데스-벤츠의 프리미엄 브랜드 ‘마이바흐’는 기술적 성능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특별하게 인식되는 차량이다. 최근 마이바흐 EQS 680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타고 경북 경주에 갔을 때 인파가 몰린 관광지에서 마이바흐는 ‘슈퍼 스타’와 같은 주목을 받았다. 꽉 막힌 관광지 도로에 정차하자 길에서 ‘오, 마이바흐∼’라고 말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시승차의 특성상 선팅이 돼 있지 않은 터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차 안에서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는 건 불편하면서도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이 차의 특별함은 기계적 우수함과 최고급 라운지 같은 편안함, 기본 탑재된 최첨단 기능만이 아니었다. 마이바흐를 특별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인식이야말로 이 차의 브랜드 가치를 실감케 했다. 마이바흐는 어떻게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브랜드가 됐을까.
◆엔지니어 이름에서 초고급 브랜드로
마이바흐는 1846년 독일에서 태어난 천재 엔지니어 빌헬름 마이바흐에서 유래했다. 고틀리프 다임러와 함께 초기 내연기관 자동차 개발을 이끈 인물이다. 마이바흐는 마차에 엔진을 얹은 수준이던 자동차를 낮은 차체와 강철 프레임, 고성능 엔진을 갖춘 현대적 자동차로 발전시키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마이바흐가 1901년 설계한 ‘메르세데스 35hp’는 현대적 자동차의 차체 구조를 완성한 차로 평가받는다.
1909년 아들 카를 마이바흐와 항공기 엔진 제조 회사를 설립한 마이바흐는 1920년대부터 최고급 승용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수의 고객을 위한 고성능?고급 차량을 만들며 기술력과 희소성을 앞세운 초고급차로 명성을 얻었다. 1941년까지 생산한 차량 수는 약 1800대에 불과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용 엔진 생산에 집중했던 마이바흐사는 전후에 승용차 생산을 재개하지 못했고, 1960년 다임러-벤츠에 인수됐다.
한동안 자동차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마이바흐 브랜드가 다시 등장한 건 2002년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초고급 브랜드에 맞설 독립 브랜드로 부활시키면서였다. 하지만 기대만큼 입지가 커지지 않자 메르세데스-벤츠는 마이바흐를 별도 브랜드가 아닌 S클래스급의 최상위 라인으로 재편했고, 벤츠의 기술력과 브랜드 신뢰도 위에 마이바흐의 초고급 이미지와 장인적 감성을 더하는 전략을 택했다. 오늘날 마이바흐는 단순히 비싼 벤츠가 아니다. 초기 자동차 기술을 개척한 엔지니어의 이름에서 출발해 한때 독립 초고급차 브랜드로 명성을 얻었고, 지금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위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마이바흐라는 이름에는 자동차 기술 역사와 희소성이 담겨 있는 것이다.
◆강한 힘, 조용한 품격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브랜드의 첫 순수 전기차인 EQS 680 SUV는 전동화 시대에 마이바흐의 품격을 보여줬다. 운전자 의도에 즉각 반응하는 힘과 탑승자를 편안하게 감싸는 안락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일반 승용차에 익숙한 운전자에게 EQS 680 SUV의 가속 성능은 ‘도로 위의 우사인 볼트’를 떠올리게 할 만큼 강렬하고도 경쾌했다. 앞뒤가 탁 트인 고속도로에서 급가속하자 순식간에 전방을 향해 부드럽게 질주했다. 성능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거친 엔진음이나 가속을 억지로 끌어내는 듯한 저항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EQS 680 SUV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4초라고 한다.
이 차는 3t이 넘는 중량과 전장 5125㎜, 전폭 2035㎜의 크기를 지닌 대형 SUV지만, 붐비는 경주 관광지 골목을 다닐 때 차체가 커서 힘들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저속에서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회전 반경을 줄이는 후륜 조향 기능 덕분이었다. EQS 680 SUV는 최대 10도의 조향각을 지원해 좁은 길을 돌거나 유턴할 때 차체 크기에서 오는 부담을 덜어줬다.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부드러운 승차감과 외부 소음을 걸러낸 정숙성은 이름값처럼 뛰어났다.
◆세심함으로 완성한 럭셔리
가장 인상적인 것은 최고급 라운지 같은 안락함과 각종 편의성이었다. 마이바흐에 따라붙는 수식어 중 하나는 ‘쇼퍼 드리븐(chauffeur-driven)’이다. 기사가 운전하고 차주는 뒷좌석에 타는 차량을 의미한다. 그만큼 뒷좌석의 안락함과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4인승 옵션을 선택하면 뒷좌석 가운데 조작부와 냉장고를 탑재할 수 있고, 두 좌석 사이에 놓인 MBUX 태블릿 화면으로 좌석 위치와 실내 온도, 실내조명 색상 등 차량 환경을 조절할 수 있다. 전동식 등받이 조절 기능과 마사지 기능, 발 받침대, 머리 받침 쿠션, 좌석별 디스플레이까지 갖춰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가까운 공간을 만든다. 안전벨트를 매기 위해 손을 뻗으면 이러한 움직임을 인식해 안전벨트가 앞으로 자동으로 나와 손쉽게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안전 기능도 세심했다. 차간거리 유지와 차선 유지, 충돌 위험 경고·제동 보조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뿐 아니라 운전자의 졸음까지 감지하는 기능도 적용됐다. 시승 당시 순간적으로 눈이 감긴 적이 있었는데 그 순간 운전석 화면에 ‘졸음 감지’라는 문구가 뜨더니 사방에 경고음이 울렸다. 운전대 조작 상태뿐 아니라 센서가 운전자의 시선과 눈꺼풀 움직임을 감지했다.
일반 소비자로선 사실상 가격 외에는 뚜렷한 단점을 찾기 어려운 차량이지만, 굳이 불편함을 찾자면 내연기관차에 비해 1회 충전 주행거리(471㎞)가 짧다는 점이었다. 다만 순수 전기차 기준으로는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국내 판매가는 2억3500만원으로 각종 옵션을 더하면 3억원대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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