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에게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5년, 나머지 혐의에 8년을 더한 형량이다. 우리 사회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중형이다. 그 충격은 한학자 총재 한 사람뿐 아니라, 교단이 처한 현실을 가슴으로 견디고 있는 수많은 국내외 신도들 모두가 받았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가정연합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 역시 과거 공산정권 아래에서 억울한 옥고를 치른 역사가 있다. 시대와 체제는 다르지만, 종교지도자가 법정에 서는 순간일수록 사법은 더욱 엄격한 증거와 법리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 자유민주국가의 사법이 권위주의 체제와 구별돼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구형은 검찰의 소망일 뿐, 법원의 저울은 아니다. 최종적으로 유무죄와 형량을 결정하는 주체는 법원이다. 재판부는 검사의 주장과 변호인의 반박, 제출된 증거와 양형 사유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독립적으로 판단할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형사사법의 기본 원칙이다.
이번 사건에서 특검은 ‘정교유착’, ‘민주주의 훼손’, ‘최종 수혜자’, ‘최종 의사결정권자’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반복하며 사건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13년이라는 형량의 무게를 떠받치려면 증거의 밀도 역시 그만큼 치밀해야 한다. 특검은 화려한 형용사를 늘어놓았을 뿐, 결심공판에서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직접적인 증거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2년여 동안 특검과 검·경 등 수사기관은 가정연합을 상대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수차례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통신 분석, 그리고 수십 명에 이르는 관계자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이번 결심공판에서 한 총재가 정치자금 전달이나 김건희 여사 선물 제공을 직접 지시하거나 공모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특검은 한 총재를 ‘최종 의사결정권자’이자 ‘최종 수혜자’라고 규정하고 책임을 물었다. 이는 조직의 지위와 정황만을 가지고 범죄를 추론하는 전형적인 ‘포괄적 책임론’이다. 그러나 현대 형법은 구체적인 범죄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지, 그 사람의 ‘지위’나 ‘존재’ 자체를 단죄하지 않는다. 밑의 사람들이 행한 사건의 결과만을 두고 우두머리가 책임을 지라는 논리는 전근대적인 연좌제나 결과 책임론의 변형일뿐이다. 구체적 행위의 입증이 구차할 때, 권력은 언제나 거대 담론과 상징을 들고나와 형량을 부풀린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법 살인으로 꼽히는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의 재판이 정확히 그러했다. 당시 고발자 멜레토스는 소크라테스가 누구에게 어떤 해를 끼쳤는지, 어떤 법을 어겼는지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청년들을 타락시키고 아테네의 신을 믿지 않는다’는 거대하고 모호한 프레임을 씌웠다. 소크라테스라는 거인의 ‘존재’와 그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불편하다는 정황적 괘씸죄만으로 사형이라는 무리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특검의 구형 역시 구체적 행위보다 상징과 지위에 기대기 시작할 때 역사는 소크라테스 재판과 같은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범죄 행위를 엮을 직접 증거가 부족할 때, 수사기관은 ‘정교유착’이나 ‘민주주의 훼손’ 같은 추상적 거대 담론을 들고나와 피고인의 지위를 공격한다. 구체적 ‘행위’가 없어도 정황과 언행만으로 처벌할 수 있게 했던 프랑스 공포정치기의 ‘의심스러운 자들의 법(Law of Suspects)’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증거 없이 ‘지위와 정황상 범죄자가 아닐 수 없다’는 식의 사법은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의 칼날이 되기 쉽다. 사법의 역사에서 ‘의심’이 ‘입증’을 앞지를 때마다 어김없이 사법의 흑역사가 탄생했다.
한학자 총재를 둘러싼 평가는 앞으로도 엇갈릴 것이다. 누군가는 시대를 이끌어온 종교지도자로 기억할 것이고, 누군가는 비판의 대상으로 바라볼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세계 각국을 오가며 종교 간 화합과 지구촌 평화, 가정의 가치, 선민국가 한반도의 평화를 주제로 수많은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세계 지도자들과 교류해 온 그의 삶의 궤적 자체는 하나의 역사적 사실로 남아 있다.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그것은 증거와 법리에 근거해야 한다. 이날 결심공판에서 한 총재는 마지막 진술을 통해 “나는 평생을 하늘을 모시고 인류의 평화와 한 가족 실현을 위해 살아왔다”며 “돈으로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믿고 맡겼던 사람들로 인해 오늘과 같은 결과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이 사과하면서, 평화 세계를 위한 길을 계속 걸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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