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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펜 대타’ 기대 모은 극우 2인자, 르펜 출마 강행에 ‘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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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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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펜, ‘사법 리스크’에도 “대선 도전하겠다”
‘플랜B’ 지목된 바르델라, 그간 열심히 준비
르펜이 총리 약속했지만 실현 여부 ‘불투명’
BBC “기회 오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수도”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지도자 마린 르펜(57) 의원이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2027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강행키로 하면서 ‘2인자’ 조르당 바르델라(30) RN 의원의 입지가 애매해졌다. 앞서 르펜이 “나의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지면 바르델라가 대신 RN 후보기 돼야 한다”고 했던 약속이 물건너갔기 때문이다.

 

프랑스 극우 정당 RN의 ‘2인자’ 조르당 바르델라. AFP연합뉴스
프랑스 극우 정당 RN의 ‘2인자’ 조르당 바르델라. 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바르델라는 최근 지방의 한 유세 현장에서 취재진으로부터 “RN의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해 안도했나, 아니면 실망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바르델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둘 다 아니다”라고 답했다. 비록 그는 “마린이 RN을 대표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우린 전과 같이 손잡고 함께 일할 것”이라고 답했으나 열정이 다소 식은 듯한 태도는 감출 수 없었다.

 

공금 횡령 혐의로 기소된 르펜은 지난 7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0만유로(약 1억000만원), 피선거권 박탈 45개월 선고를 받았다. 프랑스 대선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피선거권 박탈이다. 앞서 1심은 피선거권 박탈 기간을 5년으로 정했고, 이것이 2심에서 그대로 유지되면 르펜은 대선 도전은 무산될 판이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피선거권 박탈 기간을 45개월로 줄이며 그중 30개월은 집행을 유예했다. 남은 15개월은 지난 2025년 3월 1심 선고 후 이미 기간을 충족한 상태다. 따라서 르펜은 2027년 4∼5월로 예정된 대선 도전이 가능해졌다.

 

프랑스 극우 정당 RN 지도자 마린 르펜이 지난 7일(현지시간) 공금 횡령 혐의에 대한 항소심의 유죄 선고 직후 방송에 출연해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2027년 대선 출마를 강행할 뜻을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극우 정당 RN 지도자 마린 르펜이 지난 7일(현지시간) 공금 횡령 혐의에 대한 항소심의 유죄 선고 직후 방송에 출연해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2027년 대선 출마를 강행할 뜻을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르펜은 2심 선고 직후 방송에 출연해 “나는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프랑스 국민이 투표의 자유를 되찾아 기쁘다”며 “피선거권 박탈은 심각한 민주주의적 문제로, 최종 결정권은 프랑스 국민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그 직후 바르델라는 대권 도전 포기 의사를 밝혔다.

 

형량이 줄긴 했으나 항소심에서 공금 횡령이 유죄로 인정된 것에 대해 르펜은 파기원(破棄院·우리 대법원 해당)에 상고할 뜻을 밝히며 “최종 판결 전까지 2심 판결의 효력은 정지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르펜이 대통령에 당선돼 임기를 개시한 뒤 파기원이 유죄를 확정하면 복잡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르펜은 ‘사법 리스크를 감안해 바르델라가 RN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는 진행자의 물음에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바르델라를 총리에 임명할 것”이라며 “우리는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로 나는 대통령, 바르델라는 총리 역할을 각각 준비해 왔다”고 답했다.

 

앞서 르펜은 바르델라에게 “나의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지면 당신이 RN의 대선 후보가 돼야 하는 만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극우 세력의 ‘플랜B’로 바르델라가 선택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바르델라는 그간 프랑스 국내에서는 물론 외국에 나가서도 마치 대권 주자처럼 행세하며 존재감을 높여 왔다. BBC는 최근 몇 개월 동안 바르델라의 언행은 대선 캠페인을 방불케 했다고 분석했다.

 

202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8일(현지시간) 지방 유세에 나선 극우 정당 RN 대선 후보 마린 르펜(왼쪽)이 동행한 RN ‘2인자’ 조르당 바르델라를 바라보고 있다. 환한 표정의 르펜과 달리 바르델라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다. 로이터연합뉴스
202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8일(현지시간) 지방 유세에 나선 극우 정당 RN 대선 후보 마린 르펜(왼쪽)이 동행한 RN ‘2인자’ 조르당 바르델라를 바라보고 있다. 환한 표정의 르펜과 달리 바르델라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르펜의 결심으로 바르델라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 르펜이 그에게 총리직을 약속했으나 이것이 이뤄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프랑스에서 총리는 의회(하원)의 신임에 의존하는데, RN은 하원 과반 의석에 턱없이 모자란다. 더욱이 다음 총선은 2029년에나 실시된다.

 

물론 르펜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이란 승부수를 띄울 수 있으나 RN의 총선 압승을 점치긴 힘들다. 르펜이 바르델라 총리 임명을 강행하며 하원 다수파 지지 없는 ‘소수당 정부’를 꾸릴 수도 있다. 이 경우 바르델라는 언제든 하원 불신임으로 총리직에서 쫓겨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BBC는 “프랑스 정치 제도의 작동 현실에 비춰 바르델라 총리 기용이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권 도전 포기로 프랑스 정가와 언론계의 관심에서 멀어진 바르델라는 어쩌면 다시 부상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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