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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 사이 ‘하늘 위 오아시스’ 샌프란시스코 공중정원 걸어보니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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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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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자연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여행②>

 

콘크리트 옥상의 대반전, 축구장 3개 크기 세일즈포스 파크

나무 600여그루·식물 1만6000본 자라는 거대한 수목원

153년 명물 케이블카 타면 가파른 언덕길도 가볍게 올라

노란색 명물 고카 타고 ‘수국 맛집’ 롬바드가 재미있게 즐겨

먼로 만나는 워싱턴 광장 공원 지나 노스비치 까지 볼거리 풍성

 

세일즈포스 타워(왼쪽) 등 초고층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
세일즈포스 타워(왼쪽) 등 초고층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시원한 야자수 그늘 아래 앉는다. 시선을 가득 채우는 선인장과 알로에는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하고, 선선한 바람은 세이지의 달콤한 허브 향을 실어오니 일상의 피로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고개를 들면 마천루가 하늘을 찌르고 발밑엔 붉고 노란 꽃들이 융단처럼 깔린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 고층 빌딩과 자연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사이좋게 어우러지니 빌딩의 계곡 사이 떠 있는 정원은 삶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쉼표를 선사한다.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소연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소연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소연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소연 기자

◆마천루와 자연의 공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바꾸어 놓은 세일즈포스 타워 옆, 높이 21m 세일즈포스 트랜짓 센터 4층 옥상에 오르면 뜻밖의 거대한 녹색 세상이 펼쳐진다. 2018년 낡은 트랜스베이 터미널을 철거하고 미국 서부 최대 규모의 복합 환승센터를 새로 지으면서 함께 설계된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다. 초고층 빌딩 사이에 만든 공중 정원이라니.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다. 시 당국은 새 터미널이 4개 블록에 걸치는 대규모 건물인 점에 착안, 옥상을 흉물스러운 콘크리트로 방치하지 않고 공원으로 꾸미기로 결정했다. 빌딩 밀도가 높은 금융지구의 고질적인 녹지 부족도 해결한 역발상 덕분에 공중정원이 열섬 현상 완화는 물론, 탄소를 흡수하는 도심 속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조감도. 홈페이지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조감도. 홈페이지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 산책로.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 산책로.

공원 규모는 축구장 3개 크기로 총면적 약 2만2000㎡에 달하고 직선 길이는 약 420m다. 13개 미니 보타니컬 정원으로 꾸민 파크는 나무 600여그루, 식물 1만6000여본이 자라 거대한 수목원을 방불케 한다. 미션 스트리트와 프레몬트 스트리트가 만나는 교차로 근처 세일즈포스 플라자에서 통유리 곤돌라를 타면 30초 만에 옥상 정원에 닿는다. 또 환승센터 내부 등 여러 곳에 진입로를 만들어 놓았다. 산책로를 한 바퀴 걷는 데 30분이면 충분하지만 볼거리가 많아 자꾸 발걸음이 멈춘다. 가장 재미있는 공간은 산책로를 따라 365m가량 길게 펼쳐진 바닥 분수. 센서가 아래층 환승센터 버스 데크의 진동을 감지, 버스가 드나들 때마다 물줄기가 마치 춤추듯 솟아올라 한낮의 열기를 식힌다.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 산책로와 바닥분수.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 산책로와 바닥분수.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 선인장.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 선인장.

나지막한 지중해 정원을 지나면 등장하는 사막 정원에선 묵직한 알로에 트리, 기둥처럼 솟은 산 페드로 선인장, 날카로운 용설란이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서쪽 반환점에 닿으며 공원의 분위기는 거대한 침엽수림으로 반전을 이룬다. 캘리포니아 상징 수종인 레드우드가 빽빽하게 자라니 신선한 피톤치드로 샤워를 하게 된다.

 

울창한 야자수 정원도 인기가 높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야자수 종인 칠레 와인 야자를 필두로 멕시코 블루 팜, 과달루페 팜이 이국적인 푸른 그늘을 드리운다. 또 공룡이 살던 선사시대부터 존재한 ‘살아있는 화석’ 몽키 퍼즐 트리, 수분을 저장하기 위해 몸통이 항아리처럼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좁은 잎 병나무 등 다양한 수목을 만난다.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 잔디 쉼터.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 잔디 쉼터.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 쉼터.
공중정원 세일즈포스 파크 쉼터.

테이블과 의자를 비치한 쉼터도 곳곳에 마련돼 방문객들은 세일즈포스 타워(61층·높이 326m) 등 마천루를 배경으로 책을 읽거나 커피 한잔을 즐기는 여유를 부린다. 출출함을 달래줄 간이매점, 로컬 맥주와 음료 등을 파는 비어 가든도 마련돼 산책의 즐거움을 더한다. 또 일광욕을 즐기는 잔디밭, 무료로 책을 빌리는 독서공간, 보드게임 테이블, 야외 원형 극장도 마련돼 있고 요가 클래스, 어린이 공예 워크숍, 라이브 콘서트, 야외 영화 상영 등 무료 프로그램도 매일 진행된다.

 

파웰-하이드 케이블카.
파웰-하이드 케이블카.

◆케이블카 타고 만나는 롬바드가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걸어서 여행하다 보면 뜻밖의 난관을 만난다. 건장한 사내도 힘들어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가파른 언덕길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케이블카를 타면 편하게 언덕길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안 산책로 엠바카데로를 걷다 북쪽 끝에서 만나는 피셔맨스 워프에서 8개 커브로 유명한 롬바드가를 찾아갈 때 아주 유용하다. 이름은 케이블카이지만 모양새는 유럽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트램과 비슷하다. 하지만 엔진, 모터, 배터리 없이 움직이는 점이 다르다. 작동 원리가 재밌다. ‘그립맨’으로 불리는 운전사가 레버를 당기면 그립이 도로 밑 얕은 터널에 매설된 강철 케이블을 움켜쥐어 차량이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케이블은 시속 15.3㎞의 일정한 속도로 24시간 움직인다.

 

파웰-하이드 케이블카.
파웰-하이드 케이블카.

이 시스템은 1873년 엔지니어 앤드루 핼리디가 고안한 세계 최초의 기계식 케이블 철도. 그는 가파른 언덕에서 마차를 끌던 말이 미끄러지는 사고를 목격한 뒤 이 방식을 개발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파웰-하이드, 파웰-메이슨, 캘리포니아 스트리트 등 3개 노선이 운행 중이다. 이 중 파웰-하이드 노선은 유니언 스퀘어와 피셔맨스 워프를 잇고, 롬바드가 정상부를 지나기 때문에 가장 인기가 높다.

 

롬바드가. 샌프란시스코 관광청 홈페이지
롬바드가. 샌프란시스코 관광청 홈페이지

 

 

롬바드가 수국.
롬바드가 수국.

메리타임 가든 안에 있는 파웰-하이드 터미널을 출발한 케이블카는 악명 높은 언덕길을 날렵하게 올라 10여분 만에 롬바드가 정류장에 여행자를 쏟아낸다. 이곳은 원래 경사 약 15도에 달하는 직선 도로였다. 1920년대 초에 보급된 자동차들은 엔진 힘이 부족해 이 언덕을 오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자 1922년 한 주민이 도로를 지그재그로 조성하자는 안을 제안했고, 도시 엔지니어 클라이드 힐리의 설계로 이듬해 한 블록(약 125m) 구간에 180도로 꺾이는 ‘U’ 자 형태의 아주 좁고 가파른 헤어핀 커브 8개가 조성됐다. 덕분에 경사도는 약 9도로 낮아졌다. 하강 시 제한 속도는 시속 8㎞여서 운전자들이 거북이처럼 도로를 내려가는 풍경에 절로 웃음이 난다. 롬바드가는 ‘수국 맛집’으로도 인기가 높다. 여름이면 도로를 따라 조성된 화단에서 보라, 파랑, 핑크 수국이 만발해 연간 20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고카로 롬바드가를 즐기는 여행자.
고카로 롬바드가를 즐기는 여행자.

 

 

롬바드가.
롬바드가.

샌프란시스코 명물 노란색 삼륜차 고카(GoCar)를 타고 롬바드가 탐험에 나선 여행자도 보인다. 고카는 아이들 장난감 차처럼 차체가 아주 아담해 롬바드가처럼 대형 관광버스로 갈 수 없는 골목 투어에서 안성맞춤이다. 고카는 내장된 GPS가 차량 위치를 인식, 주변 명소에 도착하면 오디오 가이드가 역사, 유래, 재미있는 농담 등을 자동으로 설명한다. 정해진 투어 루트를 따라가거나 자유여행을 할 수 있으며 고속도로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도로를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피셔맨스 워프나 유니언 스퀘어 지점 등에서 빌리면 된다.

 

워싱턴 광장 공원.
워싱턴 광장 공원.
워싱턴 광장 공원.
워싱턴 광장 공원.

◆맛집 몰려있는 노스비치

 

롬바드가를 걸어 내려가 두 블록 반을 지나면 콜럼버스 애비뉴로 이어진다. 바둑판 구조의 샌프란시스코 시가지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도로로, 북서쪽 피셔맨스 워프 인근 비치 스트리트와 남동쪽 트랜스아메리카 피라미드까지 연결된다. 이 거리를 따라 명소들이 몰려있어 천천히 걸으면서 여행하기 좋다.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워싱턴 광장 공원과 세인트 피터 앤드 폴 성당. 넓은 잔디와 거대한 나무들이 어우러진 공간은 아주 평화롭다. 여행자들은 잔디에 누워 낮잠을 즐기거나 가벼운 음식들을 펼쳐놓고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꼬마 아이는 힘든 줄도 모르고 강아지와 잔디밭을 뛰놀고 있다. 이곳은 1847년에 조성된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 중 하나다. 평화로운 모습과 달리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때 집을 잃은 시민 약 600명이 군용 텐트를 치고 공원에서 지냈다.

 

세인트 피터 앤드 폴 성당과 마릴린 먼로가 결혼 사진을 찍은 계단.
세인트 피터 앤드 폴 성당과 마릴린 먼로가 결혼 사진을 찍은 계단.
세인트 피터 앤드 폴 성당.
세인트 피터 앤드 폴 성당.

공원 북쪽에는 두 개의 높은 첨탑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세인트 피터 앤드 폴 성당이 서 있다. 원래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을 위해 세운 성당으로 최초 건물은 1906년 대지진으로 파괴됐고 현재 건물은 1924년 하얀색 고딕 양식으로 완공됐다. 성당 앞 계단이 아주 유명하다. 전설적인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와 배우 매릴린 먼로가 시청에서 결혼한 뒤 바로 이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을 맡은 영화 ‘더티 해리’에서도 배경으로 등장한다.

 

노스비치.
노스비치.

 

 

노스비치와 트랜스 아메리카 피라미드.
노스비치와 트랜스 아메리카 피라미드.

워싱턴 광장을 나서 다시 콜럼버스 애비뉴를 따라가면 초록, 흰색, 빨간색 줄무늬 이탈리아 국기로 가로등과 상점 차양막 등을 도색한 노스비치 거리를 만난다. ‘리틀 이탈리아’로 불리는 이곳은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어부와 이민자들이 대거 정착하면서 형성됐다. 노스비치에는 맛집들이 몰려있다. 1956년 개업한 카페 트리에스테는 미국 서부 해안에서 처음으로 에스프레소를 선보인 카페로 알려져 있다. 또 피자 장인 토니 제미냐니가 운영하는 토니스 피자 나폴레타나, 이탈리-아메리칸 요리의 정수를 맛보는 오리지널 조스, 정통 토스카나 메뉴를 선보이는 노스 비치 레스토랑도 이곳을 대표한다. 워싱턴 광장 옆 마마스에선 칠면조, 햄, 치즈를 달걀물에 적셔 바삭하게 구워내는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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