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아이브 스타트업도 피고 명단에…업계에 적잖은 파장
인공지능(AI) 동맹으로 평가받던 애플과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다.
AI 경쟁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로 확산하는 가운데 양사의 법정 공방은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연방 북부지법에 오픈AI와 오픈AI로 자리를 옮긴 전직 애플 임직원 2명 등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등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소장에서 아이폰·애플워치 제품 디자인 담당 부사장을 지낸 탕 유 탄 오픈AI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와 애플에서 8년간 선임 시스템 전기 엔지니어로 근무한 창 리우가 내부 기밀 정보를 빼돌린 뒤 오픈AI로 이직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에 따르면 창 리우는 지난 1월 오픈AI에 합류한 뒤에도 업무용 노트북을 반납하지 않은 채 인증 취약점을 악용해 내부 저장소에 접속, 미공개 제품 정보와 회로기판 설계·제조 관련 기밀 파일 수십 건을 내려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탄 CHO 역시 퇴사 전 공급망 자료와 업계 동향 문서를 개인 이메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애플은 이 과정에서 자사가 수십 년간 수천억 달러를 투자해 개발한 아이폰·애플워치·맥북의 하드웨어 설계와 제조 공정, 공급망 전략 등 핵심 지식재산권(IP)이 오픈AI 측에 무단 유출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탄 CHO가 오픈AI 채용 과정에서 애플 재직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묻거나 실물 부품을 가져와 보여달라고 요구했으며, 오픈AI 입사가 결정된 직원들에게는 이직 사실을 숨긴 채 최대한 오래 애플에 남아 있으라고 지시했다고 소장에 적시했다.
또한 협력사에 접근해 애플의 승인을 받은 것처럼 행세하며 금속 마감 기술 등 기밀 정보를 확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소장에서 오픈AI의 하드웨어 사업 자체가 자사 영업비밀을 토대로 구축됐다며 “오픈AI가 이제 갓 시작한 하드웨어 사업은 불법적으로 훔친 영업비밀에 의존해 그 핵심부터 썩은 불안정한 기반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애플은 오픈AI와의 이번 분쟁을 법정 밖에서 해결하기 위해 오픈AI 측에 관련 활동을 중단하고 모든 기밀 자료를 폐기하라고 요청했으나 답변받지 못해 결국 소송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들이 취득한 영업비밀의 사용 중단과 폐기,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명령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애플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오픈AI는 차기 하드웨어 기기에 애플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도록 제품 디자인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애플의 이번 소송 피고에는 아이폰과 맥북, 아이맥 등 애플을 상징하는 디자인을 총괄했던 조니 아이브 전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가 설립한 기업 'io'도 포함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오픈AI에 인수됐다.
애플과 오픈AI는 지난 2024년까지만 해도 애플이 새로 선보이는 ‘애플 인텔리전스’에 챗GPT 모델을 통합하기로 하는 등 돈독한 관계였다.
그러나 이후 애플은 음성비서 ‘시리’에 사용할 AI 모델로 구글의 ‘제미나이’를 낙점했고, 오픈AI가 조니 아이브의 스타트업 ‘io’를 인수해 자체 AI 기기 개발에 나서면서 양사의 협력 관계는 경쟁 구도로 바뀌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후 양사는 인재·기술 확보 과정에서 갈등을 보여왔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오픈AI와 애플 사이에서 하드웨어 시장을 놓고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오픈AI는 이번 소송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오픈AI도 애플이 아이폰 등에 챗GPT 기능을 부각하는 등 통합 노력에 소홀했다고 판단해 소송 제기를 검토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5월 보도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AI 기업 간 인재 확보 경쟁을 넘어 차세대 AI 기기 시장의 주도권 경쟁으로 확산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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