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 등 행위, 피해자 명예 훼손 정도여야
A씨처럼 업무 시간 전 연락이 직장 내 괴롭힘인지를 다투는 재판이 2021년 있었다. 당시 근로자 B씨는 근무시간이 아닌 오전 6시26분에 상사가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를 포함한 업무 관련 사항을 전달해 압박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피해를 주장한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상사가 지위를 이용해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B씨가 받은 카카오톡 연락은 업무 관련 기사 링크와 보도자료로 이를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비록 연락 시간이 근무시간 전이기는 하나 인터넷 기사의 특수성, 신속한 보도자료의 필요성 등을 비춰볼 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괴롭혔다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당사자가 ‘폭언’이라고 주장한 경우도 법원에서는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2022년 선고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례를 보면 대학 의료원의 권역 외상센터에서 한 간호사가 상급 간호사로부터 교육 중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폭언이 아니라고 봤다. 이 역시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외상센터가 급박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일터라는 점을 참작했다. 간호사 직무 역시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다. 재판부는 “교육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재량으로 원고에게 지시할 수 있고, 간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가르쳐야 하는 지위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언행이 원고에 대한 폭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및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규정이 2019년 만들어져 그해 7월부터 시행됐다. 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서 법원에서 괴롭힘이 인정된 경우와 아닌 경우를 소개했다. 조사 단계별, 판단요건별, 행동유형별로 제시됐는데 노동부는 폭언이라 여겨지는 경우에도 여러 요건이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폭언, 욕설, 험담 등 언어적 행위’는 제3자에게 전파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정도라 판단돼야 하고,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행위어야 한다. 또 지속적인 폭언 및 욕설은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어 업무 범위여도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
개인적인 심부름도 괴롭힘이 될 수 있다. 노동부는 “인간관계에서 용인될 수 있는 부탁 수준을 넘어 행해지는 사적 용무지시는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 행위이므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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