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185만원·KB 420만원…목표가 235만원 차이
공모가 149달러 제시…본주 환산가보다 3.1% 높아
“물타기를 할까.”
방송인 미자가 275만원에 산 SK하이닉스 주식이 시간외 거래에서 203만원대까지 밀리자 SNS에 남긴 말이다.
지난달 25일 298만7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이달 들어 210만원대까지 내려왔다. 200만원 선이 위협받자 온라인 투자 게시판에는 고점 매수자들의 손실담이 이어졌다.
분위기는 9일 하루 만에 바뀌었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1만원(5.30%) 오른 218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227만원까지 오르며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앞둔 기대감을 반영했다.
주가는 반등했지만 증권가의 시각차는 더 커졌다.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85만원으로 제시했다. 반면 KB증권은 420만원을 내놨다. 두 증권사 목표가 차이만 235만원이다.
대신증권은 390만원을 제시했고, NH투자증권은 410만원, IBK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각각 400만원을 내놨다. 같은 종목을 두고 185만원과 420만원이 동시에 나온 셈이다.
◆“빨간색 보고 샀는데”…손실도 밈이 됐다
주가가 크게 흔들리자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담은 온라인 밈으로 번졌다. 투자 커뮤니티에는 “주식 아직 안 뜯은 새 건데 반품해 달라”, “빨간색 보고 샀는데 왜 파란색이 왔냐”는 식의 패러디가 올라왔다.
미자도 자신의 SNS에서 “평단 275만원인 저를 보며 힘내라”, “손해가 심해서 빼지도 못 한다”, “물타기를 할까”라고 털어놨다. 그는 SK하이닉스 매수 뒤 주가가 떨어지자 스스로를 ‘고점 판독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AI 반도체 대표주로 꼽히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그래서 조정 폭도 더 크게 받아들여졌다. 단순히 한 종목이 쉬어가는 수준이 아니라, AI 반도체 랠리 자체가 계속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따라붙었다.
◆BNK 185만원…“AI 투자 속도 둔화 우려”
가장 보수적인 전망은 BNK투자증권에서 나왔다.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보유’로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185만원으로 잡았다. 9일 종가 218만6000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서버용 D램과 기업용 SSD가 아직 공급 부족 상태라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경쟁적인 인프라 투자가 예전 속도로 계속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핵심은 내년 설비투자다. 메모리와 CPU 가격 상승, 에이전트 AI 신모델의 사양 상향을 감안하면 30~40% 이상의 설비투자 증가가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투자 속도가 늦어지면 현재 주가에 반영된 실적 기대와 실제 수요 사이에 간격이 생긴다. BNK투자증권은 최근 주가 급락이 수요 둔화를 반영한 움직임이며, 연말 이후 실적 모멘텀도 약해질 수 있다고 봤다.
◆KB 420만원…“ADR 상장 뒤 재평가 가능”
반대쪽 숫자는 전혀 다르다. KB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20만원으로 제시했다. BNK투자증권 목표가보다 235만원 높다.
KB증권은 ADR 상장 효과에 무게를 뒀다. 강다현 KB증권 연구원은 1997년 10월 미국에 ADR을 상장한 TSMC 사례를 들며, 글로벌 투자자 저변이 넓어지면 본주 대비 프리미엄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SK하이닉스도 미국 ADR과 한국 본주 사이에서 재평가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주식의 희소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논리다.
HBM 가격 전망도 낙관론의 근거다. KB증권은 내년 메모리 공급 부족이 올해보다 심해질 가능성이 높고, HBM 가격도 범용 D램과의 수익성 격차를 고려하면 전년보다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모가 149달러 제시…알리바바 넘나
첫 시험대는 나스닥이다. SK하이닉스 ADR은 10일 미국 나스닥 글로벌셀렉트마켓에서 임시 종목명 ‘SKHYV’로 거래를 시작한다.
미국 정규장 개장 시각은 동부시간 오전 9시30분이다. 한국시간으로는 10일 밤 10시30분이다. 13일부터는 정식 티커 ‘SKHY’로 정규 거래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발행 규모는 보통주 기준 최대 1779만주다. 보통주 1주가 ADR 10주에 해당해 ADR 기준으로는 1억7790만주다. ADR 1주는 SK하이닉스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은 SK하이닉스 ADR 공모가가 주당 149달러로 제시됐다고 전했다. 이는 9일 국내 증시 종가 218만6000원을 ADR 기준으로 환산한 가격보다 약 3.1% 높은 수준이다.
149달러가 그대로 적용되면 총 조달 규모는 약 265억달러, 우리 돈 약 40조원에 달한다. 2014년 알리바바가 미국 상장에서 조달한 250억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가운데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쓸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진행된 수요예측에는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주문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장기 펀드와 기술주 전문 펀드, 국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낙관론은 ADR 상장이 해외 자금 유입과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비관론은 상장 효과가 단기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고 본다.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둔화되면 메모리 수요와 가격 기대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는 이유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9일 국내 주가는 ADR 상장 기대감을 먼저 반영한 흐름이었다”며 “공모가가 국내 본주 환산가보다 높게 제시된 만큼, 나스닥 첫 거래에서 프리미엄이 유지될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지가 다음 주가 흐름을 가를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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