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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 46억t 삼킨 기후위기… 차세대 온실로 식량 안보 지킨다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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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현상철 기자 sch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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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스마트온실 보급 확대 ‘박차’

30년 간 세계 농업 손실 3조 달러 넘어
폭염·폭우에 재배 가능지역 대폭 축소
2100년엔 30% 이상 농사 부적합 전망

2세대 ‘아라온실’ 설치·유지비 40% 절감
순환식 수경재배, 화학비료 40% 감축도
보광기술 적용 땐 누적생산량 23% 증가

기후변화가 농업 생산 기반을 흔들며 식량안보를 위협하자 폭우나 폭염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에 영향받지 않으면서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스마트농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자연재해와 이상기후로 인한 전 세계 농업 손실액이 3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기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16% 수준인 스마트온실 보급률을 2030년 35%까지 확대하고, 생육환경에 맞춘 자동 채광조절 시스템인 보광기술 등 스마트농업 기술 확산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온실 통합관리 플랫폼 아라온실이 적용된 파프리카 온실농장 전경.
온실 통합관리 플랫폼 아라온실이 적용된 파프리카 온실농장 전경.

◆현실화된 기후위기… 식량안보 위협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전 세계 기후변화 연구 결과를 종합해 발표하는 평가보고서인 ‘제6차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섭씨 1.1도 상승했고, 수년 내 섭씨 1.5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평균기온 상승 폭이 커질수록 폭염·가뭄·집중호우 등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함께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온 상승에 따른 기상이변은 인간생활뿐 아니라 농업부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재난이 농업과 식량안보에 미치는 영향 2025’ 보고서에 따르면, 1991~2023년 자연재해와 이상기후로 인한 전 세계 농축수산 등 모든 농업 생산 손실액은 3조2600억달러(약 4934조988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기후변화로 생산되지 못한 곡물만 46억t으로 전 세계 연간 곡물 소비량의 2년치에 육박한다. 과일·채소는 28억t, 육류·유제품은 9억t 등의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현재 농경지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IPCC는 이러한 이상기온이 지속될 경우 2050년 10%, 2100년에는 30% 이상이 농사에 부적합한 지역으로 변할 것으로 예측했다.

차세대 온실 통합관리 플랫폼 '아라온실' 성능을 검증하는 실증온실에서 농촌진흥청 관계자가 플랫폼 운영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차세대 온실 통합관리 플랫폼 '아라온실' 성능을 검증하는 실증온실에서 농촌진흥청 관계자가 플랫폼 운영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이 같은 피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지속되고 현재의 재배방식이 유지될 경우 일부 작물 재배지는 9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사과의 경우 재배 적합지역은 1981~2010년 평균 672만4000㏊에서 2070년대 10만6000㏊로 98.4%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기후변화 대응 ‘스마트농업’ 속도

기후변화가 농경지와 생산량 등 농업 생산 기반을 위협하면서 자연환경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활용해 재배환경을 스스로 제어하는 스마트농업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예측하기 힘든 기상환경 변화가 잦아질수록 일정한 생육환경을 유지하는 기술이 생산량과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도 스마트농업 기본계획의 핵심 목표를 ‘노동력 감소와 기후변화 대응체계 강화’로 제시하고, 2024년 16% 수준이었던 스마트온실 보급률을 2030년 3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로 스마트온실, 보광기술, 수경재배 등 스마트농업 관련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 중이다.

먼저 스마트온실은 온도·습도·광량·토양수분·이산화탄소 농도 등의 데이터를 수집·활용해 생육환경을 자동으로 관리한다. 특히 스마트온실에 2세대 통합관리 플랫폼 ‘아라온실’이 개발되면서 생육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작물별 최적 재배환경을 제공하고, 시설 구축과 유지·관리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됐다. 기존 스마트온실은 난방·광량 등 장치마다 개별 제어기를 설치해야 했다. 반면 아라온실은 하나의 온실통합제어기로 대체했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까지 통합해 설치·유지비를 40% 낮췄다. 방지웅 농진청 연구관은 “작물별 최적 생육환경을 자동으로 유지해 기후변화로 커지는 생산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순환식 수경재배 중인 토마토 온실농장 전경. 농촌진흥청 제공
순환식 수경재배 중인 토마토 온실농장 전경. 농촌진흥청 제공

토양 대신 양액으로 작물을 키우는 수경재배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다. 수경재배는 작물 생육에 필요한 물과 양분을 정밀하게 공급할 수 있어 폭염과 가뭄 등 기후변화에 따른 외부 환경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토양에서 발생하는 병해충을 줄이고 물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후위기 시대 재배기술 중 하나다. 순환식 수경재배는 화학비료를 30~40%, 농업용수를 20~30% 절감하고, 탄소 배출량도 작물에 따라 26~63%까지 줄일 수 있다.

기후변화로 흐린 날이 늘어 일조량이 부족해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보광기술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보광기술은 온실 내 광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햇빛이 부족할 경우 자동으로 조명을 켜 광합성에 필요한 빛을 보충하는 기술이다. 농진청이 딸기(설향)를 대상으로 실증한 결과, 보광 시스템을 적용한 온실은 하루 평균 광도가 45%, 일적산광량(DLI)은 44% 높아졌다. 이에 따라 첫 개화는 8일, 첫 수확은 16일 앞당겨졌고, 누적 생산량도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농업은 시설원예를 넘어 노지농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전체 경지의 약 96%를 차지하는 노지는 기후변화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분야지만 스마트기술 보급은 아직 초기 단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드론과 위성, 각종 센서를 활용해 작물 생육과 토양 상태, 병해충 발생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필요한 만큼만 물과 비료를 공급하는 정밀농업 기술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농업 육성지구도 올해 5곳에서 내년까지 누적 10곳으로 늘려 기술 실증과 확산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다.

 

◆논 99.7% 기계가 일하는데… 밭 파종은 18%뿐

 

국내 경지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밭농업에서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는 파종·정식 작업의 기계화율이 18.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작물이 다양하고 재배방식이 제각각인 데다 규모가 작아 농기계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력이 충분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농촌은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는 데다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로 적기 영농의 중요성까지 커지면서 밭농업 기계화 전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주요 밭작물을 중심으로 생산 전 과정을 기계화하고 농업로봇과 스마트농업 기술 보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림어가 인구는 257만6000명으로 2005년 357만2000명보다 27.9% 감소했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9.1%에서 51.3%로 22.2%포인트 상승해 농림어가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령층으로 바뀌었다. 기후변화도 농업 자동화의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폭염과 집중호우, 이상저온 등으로 농작업 가능 기간이 짧아지고 적기에 파종하거나 수확하지 않으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작업 기계화율은 논농업을 중심으로 보급이 돼 왔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논농업은 지난해 기준 기계화율이 99.7%에 달해 사실상 대부분의 작업을 기계가 수행한다. 반면 밭농업 기계화율은 2020년 61.9%에서 지난해 67.0%로 4년 새 5.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공정별로는 경운·정지(흙을 갈아 부드럽게 고르는 작업) 100%, 방제 96.2%, 비닐피복 77.7%로 높은 수준이지만 파종·정식은 18.2%, 수확은 42.9%에 머물러 사람 손에 의존하는 작업이 여전히 많다. 이 때문에 밭농업 기계화의 핵심은 기계화율이 낮은 파종·정식과 수확 공정을 자동화하는 데 맞춰지고 있다.

 

우선 내년까지 주요 8대 밭작물인 마늘·양파·배추·무 등을 대상으로 파종부터 정식, 방제, 수확, 저장까지 전 과정 기계화 개발을 추진한다. 현장 수요가 높은 인발형 마늘수확기와 양파 자동정식기, 점파식 감자파종기, 무·콩 정밀파종기 등도 순차적으로 개발·보급한다는 방침이다.

 

기계화는 농기계를 넘어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화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 시설원예에서는 작물 생육을 확인하는 모니터링 로봇과 방제로봇, 운반로봇 실증이 진행되고 있으며 과수 분야에서는 방제·제초·운반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드론과 위성, 각종 센서를 활용해 생육 상태와 토양 환경을 분석하고 필요한 만큼만 물과 비료를 공급하는 정밀농업 기술도 확산되는 추세다. 농진청 관계자는 “노동력 부족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밭농업 기계화와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을 함께 확대해 농업 생산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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