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정 맞춰 정상회의 날짜 조정하고 베르사유궁 만찬도 배치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주최국 정상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치밀한 연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여 예상을 뛰어넘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초 이번 정상회의는 트럼프의 조기 이탈만 막아도 성공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최종적으로 미국이 러시아 상대 추가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방위 역량 제공 등 "흔들림 없는 지지"를 담은 공동선언에 동참했다는 점에서다.
올해 G7 정상회의의 결정적 장면은 16일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나왔다.
당시 젤렌스키는 11세기에 지어진 키이우의 도르미티온 대성당의 황금빛 돔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불길에 휩싸인 사진을 트럼프에게 보여줬다.
한 G7 관계자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지지 공동선언에 동참키로 결심을 굳힌 계기가 바로 이때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트럼프)는 진심으로 감동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앞서 15일 만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다른 G7 정상들과 함께 메시지를 미리 조율해 둔 덕택이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G7 정상들은 만찬에서 중동 문제를 장시간 거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체결키로 한 정전 합의에 대해 칭송을 늘어놨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가 선호하는 '글로벌 파워 정치의 이분법적 관점'에 맞춰 우크라이나를 승리자로, 러시아를 패배자로 묘사하도록 메시지를 조율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러시아가 전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심지어 점령지를 잃고 있으므로 전체적으로 보아 젤렌스키가 이기고 있다'고 (만찬에 참석한 정상들이) 트럼프에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에비앙레뱅 회의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늦게 도착하는가 하면 '내가 보스'라는 식의 으스대는 발언을 했으나 G7 정상들은 이를 눈감아주고 지나갔으며, 17일 발표한 최종 공동성명에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에 대한 찬사를 세 군데나 넣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앞서 마크롱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에 맞춰 정상회의 날짜를 조정했고, 초청자 명단도 손보는 등 면밀한 대비를 했다. 특히 17일 밤에는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트럼프 대통령을 베르사유궁으로 따로 초청해 리셉션을 열어줬다.
베르사유궁 만찬 시간은 17일 공동선언 발표와 폐막 후였다.
주최국인 프랑스가 이렇게 일정을 잡아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조기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황금빛 장식과 거울로 유명한 베르사유궁에 대해 찬탄의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며, 자신의 마러라고 리조트 무도회장이 베르사유궁의 '거울의 방'을 본떠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한 적도 있다.
G7 정상들이 2030년까지 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체적 목표에 합의한 것도 이번 회의의 성과라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객관적으로 이번 G7은 성공"이라고 선언했다.
다만 정상회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비앙레뱅 도착에 앞서서 프랑스의 디지털서비스세를 문제 삼으며 프랑스 와인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으며, 마크롱 대통령은 "존중하되 단호한 논의"를 하겠다고 맞섰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도착 공식 환영 행사에 나타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도 시무룩한 태도를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방영된 프랑스 TF1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과 무례가 신경 쓰이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내가 앙심을 계속 품고 있다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우리가 합의에 이를 수 있으려면 트럼프가 끝까지 남아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크롱 대통령은 정말 환상적인 일을 했다"며 이번 G7 정상회의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프랑스를 떠나면서 "우리는 그린란드를 논의하지 않았다. 그린란드를 논의했어야 했다"라며 마크롱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이번 정상회의 성과가 오래갈지 불확실하다고 본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한 통으로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 유럽 외교관은 "트럼프가 늘 마음을 바꾼다는 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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