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키 관리·계정 접근 통제 소홀
전직 직원 시스템 침입 탐지 못해
개보위, 내부 보안관리 미흡 결론
회원 활동 기록 저장 사생활 침해
증거인멸 등 위반 행위 심각 판단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쿠팡 한국 법인에 지난해 SK텔레콤을 넘어선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3756만여명이란 전례 없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피해 규모, 거의 모든 경제활동인구가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회원들의 다른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앱) 접속 기록을 몰래 들여다보며 모은 것도 ‘사생활 침해’로 규정돼 과징금이 부과됐다.
◆“보안 관리 미흡 탓 개인정보 유출”
11일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전날 전체 회의에서 “쿠팡이 기본적인 내부 보안 관리에 미흡해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전 직원의 개인정보 처리 시스템 침입을 탐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결론 내렸다. 쿠팡이 운영하는 토큰 기반의 인증 체계는 정보 유출에 취약하다. 전자 서명 검증만으로 인증을 허용해서다. 이 때문에 서명에 쓰이는 키 관리를 제대로 안 하면 전체 회원 계정에 대한 무단 접근이 허용될 수 있다.
쿠팡은 인증 서명 키 접근 등이 가능했던 전 직원이 2024년 말 퇴사한 뒤 해당 키를 즉각 갱신 또는 폐기하지 않았다. 해당 해커의 공격 기간인 지난해 4∼11월 개인정보가 포함된 회원 정보 수정 및 배송지 관리 페이지 접속량이 급증하는 등 과도한 이상 트래픽이 발생했는데도, 쿠팡은 지난해 11월 해커의 협박 메일을 받은 고객 민원을 접수하기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다.
쿠팡은 “전직 직원이 재직 중 정당하게 알고 있던 서명 키 정보를 퇴사 후 악용한 것이 유출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며 “개인정보 보호법상 요구되는 인증 키 관리나 이상 행위 탐지·대응을 충분히 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배송지 정보, 특히 실제 주소가 광범위하게 유출된 점도 쿠팡의 위반 행위 중대성을 판단하는 데 주효하게 작용했다. 배송지 정보는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공동 현관 비밀번호를 망라한다.
개인정보위 조사 결과, ‘배송지 관리 페이지’에서 최소 2237만5359명의 회원이 등록한 배송지 정보 6398만6351건이 유출됐다. 이 배송지 정보엔 회원 본인 외에 가족, 친구 등 제삼자, 즉 ‘비회원’ 정보가 대거 포함됐다. 휴대전화 번호 기준으로만 최소 433만8368명으로 파악됐다.
또 ‘회원 정보 수정 페이지’에서 회원 3305만7012명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 ‘주문 목록 페이지’에선 회원 5만8349명의 주문일과 상품명, 수량, 가격 등 주문 내역 27만2470건이 유출됐다. 해커의 협박 메일엔 속옷과 성인용품 구매 내역 등 민감한 정보가 있었다. 이에 더해 쿠팡은 회원 탈퇴자들의 배송지 정보 246만5592건을 파기하지 않아 그중 일부가 유출됐다.
◆“국내외 기업 동일 기준 적용”
쿠팡이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배경엔 개인정보위 조사를 훼방한 탓도 크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개인정보위로부터 증거자료를 보전하라는 명령을 받은 뒤 2024년 7∼11월 약 5개월치 웹 접속 로그를 수동 삭제해 최초 유출 시점 등 사실관계 규명을 어렵게 했다. 6개월 경과 시 삭제되는 로그 자동 삭제 정책도 중단하지 않았다.
쿠팡이 제휴 마케팅 프로그램인 ‘쿠팡 파트너스’의 개인 맞춤형 광고를 위해 회원들의 사생활 정보를 침해한 사실도 불리하게 작용됐다. 쿠팡은 2024년 12월∼2026년 2월 1564만5338개의 웹페이지(URL) 또는 앱을 이용한 회원 1117만613명의 타사 온라인 활동 기록을 무단 수집하고 광고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했다. 온라인 활동 기록이란 URL과 앱 이름, 접속 일시·IP 등을 말한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는 “기기 식별자, 회원 번호와 함께 광고 DB에 저장돼 그 자체로도 개인 식별이 가능한 사생활 정보”라며 “사상, 신념, 건강 등 민감한 정보의 추론 가능성도 있어 정보 주체의 권리 침해 위험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과징금은 현행법상 쿠팡의 사고 직전 3개 사업 연도 평균 매출액인 약 30조원을 기준으로 3%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산정됐다. 여기서 위반 행위와 관련 없는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기업 간 거래(B2B) 매출액은 제하고 가중과 감경이 이뤄졌다.
송경희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가 미국 기업이라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과 관련해 “국내 소비자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동일한 기준과 엄격한 법적 책임이 적용돼야 하고, 다른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양청삼 개인정보위 사무처장은 다크웹 불법 유통 등 2차 피해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았을 뿐 유출된 정보들이 회수되지 않아 범죄 악용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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