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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싸 먹었으니 괜찮다?”…5060 식탁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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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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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대 신규 암 환자 12만7446명
탄 고기 속 ‘벤조피렌’, 조리 습관 점검
상추·양파는 ‘해독제’ 아닌 식단 균형 역할

“상추 싸 먹었으니 괜찮겠지.”

 

탄 고기는 벤조피렌 등 유해물질이 생성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상추와 양파 등 채소를 곁들이는 것은 식단 균형에 도움이 되지만 탄 고기의 영향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AI 생성 이미지
탄 고기는 벤조피렌 등 유해물질이 생성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상추와 양파 등 채소를 곁들이는 것은 식단 균형에 도움이 되지만 탄 고기의 영향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AI 생성 이미지

서울 용산구의 한 고깃집. 김모(54) 씨는 검게 그을린 삼겹살을 집어 들었다. 상추 접시는 거의 줄지 않았고 술잔만 몇 차례 더 오갔다.

 

낯설지 않은 식사 풍경이다. 문제는 한 번의 회식이나 한 끼 식사가 아니다. 고기와 술이 식탁의 중심이 되는 생활이 몇 년, 몇십 년 이어질 때 건강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10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그해 새로 발생한 암 환자는 28만8613명이었다. 이 가운데 50대는 5만1137명, 60대는 7만6309명으로 두 연령대를 합치면 12만7446명이다. 전체 신규 암 환자의 44.2%를 차지했다.

 

암은 한 가지 원인만으로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흡연과 음주, 유전적 요인, 생활환경, 운동 습관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탄 고기를 자주 먹는 습관 역시 그중 하나로 꼽힌다. 한두 번의 식사보다 오랜 기간 반복되는 식습관이 건강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식탁 위에 쌓이는 ‘중년의 부담’

 

중년 이후 건강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짜고 기름진 음식, 잦은 음주, 늦은 시간 식사, 운동 부족이 오랜 기간 쌓이면서 몸에 부담으로 남는다.

 

고기를 굽는 방식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벤조피렌은 식품을 고온에서 조리하거나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는 물질이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벤조피렌을 인체 발암물질(Group 1)로 분류하고 있다.

 

삼겹살 한 번 먹었다고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고기를 검게 태워 먹고 술을 곁들이는 식사가 반복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햄과 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육도 마찬가지다. 국제암연구소는 가공육을 인체 발암물질(Group 1)로 분류하고 있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음식이라면 섭취 빈도를 한 번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상추와 양파는 해독제가 아니다

 

삼겹살을 먹을 때 상추와 양파를 곁들이는 데에도 이유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공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벤조피렌을 처리한 인간 간암세포 실험에서 일부 식품 추출물이 독성 저감 효과를 보였다. 양파 18.12%, 상추 15.31% 등이었다.

 

상추에 들어 있는 캠페롤(kaempferol), 양파의 퀘르세틴(quercetin) 같은 식물성 성분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는 실험실에서 진행한 세포 연구 결과다. 식탁에서 상추나 양파를 곁들인다고 같은 수치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추와 양파가 탄 고기의 영향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대신 고기 위주로 기울기 쉬운 식사에 채소를 더해 식단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상추에 고기를 싸 먹으면 자연스럽게 씹는 횟수가 늘고 식사 속도도 늦어진다. 채소 섭취가 늘면서 포만감도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과도한 고기 섭취나 음주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5060 식탁은 ‘조합’부터 바꿔야 한다

 

상추를 곁들였다고 탄 고기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양파를 먹는다고 술이나 가공육이 주는 부담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건강을 좌우하는 것은 특정 음식 한두 가지보다 오랜 시간 이어지는 식습관에 가깝다. 고기를 구울 때는 검게 탈 정도로 익히지 않고 탄 부분은 제거하는 편이 낫다.

 

직화구이만 고집하기보다 삶거나 찌는 조리법을 함께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섭취 횟수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고기를 먹을 때는 상추와 양파, 마늘, 버섯 같은 채소를 함께 곁들이는 것이 좋다. 식사 균형을 맞추고 과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상추를 곁들인다고 해서 탄 고기의 영향을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중년 이후 건강은 특정 음식을 한 번 먹는 것보다 어떤 식습관을 오랫동안 이어왔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기 섭취 자체를 피할 필요는 없지만 굽는 방식과 채소 섭취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술이 곁들여진 식사가 잦다면 식탁 전체를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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