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어제 “하루라도 빨리 전국 재선거를 실시하는 게 작금의 혼란을 해결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본투표 당일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난 6·3 지방선거는 ‘부정선거’인 만큼 그 결과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단초가 된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시 꺼내 든 것이나 다름없다. 입법, 행정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더불어민주당에 내줬으면서도 무능을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으니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장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전투표제를 없애야 한다”며 “재선거부터 사전투표 없이 실시할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투표 날짜를 늘릴 것을 제안했다. 미리 인쇄한 투표용지를 유권자들에게 배부하는 본투표와 달리 사전투표는 즉석에서 출력한 용지를 제공한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본투표 당일 벌어졌고 사전투표와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사전투표 폐지를 촉구하는 장 대표의 행태는 사전투표 자체를 부정선거와 동일시하는 음모론자들의 시각과 궤를 같이할 뿐이다.
국민의힘 내부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어제 열린 초·재선 의원들의 6·3 선거 토론회에선 당 지도부를 향해 “국민의힘은 패배했다”, “아전인수 해석은 안 된다”, “장 대표는 선거에 끼친 영향 자체가 없었다” 등 쓴소리가 쏟아졌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막판 대역전극을 펼친 오세훈 시장도 “선거법상 재선거는 치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오죽하면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까지 나서 “국민의힘은 ‘윤(윤석열) 어게인’ 정당이 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겠는가. 이러니 장 대표의 재선거 주장은 당권 유지용일 뿐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6·3 서울시장 선거 패배를 가리켜 “국민은 무서운 존재며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우려하는 이른바 ‘조작 기소’ 특별검사법 시행을 놓고선 “안 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말로 강행 의사를 내비쳤다. 야당이 선거 패배 후에도 지리멸렬한 모습만 보이니 그런 것 아니겠는가. 국민의힘은 오늘 치러지는 새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6·3 민심을 반영한 보수 재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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