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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물은 안 봐요”…AI로 후보 고르는 유권자들 속에서 커지는 환경 부담

입력 : 수정 :
허은선·전민·손유나·방승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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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물보다 인터넷·AI 활용하는 유권자들
우편함엔 개봉 안 한 공보물 수북이 쌓여있어
폐현수막 5년간 1만3985t…환경 부담도 커져
환경단체, “정보 전달 수단 충분…사용 재검토해야”

“챗GPT에 제 가치관을 입력하고 저와 맞는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했어요. 종이 공보물은 잘 안 봅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를 하루 앞둔 2일 세계일보와 만난 대학원생 정모(40)씨는 “스마트폰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종이 공보물을 보는 게 좋겠지만 젊은 사람들은 필요 없어서 나이대를 고려해 종이 공보물을 발송했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는 선거공보. 방승민 인턴기자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는 선거공보. 방승민 인턴기자

 

◆“공약 비교도 AI로”…달라진 선거 정보 소비

 

선거공보 대신 인터넷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약 확인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흔한 풍경이 됐다. 경기도 직장인 안보미(27)씨는 “AI가 요약한 선거 공약을 확인한 친구가 있었는데, 후보 정보 파악 면에서도 효율성 있어 보였다”며 “모바일 청첩장처럼 카카오톡으로 선거 정보를 전송해줘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세계일보와 만난 시민들은 시대 변화 속에서 선거철마다 대량 배포되는 공보물과 현수막의 홍보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며 온라인 중심의 홍보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은평구에서 만난 조수영(56)씨는 “현수막이나 명함 모두 홍보 효과가 없어 보인다”며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보기 때문에 유튜브나 SNS 홍보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 구리시의 직장인 임혜선(48)씨도 “버려지는 공보물이 아깝고 쓸모없다고 생각한다”며 “온라인에서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니 종이 공보물은 꼭 필요한 유권자를 위해서만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2일 오전 경기도 구리시의 한 오피스텔 우편함에 선거공보가 읽히지 않은 채로 방치돼 있다. 허은선 인턴기자
2일 오전 경기도 구리시의 한 오피스텔 우편함에 선거공보가 읽히지 않은 채로 방치돼 있다. 허은선 인턴기자 

 

◆읽히지 않는 홍보물…버려지는 선거공보

 

더 이상 종이 공보물이 필요하지 않다는 유권자들의 의견은 서울과 경기도 일대 거주 지역에서 증명됐다. 우편함 주변에는 개봉하지 않은 공보물이 수북했고,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분리배출 장소에는 후보자 얼굴이 인쇄된 공보물이 다른 쓰레기와 함께 버려졌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 공보물이 그대로 꽂혀있다. 전민 인턴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 공보물이 그대로 꽂혀있다. 전민 인턴기자

 

읽지 않고 낭비된 공보물에 시민들도 환경 훼손을 우려했다.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대학생 박수민(22)씨는 “요즘은 우편 자체를 잘 확인하지 않는다”며 “종이 공보물은 선거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버려지기 때문에 환경에도 부담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라인으로 공보물을 전달하면 선거 비용도 줄이고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구리시의 한 사거리에 각 정당 후보자를 알리는 현수막이 총 8개 설치되어 있다. 허은선 인턴기자
경기도 구리시의 한 사거리에 각 정당 후보자를 알리는 현수막이 총 8개 설치되어 있다. 허은선 인턴기자

 

◆선거 끝나면 곧장 쓰레기…폐현수막도 문제

 

횡단보도와 인도 등을 가리지 않고 선거철마다 자리를 차지하는 현수막도 문제다. 선거 후 버려지는 양만 톤 단위다. 경의중앙선 상봉역 인근에서 만난 대학교수 김모(51)씨는 “폐현수막 재활용 방안도 필요하지만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선거 기간에 현수막 설치를 제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3년 발간한 ‘정당 현수막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폐현수막은 1557t에 달했다. 자료 발간 시점을 기준으로 직전 5년간 치른 다섯 차례 선거에서 폐현수막은 총 1만3985t 발생했고, 재활용률은 30.2%에 그쳤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도 선거 방식이 아날로그에 머물러 발생하는 문제”라며 “공보물과 선거운동을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하면 선거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친환경적인 선거 문화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폐현수막 문제를 지적해 온 환경단체들은 선거 홍보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00년대부터 선거 현수막 사용 중단을 촉구해 온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지난 4월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 수급 불안이 커진 상황을 고려해 정당 홍보물과 선거 현수막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터넷과 뉴스, 방송 등 다양한 정보 전달 수단이 있는 상황에서 현수막과 종이 공보물 사용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올해부터 수도권에서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됐고 2030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라며 “전국적으로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는 상황 속에서 현수막에 대한 규제가 없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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