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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란 무엇인가” 연출가 5인의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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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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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란 무엇인가."

 

대학로극장 쿼드의 야심 찬 하반기 프로젝트 발표회가 열린 지난달 26일. 한국 연극 현장에서 뼈가 굵은 대표적 연출가 5인이 모인 자리에서 뜻밖의 선문답이 펼쳐졌다. 90세를 넘어서도 현역으로 활동 중인 원로 연출가와 전·현직 국립극단장 등이 갑자기 나온 '연극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공지능(AI)을 연극에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각자의 생각을 끄집어냈다. 젊은 시절 얼마나 연극을 사랑했는지 극장에서 밤을 보내는 버킷리스트를 직원 몰래 숨어서까지 실현했다는 한태숙 국립극단 대표 등이 저마다의 언어로 연극의 본질을 풀어냈다.

 

김광보 연출가. 연합뉴스
김광보 연출가. 연합뉴스

○김광보 (경기도극단 예술감독, 전 국립극단장)

 

"연극은 일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의 작은 모티브가 사건으로 변이되고, 그 사건을 연극적으로 풀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연극에서 AI를 쓰는 거는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만들어나가는 게 연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생각은 그렇고요. 언젠가는 쓸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도 하는데, 그 기회가 온다고 한다면 새로운 연극을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김아라 연출가. 연합뉴스
김아라 연출가. 연합뉴스

○김아라 (극단 무천 창단, 공간·음악·신체를 결합한 독창적 무대 미학 구축)

 

"연극의 아주 기본적인 본질은 유희라고 생각합니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끼리 극장이라는 공간, 혹은 극장 밖의 공간에서 공동의 생각을 나누고 즐기는, 그러면서 뭔가 삶의 보편적인 답안지를 찾아 나가는 그런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AI는 저 같은 경우는 모르고 지나가려고 해요. 점점 우리는 원초성으로 다시 돌아가야 된다, 연극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정말 영혼을 충원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연극이고, 이것의 순수성만은 지켜야 되겠습니다."

 

김우옥 연출가. 연합뉴스
김우옥 연출가. 연합뉴스

○김우옥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초대원장, 구조주의 연극의 대가, 92세)

 

"연극을 평생 공부하고 가르쳤지만, 연극을 어렵게 얘기하면 할 말이 없어요. 모두가 서사 있는 연극을 하는데 서사 없는 연극을 한번 해보고, 그것대로 생명력이 있다는 걸 한번 보여주고 싶어서 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무대에 도입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 또 그걸 우리는 수용해야 됩니다. 지금 AI 시대를 맞이해서 AI와 어떻게 연구를 할 것인가에 대한 가능성을 우리가 많이 시도해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연극의 목적이 뭐예요. 재미를 주자는 거 아니에요. 재미를 주기 위해서 뭘 못 하겠어요. 아마 빠르게 해서 훨씬 재미있는 연극이 나올 날이 멀지 않았다, 이렇게 저는 봅니다."

 

이성열 연출가. 연합뉴스
이성열 연출가. 연합뉴스

○이성열 (극단 백수광부 대표,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 혜화동 1번지 2기 동인)

 

"연극이라는 건 항상 인간을 다루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연극의 본질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사회가 바뀌어가고 환경이 바뀌어감에 따라서 인간도 고민하는 내용이 계속 바뀌지 않습니까. 그 인간이 고민하고 또 느끼는 것이 계속 변하니까, 그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거라고 생각됩니다. 형태적인 면에서 연극에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과의 소통입니다."

 

"(다른) 선생님들이 다 말씀을 하셔서 저는 뭐 공감하겠습니다."

 

한태숙 연출가. 연합뉴스
한태숙 연출가. 연합뉴스

○한태숙 (국립극단장, 극단 물리 대표)

 

"연극이라는 형태, 사실 말로 하는 거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영상으로 아무리 해도 그 호흡이 앞으로 전달되지는 않잖아요. 자기의 얘기를 직접 건네는 그 형식, 그것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형식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세상의 예술 중에서 호흡을 서로 나누는 작품이 어딨습니까."

 

"연극은 특별한 점이 호흡을 나누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으로 아무리 해도 그 호흡이 앞으로 전달되지는 않잖아요. 제가 뭘 던졌을 때 객석에 있는 관객의 호흡이 전해집니다. 몸에서 나오는 공기와 그 호흡, 그것이 교감이 됐을 때 대단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2026 쿼드, 연극의 질문들:진화하는 텍스트’ 기자 간담회가 열린 2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참여 연출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지연 서울문화재단 예술사업본부장,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 김아라, 김광보, 김우옥, 이성열, 한태숙 연출가. 연합뉴스
‘2026 쿼드, 연극의 질문들:진화하는 텍스트’ 기자 간담회가 열린 2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참여 연출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지연 서울문화재단 예술사업본부장,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 김아라, 김광보, 김우옥, 이성열, 한태숙 연출가. 연합뉴스

서울문화재단의 대학로극장 쿼드에선 올 하반기 이들의 독창적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을 연달아 선보인다.

 

첫 공연은 김아라의 '더 사운드 오브 맥베스'(9월 8~13일)다.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허무는 실험적 연출로 한국 연극의 미학적 지평을 넓혀온 김아라 연출이 셰익스피어 '맥베스' 5막 5장의 독백에서 출발해 몰락의 서사를 복합장르 음악극으로 풀어낸다. 보이는 소리와 들리는 빛이 충돌하는 블랙박스 공간에서 인간 욕망의 허무함을 압도적 울림으로 전달한다.

 

두 번째는 김광보의 '옥상 밭 고추는 왜'(9월 18~10월 4일)다. 20년 된 변두리 빌라 옥상의 '고추 도난 사건'을 실마리로 계급·이기주의·단절로 점철된 한국 사회의 도덕적 민낯을 해부한다. 장우재가 극작을 맡았다. 개인의 양심인 '도덕'과 사회적 합의인 '윤리'가 자본 앞에서 무너지는 과정, 그리고 정의를 내세운 이들이 얼마나 쉽게 폭력적으로 변질하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세 번째는 한국 구조주의 연극의 원로 김우옥의 '혁명의 춤'(10월 28∼11월 8일)이다. 단 12마디의 대사와 8개의 독립된 장면, 배우들의 작은 플래시 불빛과 신체 움직임만으로 '혁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연희적 즐거움으로 풀어낸다.

 

이성열 연출의 '화염'은 11월 14일부터 12월 6일까지 공연된다. 레바논계 캐나다 극작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원작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그을린 사랑'으로도 잘 알려진 작품이다. 레바논 내전의 상처를 배경으로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자신들의 뿌리를 찾아 나서는 쌍둥이 남매의 여정을 그린다. 전쟁의 증오와 학살,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용서의 가능성을 장엄한 서사로 조명한다.

 

마지막 무대는 한태숙의 '서안화차'(12월 16~27일)다. 2003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작품상·연출상을 비롯해 9개 연극상을 휩쓴 한태숙의 대표작이다. 진시황의 무덤이 있는 중국 시안(西安)으로 가는 기차라는 뜻의 제목처럼, 과거 역사와 뒤틀린 인간의 욕망이 충돌하는 과정을 압도적 무대 언어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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