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500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 금 가격이 중동 전쟁 이후 4500달러대에 갇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물가 상승 공포가 커지며 당분간은 금값 조정 구간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금 투자의 성격이 안전자산보다 투기자산으로 옮겨가는 분위기 속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조용히 실물 금을 사들이고 있는 점 등은 중장기적인 금값 상승에 힘을 싣는다.
국제 금값은 지난 2월 말 온스당 5280달러수준에서 전쟁 발발 이후 약 13% 하락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5일 오후 3시 현재 금 선물 가격은 4587.17달러를 나타냈다. 금값은 이달 들어 수시로 4400달러대까지 내려갔다가 미·이란 종전 협상 기대감에 최근 4500달러대를 겨우 회복했다. 국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가격도 연초 3만5000원대까지 올랐다가 3만원대 초반대로 떨어진 뒤 상승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이 1520원 턱밑까지 급등하면서 달러 강세에 따른 금값 하락 전망에 따라 금 투자의 매력도는 더욱 반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올해 금 가격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1분기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증가와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로 금값이 재차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호르무즈 봉쇄가 풀려 금 가격이 일시적으로 반등하더라도 중동 유정 훼손 실태 등이 드러나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는 등 한동안은 출렁일 것이란 관측이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은 (이제) 안전자산이라기보다 통화량이 늘어날 때 헤지(위험 분산)하는 수단”이라며 “중동 전쟁이 길어지며 시장금리를 밀어 올렸고, 이는 시장에 돈이 풀려 나오기 어렵게 하기에 금의 헤지 기능이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올 초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이 금·은 등 귀금속 증거금 산정 방식을 비율제로 바꾼 점도 계속 금 가격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며 “금 가격이 뛰면 증거금을 더 내야 하니 향후 가격이 반등한다 해도 전고점 아래에서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현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2025년부터 금 가격 강세가 지속되며 기관보다는 소매 투자자 유입이 확대됐고,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 금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켰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동 전쟁 이후 유가 급등으로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감 축소와 글로벌 시장금리 상승이 예상되며,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금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은순 KB국민은행 과천종합금융센터 지점장은 금값 부진에 대해 “안전자산 이탈이라기보다 금리·달러·차익실현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조정 국면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금값 반등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신윤아 우리투자증권 강남센터 이사는 “향후 유가 안정과 함께 케빈 워시 체제 이후 시장과 통화 정책 방향성이 조화를 이루는 흐름이 확인되면 금 투자 재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금 가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실질 금리로, 향후 금리 상승세가 진정되거나 하락하면 금값이 재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종전 합의를 하면 시장이 진정되며 금 가격 반등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로 인한 유정단에서의 기술적 문제가 드러나는 것이 문제로, 폐쇄 기간이 길수록 영구적 생산성 손실이 발생해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물가 자극으로 이어지면 금값에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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