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지난 22일 1520원 턱밑까지 오르는 등 6거래일 연속 1500원선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원화 약세에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물가·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주요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5%대로 올라서는 등 시중금리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거시지표에 속속 경고등이 켜지고 있지만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가 ‘완판’되는 등 자산시장으로 자금 쏠림은 멈추지 않는 추세다.
◆1500원대 환율 뉴노멀 되나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지난 22일 장중 1519.4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1.1원 오른 1517.2원(오후 3시30분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00 아래였음에도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은 “필요시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달 7일 1450원대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15일 다시 1500.8원으로 올라선 후 6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간종가 기준 월평균 환율은 2월 1448.38원에서 3월 1492.50원, 4월 1485.03원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한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2020년 100 기준)은 4월 85.06에 그쳤다. 실질실효환율은 화폐의 대외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교역 상대국과의 무역비중·물가를 반영해 산출한다. 2020년과 비교해 지난달 환율이 85.06로 내려온 것은 그만큼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올해 고환율의 주요인으로는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순매도가 꼽힌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올해 첫 거래일부터 지난 22일까지 92조96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중동 사태 장기화도 악재였다. 지난 22일에는 일본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검토에 따른 엔화 약세로 원화도 동반약세를 보였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시차를 두고 물가 전반에 충격을 준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2.5% 올라 1998년 2월(2.5%) 이후 28년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우려가 커짐에 따라 시중금리는 이미 상승 추세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 상단이 7%를 넘어선데다 일부 은행은 하단마저 5%대로 올라섰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주부터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 후 변동) 금리 하단을 연 연 5.07%로 올린다. 이 은행의 혼합형 금리 하단이 5%를 넘어선 것은 2022년 10월 말 이후 3년7개월만에 처음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2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연 4.53∼7.13%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모 은행의 경우 현재 금리 상단은 2022년 10월말(7.33%) 이후 3년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중금리 인상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물가 상방 압력으로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진데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들이 금리를 내릴 유인도 적은 상황이다. 올해 1분기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이 1993조1000억원으로 2000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올라가면 취약차주와 중소기업·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은 3조2000억원 늘어난다.
중동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고유가가 빠르게 해소되기 힘들어 물가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가동 중단된 유전의 생산재개까지 걸릴 시간을 고려하면 중동의 원유 생산량은 하반기에야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하반기 내내 고유가 국면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스피 이어 코스닥 랠리 기대감
주요국 국채 금리 상승에 고환율·고유가 등 거시지표 상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자산시장은 상승 랠리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그간 횡보했던 코스닥이 최근 이틀 연속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눈에 띄는 강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2일 판매를 시작해 흥행에 성공한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민성장펀드 자금을 본격 집행하고 코스닥 승강제 등 시장개편이 이어지면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22일 이틀 연속 코스닥 시장에서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는 코스피150 선물 가격이 6%, 코스닥150 지수가 3% 이상 상승한 뒤 1분간 이어지면 발동하는데 그만큼 지수가 급격히 오른 것이다. 코스닥은 21·22일 각각 전일보다 4.73%·4.99% 급등한 1105.97·1161.13에 장을 마쳤다.
이번 상승에 대해 대신증권은 “국민에게 배정된 6000억원 규모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제약·바이오·로봇 등 첨단 산업에 속한 기업들로 자금 공급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고 이에 따라 코스닥 지수가 올랐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코스닥 매수도 늘어나고 있다. 21~22일 이틀간 외국인투자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총 728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한 달 전(4월21~22일) 1244억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외국인은 △파두(655억원) △에코프로비엠(611억원) △에코프로(475억원) △알테오젠(410억원) 등을 가장 많이 샀다.
증권가는 코스닥 시장의 상승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민성장펀드의 정책자금 목적을 감안하면 코스닥 상장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코스닥 승강제 도입으로 시장이 정상화하면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 자금 유입이 원활해져 장기투자 시장으로서 신뢰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국민성장펀드의 하반기 추가물량 검토에 나섰다. 내년 물량을 일부 앞당기거나 추가 공급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외국인 투자자, 코스피 ETF 투자 전망
금융위원회는 외국인투자자의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투자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이번 조치가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요인이 될지, 변동성을 키우는 힘이 될지 주목된다.
금융위는 외국인의 ETF·ETN 직접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다음 달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 입법예고를 마치고, 필요하면 비조치의견서로 빠르게 시행할 방침이다. 외국인 통합계좌 거래대상에 기존 주식과 함께 ETF와 ETN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외국인통합계좌 거래 대상을 주식에서 ETF·ETN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국인의 ETF·ETN 거래가 가능해지면 국내 주식시장 유동성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외화 유입 증가로 환율 안정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또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한국 ETF 투자 자금이 국내 시장으로 돌아오는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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