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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면 뺏긴다”…軍 통신위성, 2032년 사활 걸린 이유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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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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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통신 능력을 한층 강화할 정지궤도 통신위성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방위사업청은 22일 제175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개최, 군위성통신체계-Ⅲ 체계개발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2032년까지 약 1조2700억원을 투입, 우주공간에 띄울 정지궤도 통신위성을 만들게 된다.

 

고도 3만6000㎞ 상공의 정지궤도에서 운용될 신형 통신위성이 전력화하면, 산악 지형 등으로 인한 통신 제약을 극복하면서 해외 파병부대와의 교신도 한층 효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지난해 10월 20일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한화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초저궤도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지난해 10월 20일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한화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초저궤도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군 위성통신체계-Ⅲ를 서두르는 이유

 

한국군은 오래 전부터 위성을 이용한 통신체계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상 통신망은 지형의 제약을 크게 받는다.

 

반면 위성은 고도 수백㎞~3만6000㎞에 있어서 지형에 관계없이 신호를 보낼 수 있다.

 

한국군은 2006년부터 민·군 겸용 통신위성(아나시스-Ⅰ)을 활용해서 소요를 충당해왔다. 하지만 보안 문제 등으로 군 전용 위성통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2020년 최초의 군 전용 통신위성인 아나시스-Ⅱ가 발사됐다.

 

F-35A 첫 도입 당시 록히드마틴의 절충교역 차원에서 에어버스가 제작한 아나시스-Ⅱ는 전파방해공격 회피 능력이 기존 대비 3배 이상, 통신 전송 용량은 2배 증가했다.

 

아나시스-Ⅱ로 군 전용 통신위성을 갖게 된 군 당국은 위성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성을 느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우주센터에서 차세대중형위성 2호가 제작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우주센터에서 차세대중형위성 2호가 제작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세계 주파수 및 위성 궤도 관리 등을 맡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정책에 따르면, 사전에 할당받은 정지궤도(3만6000㎞ 상공)를 사용하지 않는 시점으로부터 3년 후에는 해당 궤도를 반납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위성을 쏘아올리면서 궤도가 부족해진 탓이다.

 

한국은 2006년부터 운용한 민·군 겸용 통신위성과 아나시스-Ⅱ가 각각 사용하는 2개의 궤도를 갖고 있다.

 

그런데 민·군 겸용 통신위성의 수명은 올해 말까지다.

 

정부와 군은 또다른 궤도에 있는 아나시스-Ⅱ를 2029년쯤 민·군 겸용 통신위성의 궤도로 옮겨서 궤도 2개를 계속 보유할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기존의 아나시스-Ⅱ 궤도를 2032년 말에 반납해야 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2032년까지 새로운 위성을 쏘아올려 기존의 아나시스-Ⅱ 궤도에 안착시켜야 한다. 군 위성통신체계-Ⅲ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다.

 

유럽 에어버스가 제작한 군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Ⅱ.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럽 에어버스가 제작한 군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Ⅱ. 세계일보 자료사진

군은 2022년 합동참모회의를 통해 군 위성통신체계-Ⅲ 사업을 장기 신규 소요로 결정했다.

 

지난해 2월 사업추진기본전략이 의결된 후 사업타당성조사가 이뤄졌다.

 

그런데 정부예산안 편성 기간에 사업타당성조사가 완료되지 않아서 정부가 지난해 9월 국회로 보낸 올해 국방예산 정부안에는 사업비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이 국회를 상대로 조속한 사업 착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고, 국회도 위성 궤도 확보의 중요성에 공감함에 따라 지난해 말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올해 예산에 2억5000만원이 배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군 위성통신체계-Ⅲ 사업이 시작될 수 있었다.

 

군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Ⅱ를 탑재한 스페이스X 로켓이 지난 2020년 7월 21일 발사를 앞두고 기립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군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Ⅱ를 탑재한 스페이스X 로켓이 지난 2020년 7월 21일 발사를 앞두고 기립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내 기술 위주로 개발 진행

 

군 위성통신체계-Ⅲ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을 주관한다.

 

정지궤도 위성은 다른 위성보다 소요량이 적고 운영기간이 길어 민간 업체가 투자비를 회수하기가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위사업청은 제안요청서(RFP) 작성과 제안서 평가 등을 거쳐 내년 3월까지 시제 업체 계약을 완료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ADD는 체계종합 역할을 맡는다. 위성, 운용국, 단말기는 분야별로 시제 업체가 제작한다”며 “연구·설계·종합 능력을 보유한 ADD가 굳이 실제 제작까지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무궁화위성 6A호가 제작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무궁화위성 6A호가 제작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군 위성통신체계-Ⅲ는 우주부, 제어부, 단말부로 구성된다.

 

우주부를 구성하는 위성체와 관제시스템은 해외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한국은 아리랑위성·천리안위성·425위성 등을 통해 위성체와 관제시스템 기술을 개발해왔다. 지구 관측 분야에선 상당한 경험을 축적했지만, 군용 통신위성은 다르다.

 

기술적 리스크는 미세한 것이라도 우주 공간에서 활동하는 위성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위성이 지구를 향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위성이 지구를 향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를 감안해서 군 위성통신체계-Ⅲ 사업에선 위성체와 관제시스템에 대한 해외 업체와의 협력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가격, 절충교역 수준, 우주 검증이력(Heritage)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주 검증이력이란 우주에서 실제로 쓴 부품과 시스템의 신뢰도 관련 기록이다.

 

위성 사업자는 우주에서 위성이 고장나도 수리를 할 수 없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따라서 이미 검증된 부품과 시스템을 선호한다. 군 위성통신체계-Ⅲ에서도 검증이력이 중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군 장병들이 제2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공군 장병들이 제2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업계에선 풍부한 검증이력과 경험을 갖춘 유럽(탈레스, 에어버스)과 미국(노스롭 그루먼, 록히드마틴) 기업들이 해당 사업을 놓고 경쟁이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근 수년간 국내 우주 시장에선 유텔셋 원웹과 탈레스 등 유럽 업체가 강세를 보여왔다.

 

에어버스는 아나시스-Ⅱ 제작 경험이 있고, 탈레스는 군정찰위성 425사업에서 위성체 시스템에 대한 엔지니어링 지원 등에 참여한 바 있다.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우주기지에서 관제요원들이 로켓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우주기지에서 관제요원들이 로켓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다만 미국 업체들도 한국 우주 시장 주도권 장악을 위해 한층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엔 425사업의 후속 개념인 2차 425사업 등의 위성 사업들이 계속 예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유럽과 미국 업체 간의 신경전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주부를 제외한 제어부와 단말부는 국내 기술로 개발할 예정이다.

 

제어부는 1·2 위성운용국으로 구성된다.

 

단말부는 8종으로 개발된다. 수상함과 잠수함용, 차량용, 기지에 설치하는 고정용, 휴대용, 운반용 등의 단말기가 만들어진다. 

 

고정용 단말기는 강력한 전자기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방출해 전자기기 회로를 파괴하거나 오작동시키는 전자기펄스(EMP) 방호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위성을 궤도로 쏘아올릴 발사체는 미국 스페이스X와 유럽 아리안 로켓 중 하나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소유즈 로켓도 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사용할 수 없다.

 

중량이 2t 정도가 될 대형 통신위성을 정지궤도에 올리려면 발사체 중량과 페어링 공간이 커야 한다. 국산 발사체는 위성 발사가 이뤄질 2031∼2032년쯤에 관련 기술을 갖추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 해군 구축함에서 SM-6 함대공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레이시온 제공
미 해군 구축함에서 SM-6 함대공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레이시온 제공

◆이지스함에서 쓰일 SM-6 미사일

 

이날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선 SM-6 도입도 결정됐다. 5300억원을 들여 2034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미국 레이시온이 개발한 SM-6 함대공미사일은 대공·대함·탄도미사일 방어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무기다.

 

사거리는 240㎞, 요격고도는 33㎞로 알려져 있다. 기존 SM-2보다 사거리가 길어지고 요격고도도 높아졌다. 

 

SM-6는 이지스구축함에서 주로 쓰인다. 이지스함에 탑재되는 SM-3 함대공미사일과 혼동되는 경우도 있으나, 역할이 다르다.

 

SM-6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공중 표적을 요격한다.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도 갖췄지만, 저층 방어를 한다. 고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SM-3와는 다르다.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존 폴 존스에서 SM-6 함대공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존 폴 존스에서 SM-6 함대공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은 정조대왕급 이지스구축함에 SM-6를 탑재하려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중국 등에서 개발한 대함탄도미사일(ASBM)과 초음속 순항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해군 기동부대를 지키고, 북한 탄도미사일을 종말단계에서 요격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방위사업청은 2023년 SM-6를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미 국무부도 2023년 SM-6의 FMS 판매를 승인했다. 2024년 11월에 게재된 미 연방정부 관보에 따르면, FMS 판매 승인에는 SM-6 블록1 38발과 수직발사체계(VLS), 예비 부품, 교육, 기술 자료, 상호운용성 지원 등이 포함됐다.

 

다만 사업 기간은 2023년∼2031년에서 2034년까지 전력화를 완료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2023년부터 사업비를 반영하고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물량 조정 등 협상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이제 시작이 되는 것”이라며 “미측과 정해진 일정에 따라 전력화는 연도별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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