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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체면·책임 회피…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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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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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제프리 와우로/ 이재만 옮김/ 책과함께/ 4만8000원

 

베트남전쟁은 미국이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 간 전쟁이 아니었다. 자기방어나 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보다 더 깊은 곳에는 ‘약해 보일 수 없다’는 초강대국의 두려움이 있었다. 현대 군사사·전략사의 권위자로 꼽히는 제프리 와우로의 ‘베트남전쟁’은 베트남전의 핵심 질문을 바꾼다. 이 책이 묻는 것은 “미국은 왜 졌는가”가 아니다. “미국은 왜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쟁을 멈추지 못했는가”다.

저자는 수만 쪽의 군사·외교·정보 문서와 백악관 녹취록, 의회 청문회 기록, 미군 작전 보고서를 바탕으로 베트남전쟁을 ‘선택의 전쟁’으로 규정한다. 미국이 직접 공격받은 것도 아니었고, 남베트남이 무너진다고 해서 미국 본토가 위협받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닉슨으로 이어지는 미국 대통령들은 공산주의에 유약하다는 비판과 국내 정치적 후폭풍을 두려워하며 개입을 확대했다.

제프리 와우로/ 이재만 옮김/ 책과함께/ 4만8000원
제프리 와우로/ 이재만 옮김/ 책과함께/ 4만8000원

책은 베트남전쟁을 냉전기의 단순한 이념 대결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을 지속시킨 동력은 정치적 계산, 관료제의 자기보존, 군부의 확전 논리였다고 분석한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미국은 더 큰 비용을 치렀지만, 철수는 곧 패배 인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 전쟁은 합리적 전략이 아니라 체면과 책임 회피의 논리에 따라 계속됐다.

저자가 특히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은 윌리엄 웨스트모얼랜드 장군이 주도한 ‘수색과 섬멸’ 전략이다. 막강한 화력과 헬기를 앞세운 미군은 적을 찾아내 섬멸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신출귀몰한 베트콩과 북베트남군을 상대로 이 전략은 결정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남베트남의 국토를 파괴하고 민간인 피해와 난민을 양산하며 민심을 돌아서게 했다.

그럼에도 미군 지휘부는 ‘적 사살자 수’를 승리의 지표처럼 내세웠다. 전장의 현실은 불리했지만 보고서 속 숫자는 승리를 말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 같은 자기기만이 전쟁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베트남전은 5만8000명 이상의 미군 전사자와 수백만 명의 베트남인 희생자를 남긴 채 미국의 패배로 끝났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베트남전의 교훈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충분히 학습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명확한 출구 전략 없이 시작된 군사 개입, 현지 정부의 취약성, 압도적 군사력에 대한 과신, 정치적 체면 때문에 철수를 미루는 구조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과 중동 정세의 불안은 이 책의 메시지를 더욱 현재적으로 만든다. 베트남전쟁은 강대국이 언제 전쟁을 시작해서는 안 되는지 그리고 일단 시작한 전쟁을 왜 멈추기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경고다.

책은 펜타곤의 회의실과 백악관의 정치적 계산, 정글 속 전장의 참혹한 현실을 함께 보여준다. 병사들의 장비와 은어, 전장의 지형과 병참 문제까지 세밀하게 복원하며, 거대한 전략 실패가 개인의 죽음과 사회의 파괴로 이어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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