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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핵보유국 굳히는 북한, 흔들리는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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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으로 촉발되고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 환경이 질적 변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행보는 단순한 전술적 변화를 넘어 체제의 정체성과 국가 운영 원리를 전면 재정비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적대적 두 국가론을 헌법과 외교·군사전략 근간으로 제도화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사실상의 ‘핵 보유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장기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한국의 대응은 사뭇 아쉽다. 안보 현실에 대한 전략적 정렬보다는 한·미 동맹 내부의 조율 문제와 불협화음의 반복으로, 억제력 신뢰도에 미세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한 헌법 개정에서 우리 한국을 더 이상 통일의 대상이 아닌, “남쪽으로 접하고 있는 영토”를 가진 적대 관계로 명시했다. 이는 남북 관계를 통일 지향 및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가 아닌, 철저한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재정의했음을 의미한다.

 

장재필 한성대국방과학대학원 교수·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군사연구위원
장재필 한성대국방과학대학원 교수·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군사연구위원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국무위원장을 공식적인 ‘국가수반’으로 재정의하고, 핵 지휘권 역시 국가수반에만 귀속된다고 명문화한 부분이다. 이는 핵무기를 단순한 체제 방어 수단을 넘어, 국가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제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핵보유국 지위를 헌법 질서 안에 편입시키고, 핵을 정상 국가의 통치·억제 장치로 격상시킨 것이다. 동시에 북한은 기존 사회주의 국가 이미지를 희석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개헌 과정에서 ‘무상치료’, ‘세금·실업 없는 나라’ 등 체제 선전의 핵심 문구들이 삭제되거나 축소됐다. 현실적 국가 운영과 대외 관계 정상화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로 보이며, 핵 보유 권위국을 향한 이동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대외 전략도 뚜렷하다. 러시아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사협력이 급속히 강화되었고, 북·러 정상회담 이후 군사·기술·경제 협력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러시아 국방부와 타스 통신에 의하면, 2027년부터 향후 5년간 러시아와 신군사협정 체결로 군사동맹의 분기점을 예고했다. 중국과의 관계에도 회복세를 보이며, 코로나19로 위축됐던 북·중 교역도 재가동하고 있다. 즉 북·러 군사협력, 북·중 경제협력 양립을 통해 대외 의존적 기반으로 생존 전략을 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의 전략적 방향성이 오히려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한·미 동맹 내부에서는 DMZ 관할권 재요구, 대북 민감정보 관리 문제로 인한 정보 공유 제한, 한·미 연합훈련 축소·조정 문제를 둘러싼 잡음 반복으로 신뢰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또한, 서해상 미·중 공중 대치처럼 우리 안보가 미·중 전략 경쟁의 현장과 직접 맞물리는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이에 걸맞은 정교한 전략이 모호하다.

결국 지금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가장 큰 변화는 북한의 정상 국가화 질주와 이에 대한 한국 안보의 전략적 대응 불안정이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기반으로 체제와 군사전략을 재편하면서 핵 보유 정상 국가로 자리 잡기 위한 장기전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동맹 내부의 신뢰 문제와 전략적 혼선 속에서 억제 체계의 일관성 유지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민족담론이나 단기 정치 논리가 아니라, 변화하는 북한의 전략을 정확히 읽고 동맹 신뢰 및 한·미 확장억제 강화, 연합훈련 정상화, 대북 억제전략 재정비 등 냉정한 국가전략이다. 한반도 안보 환경은 이미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지금은 이 변화를 직시하고 대비할 준비가 급선무다.

 

장재필 한성대국방과학대학원 교수·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군사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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