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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한국어에 겉돌던 아이도 ‘열공’… 맞춤 교육, 편견을 깨다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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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름 기자 beaut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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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날 주목받는 ‘지구촌학교’

대안 초교로 출발해 고교과정까지 인가
18개국 283명 재학… 교직원만 40여명
한글도 못 읽는 학생들에 ‘눈높이 교육’
교사들, 사교육 못지않은 입시정보 제공
‘수험생 전원 대학 진학’ 깜짝 성과 눈앞
“한국 넘어 세계 이끌 인재로 성장할 것”

수험생 28명 중 한양대, 서강대, 경희대 등 서울 및 수도권 주요 대학 합격생 18명 배출.

서툰 한국어와 사회적 편견의 벽을 깨고, 다문화 대안학교 ‘지구촌학교’ 학생들이 이뤄낸 2026학년도 대입 성과다. 19일 지구촌학교에 따르면 나머지 학생들도 올 상반기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통과하는 대로 9월 입학전형을 밟을 계획이다. 수험생 ‘전원 대학 진학’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눈앞에 둔 것이다.

◆한글도 몰랐지만… 비결은 ‘맞춤 교육’

서울 구로구에 있는 지구촌학교는 2011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정규 다문화 대안 초등학교 인가를 받아 2012년 정식 개교했다. 이후 공교육에 적응하기 힘든 중도입국 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자녀 등을 품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2013년에는 중등 과정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으로 인가를 받았으며, 2023년에는 고등학교 과정까지 교육청 인가를 획득해 2024년 학급을 증설했다. 현재 전 세계 18개국에서 온 전교생 283명과 40여명의 교직원이 함께하고 있다.

국내 최초 다문화 대안 초등학교에서 시작해 ‘다문화 교육의 요람’으로 성장한 이 학교의 성과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학교를 찾은 다문화·중도입국 학생 대부분은 입학 당시 한글의 ‘한’ 자조차 읽지 못했다. 일반적인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는커녕 교과서조차 읽지 못할 정도로 학습 결손이 심각했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 다른 언어와 피부색 때문에 기존 공교육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던 아이들이 태반이었다.

 

지구촌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학생 개개인의 역량에 맞춘 개별화 수업을 도입하고, 일대일 장기 진학지도를 끈질기게 이어갔다. 일반 학교였다면 부적응 학생으로 분류돼 학업을 중단했을지도 모를 아이들이 교사들의 헌신적인 지도와 뜨거운 학업 열의를 보태며 당당히 한국 입시의 유리천장을 깼다.

특히 18개국에서 온 아이들의 제2언어이자 공통분모인 한국어 교육은 최우선 과제였다.

이에 집중적으로 운영된 한국어특별교실은 학생들의 학습능력 회복과 교우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 학생들이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이중언어 교육도 실시했다.

올해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에 입학한 양민정(19)양은 “친구들도 모두 외국인이다 보니 일반 학교보다 적응을 빨리 할 수 있었다”며 “중국에서도 한국어를 독학했지만 전문적인 토픽 공부는 한계가 있었다.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문제 풀이와 작문 등을 집중적으로 알려줘서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지구촌학교 아이들 대부분은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 넉넉지 못한 경제적 여건 탓에 많은 아이들이 오직 학교 수업과 방과후 수업에만 의존해 학업을 이어간다. 입시 정보도 학교 안에서만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오영란 지구촌학교 교장은 “다문화·외국어특기자 전형 등은 일반 학교에선 비주류 전형이지만, 우리 학교에선 가장 주류 전형이기 때문에 그만큼 특화된 정보 교류가 가능하다”며 “진학 정보뿐만 아니라 취업 정보까지 모두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는 점이 대학 진학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교육으로 점철된 한국 교육의 대안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구촌학교 학생들이 현장체험학습에 나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구촌학교 제공
지구촌학교 학생들이 현장체험학습에 나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구촌학교 제공

◆“목마른 사람 우물 판다는 심정으로 개교”

학교의 시작은 불법체류자 자녀들을 위한 작은 울타리였다.

약 40년 전부터 경기 남부 지역에서 소외계층 복지를 위한 사회활동을 해 온 김해성 지구촌학교 이사장은 불법체류자 자녀들이 부모와 같은 처지가 되어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다.

유엔 아동권리협약도 ‘모든 아동의 출신·체류자격 등 구분 없는 교육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 및 다문화가정이 극빈층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부모의 미등록 체류 문제나 외모·언어 차이로 인한 소외 때문에 수많은 아이들이 제도권 교육 밖에 방치돼 있다.

김 이사장은 “아이들은 어떤 차별도 없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지만, 15년 전만 해도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받아주는 학교가 단 한 곳도 없었다”며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심정으로 직접 학교를 설립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도,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며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올바른 교육환경에서 자라난다면 대한민국 미래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한 재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촌학교는 무료급식소를 운영해 하루 한 끼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소외 이주민 200여명에게 매일 세 끼의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산업재해나 갑작스러운 부상, 질병 등으로 경제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이주민 극빈층을 보호하기 위해 무료 쉼터도 함께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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