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이론·정책·실무 한데 묶은
GAST 공학대학원 2027년 출범
“내 경험, 미래 인재에 이어지길”
“국가를 위한 길은 언제나 조용했습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는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길을 닦는 쪽이었죠. 이제는 그 길 위에서 뿌린 씨앗들이 고향이나 다름없는 이곳 창원에서 거대한 숲을 이뤄야 할 때입니다.”
최근 국립창원대학교 교정에서 만난 이유한(61) 창원대 대학원장은 산·학·연·관·군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통합형 연구 플랫폼’을 설계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지난해 말 ‘원자력에너지융합센터’를 개소하며 연구의 거점을 마련한 이 원장은 내년 3월 공학 이론과 국가 정책, 산업 실무를 한데 묶은 ‘글로컬첨단과학기술(GAST) 공학대학원’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 원장은 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국가의 ‘생존 방정식’을 풀어온 전략가로 통한다. 1990년대 초 과학기술부에서 원전 인허가와 국산화 업무로 공직의 첫발을 뗐던 청년은 기술과 현장을 동시에 꿰뚫는 전문성을 눈여겨본 국가정보원의 부름을 받고 30여년간 안보의 ‘음지’를 지키는 파수꾼이 됐다.
이 원장은 이제 그동안 홀로 짊어지고 다녔던 현장의 지식과 인생의 교훈을 후학들에게 공유하는 ‘양지’의 사명을 수행 중이라고 했다. 그에게 경남은 대한민국 방위산업과 원자력의 심장이자 자신이 평생 그려온 ‘국가 미래전략’을 꽃피울 수 있는 최적의 거점이자 마지막 전장(戰場)이다.
이 원장의 시선은 이제 대한민국 안보의 ‘성배’라 불리는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팩트시트를 접했을 때 그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70년 동안 대한민국 원자력사에서 ‘금단의 영역’으로 인식되던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의 가능성이 비로소 공식적인 공론의 장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미리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 신발 끈을 조이는 쪽을 택했다. 이 원장은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단순히 뛰어난 무기 하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인력 양성부터 정밀 제조, 운영, 유지 보수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거대한 ‘원자력 생태계’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안보(핵잠수함)와 민생(원전 산업)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려는 시도를 경계했다. 민간 원전 산업이 활기를 띠고 관련 기업들이 돈을 벌며 인재를 끌어모아야만 기술적 토대 위에서 안보의 상징인 핵잠수함 사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지론에서다.
30년 전략가의 눈에 비친 경남의 미래는 이미 ‘대한민국 전략의 중심지’로 우뚝 서 있었다.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오션 등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포진한 경남이야말로 이 거대한 국책 사업을 수행할 유일한 적임지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 원장은 제도적 기반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자력 정책이 냉온탕을 오가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원자력진흥법’의 목적 조항에 ‘국가안보 기여’를 명시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자구 수정이 아니라 원자력을 정쟁의 대상이 아닌 국가 존망의 열쇠로 규정하는 ‘기초 공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미국과 일본은 이미 법으로 안보와 복지를 동시에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도 법적 토대가 마련돼야만 10년, 20년이 걸리는 핵잠수함 사업이 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자신의 현재 역할을 ‘씨앗을 뿌리는 농부’라고 정의했다. 그는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이 젊은 연구자와 학생들에게 잘 이어져 우리나라 인재들이 에너지 주권의 주역이 되는 거대한 숲을 이루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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