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월 500 벌어도 무너진다”…외벌이, 이제는 버티기도 어려워졌다 [숫자 뒤의 진실]

관련이슈 이슈플러스

입력 : 수정 :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어린이집 대기 수개월…복귀 늦어질수록 재취업 문턱 더 높아져
처분가능소득 체감 월 400만원 초반…고물가·고금리 외벌이 가계 직격탄
“왜 맞벌이 안 하냐고?” 묻기 전, 왜 시작조차 어려운지 봐야 한다

6일 오후 2시,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놀이터. 김모(34) 씨는 벤치에 앉아 어린이집 앱을 새로고침했다. 대기 순번 ‘120번’. 1년째 제자리다.

 

경력단절 여성 약 17%. ‘일을 포기한 것’ 아닌 돌봄 공백에 막힌 노동시장 진입 현실. 게티이미지
경력단절 여성 약 17%. ‘일을 포기한 것’ 아닌 돌봄 공백에 막힌 노동시장 진입 현실. 게티이미지

한때는 복직 시점을 계산하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언제 맡길 수 있을지’부터 다시 계산해야 한다.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시작을 못 하고 있어요.” 짧은 한 문장이, 이 가정의 현재를 설명한다.

 

◆‘두 번째 월급’이 막힌 순간, 가계 구조가 바뀐다

 

이 문제는 개인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력단절 여성 비중은 약 17%. 기혼 여성 6명 중 1명이 일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맞벌이가 불가능해지는 순간, 가계는 단일 소득 구조로 고정된다. 이후 상황은 단순한 ‘소득 감소’가 아니라 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바뀐다.

 

같은 통계에서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약 800만원대, 외벌이는 500만원대 수준. 격차는 약 1.6배다.

 

하지만 핵심은 숫자 자체가 아니다. 소득이 하나로 줄어드는 순간,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돌봄 공백, 면접 질문 하나로 막히는 재취업

 

김 씨는 최근 이력서를 몇 차례 넣었다. 결과는 비슷했다. “아이가 아플 때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대답은 늘 같았다. 그리고 결과도 같았다.

 

기업은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원한다. 하지만 가정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이 간극이 반복되면서, 경력은 점점 과거의 이야기가 된다.

 

3년, 5년의 공백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다. 직무 감각과 네트워크가 동시에 끊어지는 기간이다.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임금 수준은 이전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두 번째 소득’은 다시 생기지 못하고, 외벌이 구조는 굳어진다.

 

◆벌어도 남지 않는다…외벌이의 ‘소득 압축’

 

같은 시각, 남편의 통장에는 월급 500만원이 찍혔다. 하지만 이 돈은 소비가 아니라 ‘유지 비용’에 가깝다. 대출 원리금, 관리비, 교육비를 제외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빠르게 줄어든다.

 

맞벌이 약 800만원, 외벌이 약 500만원. 같은 지출 구조에서도 가계 여력은 크게 달라진다. 게티이미지
맞벌이 약 800만원, 외벌이 약 500만원. 같은 지출 구조에서도 가계 여력은 크게 달라진다. 게티이미지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외벌이 가구의 흑자율은 20% 안팎으로, 맞벌이 가구(30% 내외)보다 낮은 수준이다. 벌어도 남는 돈이 적다는 의미다.

 

여기에 고금리 영향으로 이자 비용 부담까지 커지면서, 가계는 점점 ‘확장’이 아닌 ‘유지’에 집중하게 된다.

 

◆외벌이는 선택이 아닌 ‘막힌 경로’였다

 

전문가들은 외벌이를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보는 시각에 선을 긋는다. 외벌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 두 번째 소득을 만들 수 없는 환경이 먼저 형성되고 있다.

 

과거에는 외벌이가 하나의 생활 방식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외벌이는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지가 사라진 결과에 가까워지고 있다.

 

김 씨는 결국 어린이집 앱을 닫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복직 시점 대신, 오늘 저녁 장바구니를 먼저 계산해야 하는 하루다.


오피니언

포토

아이유 '상큼 발랄'
  • 아이유 '상큼 발랄'
  • 공승연 '완벽한 미모'
  • [포토] 전지현 '반가운 미소'
  • [포토] 신현빈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