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북이면 민간 소각장 3곳
인천·서울 강남 쓰레기 처리
“왜 우리지역서” 비난 여론
발생지 처리원칙도 위배
정부, 지방 반출량 줄였다지만
전문가 “일시적인 유예일 뿐”
지방선거 후 쓰레기폭탄 우려
폐기물선별 지원 확대 대책을 상>
“청주(淸州)는 무슨 청주, ‘탁주‘(濁州)지.”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추학1리 주민 유민채씨는 2일 기자를 만나 “북이면만 해도 민간 소각시설이 3곳이나 된다. 이제 서울에서, 인천에서 쓰레기가 들어온다”며 이같이 한탄했다. 행정구역상 북이면엔 민간 소각시설이 2곳, 북이면과 오창읍 경계에 1곳이 있다.
올해 초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갈 곳을 찾지 못한 쓰레기 일부가 이들 시설로 이동해 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가 이 지역 A업체 등 민간 소각시설 총 5곳(경기 화성 2곳, 대전·충남 서산·충북 청주 각 1곳)과 연 1만t 규모 계약을 했다. 인천 강화군도 다른 B업체와 연 3200t 규모 생활폐기물을 위탁하는 계약을 맺었다. 북이면은 서울 강남·인천 강화와 직선거리만 각 약 95㎞, 140㎞씩 떨어진 곳이다. 이는 폐기물관리법이 정하고 있는 ‘발생지 처리 원칙’에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다.
유씨는 “2000년 전후로 농촌에 몰아넣기식으로 들여놓았던 민간 소각업체가 수도권 직매립 금지로 일감이 생기니 거리 상관 않고 달려들었다”고 전했다. 북이면 내 소각시설 감시 업무를 하는 주민 C씨는 서울·인천지역 쓰레기가 들어오는 데 대해 “기분이 정말 나쁘다. 그 지역에서 만든 건 거기서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민간업체 입장에서는 돈 벌겠다고 ‘일감’을 따낸 것이니 시에서도 제대로 관리를 못 한다”고 했다.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 지 100일(4월10일)이 다 돼 가는 가운데 서울·경기·인천에서 발생했지만 북이면처럼 지방으로 넘어와 처리된 생활폐기물이 최근까지 약 1만5000t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약 250t의 수도권 생활폐기물이 비수도권으로 빠져나간 꼴이다.
◆수도권 쓰레기 9000t, 지방 소각
6일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3월20일까지 비수도권으로 넘어와 소각된 수도권 생활폐기물은 약 9000t, 재활용된 건 약 6000t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수도권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 중 2.4%(1만5000t)가 비수도권에서 처리된 것이다. 기후부는 2월 초 직매립 금지 안정적 이행 방안을 발표하면서 1월 한 달간 비수도권 위탁 처리량 비율이 1.9%(4800t)라고 밝혔다. 직매립 금지 시행 후 불과 50일 만에 비수도권 처리 비중이 가파르진 않지만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 것이다.
다만 기후부 측은 “일관된 추이로 볼 수 없고 자연스러운 편차로 보는 게 맞다”고 했다. 올해 초 수도권 생활폐기물 ‘원정 소각·재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개개 지자체 차원에서 일단 계약을 해놓았더라도 충청권 등 지방 반출을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보통 2∼3개 업체랑 계약을 해놨는데 이 중 경기지역 업체에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수도권 기초지자체가 수도권·비수도권 구분 무관하게 민간업체와 계약한 생활폐기물 물량의 경우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53만7995t 수준이다. 이들 중 수도권 외 민간업체와 계약한 것으로 확인되는 사례만 19건(충청 18건·강원 1건)이다.
◆시간 벌었지만 ‘쓰레기 폭탄’ 째깍
계약물량만 따져보면 수도권 직매립 금지 시행 3개월 동안 실제 지방으로 빠져나간 쓰레기들이 상대적으로 적정하게 관리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민이나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일시적 유예일 뿐 ‘언제든 수도권 쓰레기가 쏟아져 들어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6·3 지방선거 이후 계약물량 내에서 반입량이 늘거나 추가 계약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민간 소각시설이 밀집한 청주시만 해도 올 2월 초 수도권 생활폐기물 반입 억제를 위해 지역 내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존 계약물량은 계속 처리하되 올해 말까지 추가로 이어질 수도권 기초지자체의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청주 북이면 주민 D씨는 “서울 강남이랑 인천 강화 쪽 쓰레기를 받아오기로 계약한 게 알려지면서 지역 여론이 악화했고 시장이 선거도 앞두고 있으니깐 세리머니를 한 것”이라며 “시가 민간 소각시설을 사들이지 않는 이상 완전히 해결될 수 없다”고 했다. 주민 유씨도 “이미 계약한 건 계속 쓰레기를 들여오도록 했다”며 “(협약이) 강제성 있는 것도 아니라 선거 끝나고 또 잠잠해지면 업체들이 수도권 입찰에 뛰어들지 않겠나”라고 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현 상황이 ‘대란’까지 간 건 아니지만 각 지자체나 업체가 쓰레기 이동을 보류시키면서 충격을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선거 이후 폐기물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진다거나 하면 ‘폭탄’이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공공이 책임지고 처리하는 체계를 완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시간만 벌 뿐”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직매립 금지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소각 물량을 줄일 수 있는 보완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종량제봉투에 혼합 배출되는 재활용 가능 자원을 다시 선별할 수 있도록 생활폐기물 분리·선별 전처리 시설 지원을 확대하고 공공이 책임지는 처리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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