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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 늪에 빠진 공천… ‘정치의 사법화’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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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형·변세현·홍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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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선 ‘컷오프’ 여야 후보들
법원에 ‘효력정지’ 요청 벌써 9건
“결과에 승복 안 하는 현상 심화”

대한민국 정치가 법원의 가처분 판단에 갇혀가는 양상이다. 6·3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당 결정의 효력을 멈춰 달라며 잇따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각 당의 공천 문제가 줄줄이 사법 판단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법원은 정당의 공천 결정 과정이 고도의 정치적 의사결정이라고 보면서도 민주적 기본질서와 기본 원칙 준수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과거 정당 간 갈등과 의혹이 검찰 등 사정기관 수사로 비화했다면 이제는 정당 내 의사결정마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법원 판단에 기대는 형국이어서 ‘정치의 사법화’가 만연해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충북도지사. 뉴시스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충북도지사. 뉴시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지방자치단체장(광역·기초 포함) 예비후보들이 공천 관련 결정에 반발해 법원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5일까지 9건으로 집계됐다. 지방선거 후보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공천 배제) 및 제명 결정으로 경선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에 불복해 낸 신청이다. 이 중 8건이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들이 낸 신청으로 현재까지 6건의 결론이 나왔다. 법원은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제출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만 인용 결정을 내렸고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낸 가처분 신청에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주 의원은 항고를 예고한 상태다. 이 밖에 이른바 ‘돈봉투 전달’로 당에서 제명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관영 전북도지사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7일 심사를 할 예정이다.

 

공천 결과에 불복한 가처분 신청은 이미 2022년 지선 때(총 15건)의 절반을 넘어섰다. 당시에는 4건이 인용돼 후보자가 교체되거나 재경선을 실시했다.

 

대법원이 2021년 ‘정당 활동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보장되는 것이고 과두적·권위주의적 지배경영을 배제해 민주적 내부 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법적 규제가 요구된다’는 취지의 판례를 남긴 이후 공천과 징계 등 정당 내부 갈등에 대한 사법 심사가 본격화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의사결정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최근 상황을 두고 “전형적인 정치의 사법화”라고 진단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정치가 정당 내부에서 풀어야 할 문제인데도 갈등을 법원으로 가져가고 있다”며 “정당의 일을 사법부에 호소하는 것은 정치적이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치의 사법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과거에는 정당 간 양극화가 심할수록 당 내부의 응집력이 강해지는 모습이 있었다”며 “지금은 당내 계파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채 법원으로 가져간다는 점에서 또 다른 형태의 정치의 사법화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에는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배제된 후보들이 ‘무조건 가처분을 신청하고 보자’는 경향이 심화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법원 판단은 절차상 하자가 명백할 때(에 한해서만) 그걸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엔 결국 정당 스스로가 ‘당내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적 역량을 잃어버린 탓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은 “과거보다 정당정치가 미흡해지고 약화되면서 법원을 의존하는 빈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며 “당내 리더십과 민주주의,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정치의 사법화를 만든 것도 정치권”이라며 “자율적인 정당정치가 보장돼 있음에도 정당정치를 스스로 무너뜨린 만큼 자기비판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도 “정당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에 의존하는 것은 정당 내부가 곪아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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