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안주 한계…다자 협력 틀 필요
호주·日 등 가치 공유국과 공조 강화를
이재명 대통령과 국빈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 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불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 경시 와중에 중동 사태가 발생하는 등 국제 질서의 중대 변곡점에서 한국이 보다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전개하는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한·불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은 2004년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 수립 이래 22년 만이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원자력발전소 원료공급 양해각서(MOU),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의향서, 인공지능(AI)·반도체·양자(量子) 분야 협력의향서, 해상풍력 분야 협력 MOU 등 11건의 문서를 새로 체결했다. 특히 중동 전쟁이 야기한 경제·에너지 위기에 공동대응하고, 호르무즈해협 내 안전한 해상수송로 확보를 위한 협력 의지도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중동 사태와 관련 “마크롱 대통령과 정책 경험과 전략을 공유하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해소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핵심국인 프랑스와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
현재 급변하는 국제정세는 우리의 외교안보가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이나 한·미동맹 체제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자유무역의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유지국(有志国: like-minded countries)과의 외교안보적 프레임 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나 주요 20개국(G20), 믹타(MIKTA: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튀르키예·호주의 국가협력체)와 같은 다자 협력 국제 프레임에 참가하고 있다. 문제는 에이펙이나 G20은 경제·개발 문제에 집중된 측면이 있고 믹타는 구성국의 지향점이 다양해 외교안보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공동의 의지를 발신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세계 40여 개국이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해협 개방 방안을 모색하는 화상 외교장관 회의에 한국이 보조를 맞춰 참여키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와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을 거론하며 불만을 표출하는 가운데 비록 미국은 불참해도 관련국들이 모여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한 외교적, 경제적 압력의 동원을 논의하는 것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캐나다의 ‘호르무즈해협 관련 정상 공동성명’ 발표 당시엔 한국은 뒤늦게 참여했다. 한국 단독의 외교력 발휘가 어려운 이슈에 대해서는 관련국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장(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세계를 주도하는 G7(주요 7개국) 멤버이면서도 미국의 조 바이든 정권 시절 쿼드(미국·호주·인도·일본의 안보협의체)와 같은 다자 프레임에 적극 참여할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호주 등 개별 유지국과의 외교안보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인도태평양지역에서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호주, 캐나다, 일본, 필리핀, 태국 등과의 협력 강화와 함께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유지국과 공조를 확대하는 다변적이고 중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유럽의 정치·경제·군사대국이자 원자력·방산 강국인 프랑스와의 이번 정상회담이 한국의 외교안보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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