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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전쟁에 글로벌 질서 혼돈
韓, 고유가 등 경제 최대 피해자
혼란 틈탄 北 도발 위험성도 커져
국가 차원 ‘경제·안보 해법’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앞으로 2∼3주간 이란을 매우 강하게 공격해 초토화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미군 병력을 집결시켜 제한된 지상전 군사 옵션까지 고려하면서도 최종 협상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메시지이며 장기화 수렁은 피하려는 출구전략이다. ‘군사적 압박을 통한 강제적 평화’와 ‘경제적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트럼프식 승부수로 중동발 국제 체제 재편을 알리는 시작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이런 식의 전쟁 정리 후유증과 여파는 만만치 않을 것이 자명하다. 만일 이란을 궤멸 수준으로 파괴하고 미국이 떠나면 중동은 전례 없는 권력 진공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는 트럼프식 비즈니스적 판단이며, 동맹의 가치나 지역적 안정보다 ‘미국의 독점적 이익’이 우선인 트럼프식 ‘고립주의’의 귀환이기도 하다. ‘중동의 안정’보다는 ‘관리된 혼돈’을 선택한 것이며 향후 글로벌 질서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

우선 가장 근본적 문제는 국제질서 자체의 붕괴 비용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에너지, 물류 및 공급망 대란이 벌어지면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까지 엄습하는 등 글로벌 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걸프국들은 이란의 공격도 비난하지만, 미국의 전쟁 목표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또 이번 전쟁에서 보인 미국의 태도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억지력 약화를 상기시켰다. 대만 해협의 긴장 고조나 북한의 도발 확대 위험성으로 이어지면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환경을 크게 위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에서 파생된 지정학적 파장도 만만치 않다. 이란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통해 친미 성향 정부가 들어서지 못하면 중동 정국은 안정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란이 구축해 온 ‘저항의 축’, 즉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이라크 민병대나 예멘 남부의 후티 반군이 미국이 빠져나간 공백을 틈타 지하화되고 극단적인 테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특히 중동에서의 미국 부재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나 걸프국들의 군비 경쟁을 촉발할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또 호르무즈해협의 안전은 이제 수혜자가 책임지라는 미국 요구에 따라 동맹국들의 다양한 비용 부담 증가도 우려된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부정적 파장의 지속 가능성이 심각히 우려된다. 이미 파괴된 에너지 관련 시설 복구에 적어도 1∼2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배럴당 60달러 수준의 유가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향후 일정 기간 고유가 유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제 에너지 시장은 이란 석유 수출 재개와 환율 등 국제 금융 질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소식만으로도 공포에 빠져 등락을 반복하는 유가 변동성 지속은 물론 ‘에너지 무기화’ 추세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물가 안정의 문제를 넘어 중동 재건이라는 거대한 ‘포스트-워(Post-war)’ 시장의 주도권 싸움과도 연결된다.

우리나라 역시 수천㎞ 떨어진 중동 사태의 직접영향을 현실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에너지의 94%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원유 수급 비상과 함께 소비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대통령은 ‘긴급재정명령권’ 발동도 검토 중이다. 이미 제조업 산업현장은 원가 상승과 해운 비용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환율도 불안하다. ‘산업의 쌀’인 나프타 부족으로 공산품 제조가 차질을 빚고 있는데 액화천연가스(LNG)의 주 수입원인 카타르가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하는 등 전쟁 여파가 민생으로 본격 전이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제하려는 친이란 후티 반군까지 참전해 복합 충돌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점에서 한국은 복합위기를 맞았다. 에너지 자급률이 낮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상 이 전쟁의 최대 경제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적으로도 북한이 국제적 혼란을 틈타 한국을 ‘가장 나쁜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등 도발의 법적 명분을 축적한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 전쟁은 어떻게 끝나든 국제질서의 균열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 생존 차원의 전략적 대비가 시급하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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