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119 아이행복 돌봄터
긴급 돌봄 사각지대 해소 앞장
고령 인구 비율 높은 지역 특성
이송 때 맞춤형 구급 서비스도
산불 초기 진화 신속대응팀 창설
인력·장비 패키지화로 불길 차단
경북소방본부가 화재 진압과 긴급 구조라는 전통적 역할을 넘어 지역 맞춤형 ‘생활 밀착형 복지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시행한 ‘119 아이행복돌봄터’는 소방서의 24시간 운영 특성을 보육과 결합해 저출생 위기 속 긴급 돌봄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꺼지지 않는 소방서의 불빛이 이제는 아이들의 안전한 보금자리가 된 것이다.
현장의 혁신은 재난 대응에서도 빛을 발한다. ‘경북형 119 산불신속대응팀’은 정예 인력과 고성능 장비를 패키지화한 시스템을 통해 대형 산불 확산을 초기에 차단하는 타격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기에 초고령 사회에 발맞춘 ‘고령층 맞춤형 구급 서비스’는 단순한 이송을 넘어 의료와 복지를 잇는 가교가 되고 있다.
◆소방서 24시간 불빛… 아이의 안전 보금자리로
경북소방본부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119 아이행복돌봄터는 새로운 보육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소방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저출생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긴급 돌봄을 제공해 학부모들로부터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소방서의 24시간 운영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갑작스러운 야근과 장거리 출장, 질병 등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보육 시설이 운영 시간의 한계로 긴급 상황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던 점과는 달리 119 아이행복돌봄터는 365일 24시간 연중무휴다. 긴급 돌봄이 필요한 만 3개월∼12세 아동을 대상으로 이용비는 전액 무료다. 세 살배기 딸아이를 키우는 예천군 주민 김모(40)씨는 “밤늦게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막막했는데 이제는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다”며 “맞벌이 부부에게 소방서의 꺼지지 않는 불빛은 든든한 보육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19 아이행복돌봄터의 가장 큰 강점은 믿을 수 있는 돌보미와 장소의 전문성이다. 보육 관련 전문 교육을 이수한 여성의용소방대원들이 돌보미로 활동한다. 이들은 지역 사회를 잘 아는 이웃이자 숙련된 안전 전문가로서 아이들을 돌본다. 여기에 단순히 아이를 맡아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방서라는 환경을 활용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심폐소생술과 소방안전 체험 교육도 제공한다.
◆“이송 넘어 복지로”… 어르신 맞춤형 구급 지원
전국에서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 중 하나인 경북에서 소방의 역할은 진화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구급 이송 환자 중 60대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64%이다.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해 경북소방본부는 단순히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셔틀 역할을 넘어 의료와 복지를 연계한 고령층 맞춤형 구급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른바 경북형 이웃사촌 복지의 일환으로 소외된 어르신이 응급 상황 이후에도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이다.
응급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병원으로 어떻게 빠르게 가냐’이다. 경북소방본부는 구급상황관리 컨트롤타워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먼저 환자의 상태를 시간으로 분석해 수용 가능한 최적의 의료기관을 정한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보호자나 목격자에게 영상통화 등을 통해 전문적인 응급처치 지도를 제공해 생존율을 높인다. 따라서 의료기관 거리가 먼 오지 마을 주민에게도 발 빠른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은 지역 사회 안전망의 연결고리로 어르신들이 어디에 살든 차별 없는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산불 초기에 잡는다”… ‘8인1조’ 전담 시스템
전국 최대 산림 면적을 보유한 경북에는 맞춤형 산불특화 조직이 있다. 바로 경북형 119 산불신속대응팀이다. 경북은 지형 특성상 한 번 불이 나면 대형 산불로 번질 위험이 매우 높다. 따라서 기존의 일반 안전센터 인력만으로는 광범위한 산불 현장에서 불길을 잡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따라왔다.
경북소방본부는 전국 최초로 산불 초기 진화에 최적화된 경북형 119 산불신속대응팀을 창설하며 산불 대응 패러다임을 바꿨다. 이들은 단순한 지원 조직이 아닌 산불 발생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타격대 역할을 수행한다.
이 팀의 가장 큰 차별점은 인력과 장비의 패키지화에 있다. 기존에는 인력 부족으로 화재 현장에서 각개전투가 벌어지곤 했으나 신속대응팀은 팀워크를 바탕으로 한 전담 체계를 구축했다. 산불 진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대원들을 중심으로 8인1조 전담팀을 구성한 것이다.
이들이 출동할 때는 단순히 소방차 한 대가 가는 것이 아니다. 고압 펌프차와 용수를 공급하는 급수차, 각종 진화 장비를 실은 장비운반차가 동시에 출동해 현장에서 즉각적인 화선 차단이 가능하다.
이들의 땀방울은 밤에도 마르지 않는다. 실제로 산불 현장에서 가장 위험하고 까다로운 시간은 헬기 투입이 불가능한 야간이다. 산불신속대응팀은 취약 시간을 기회로 바꾸기 위해 야간 진화 지휘 작전 매뉴얼을 자체 개발했다. 이는 다른 시·도 소방본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 ‘보육 공백’ 부모에 새 희망… 배화수 경북소방본부 팀장 “안전이라는 가치까지 제공”
“긴급 상황에서 119를 찾듯 아이를 맡기시면 됩니다.”
경북소방본부가 운영하는 119 아이행복돌봄터가 보육 공백에 지친 부모에게 새로운 희망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배화수(사진) 경북소방본부 예방안전과 생활안전교육팀장은 18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365일 24시간 잠들지 않는 소방서의 특성을 보육에 접목한 돌봄터는 단순한 돌봄을 넘어 안전이라는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부모들이 일반 시설보다 소방서 돌봄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신뢰 때문이다. 배 팀장은 “돌봄터의 가장 큰 매력은 119 브랜드가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소방서라는 장소적 안정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4시간 운영하는 소방서 내부에 돌봄터가 위치해 있어 아이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현장에 상주하는 구급대원의 즉각적인 처치가 가능하다는 점이 부모들에게는 안심 요인이 된다는 게 배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보호자가 구급차로 이송되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생후 3개월 된 아기를 맡길 곳이 없거나 신생아의 건강 문제로 응급실을 찾아야 할 때 첫째 아이를 맡기는 등 긴급한 사례가 많다”며 “진료를 무사히 마친 부모에게 듣는 감사 인사가 돌보미들에게 큰 보람이 된다”고 했다.
소방서는 아이들에게 안전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한다. 정식 교육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소방차와 구급차를 수시로 접하며 안전의 중요성을 체득한다. 배 팀장은 “출동 사이렌이 울릴 때면 돌보미들이 미리 안내해 아이들을 안심시킨다”며 “출동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니 놀랄 필요 없다는 설명을 통해 아이들은 소방관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세심한 운영 덕에 지난해 돌봄터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이용자의 96%가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돌봄터를 365일 24시간 무료 운영함에 따라 현실적인 고민도 따른다. 일반 보육 시설처럼 상근 근로자를 채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자격을 갖춘 의용소방대원을 돌보미로 지정해 운영하다 보니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따라서 경북소방본부는 정기적인 자격자 선발과 운영 체계 정비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며 시스템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배 팀장은 육아로 고군분투하는 부모에게 “생업과 육아를 병행하며 하루를 버텨내는 부모의 노력이 아이에게는 가장 든든한 인생의 울타리”라며 “돌봄터가 그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는 또 하나의 울타리가 될 수 있게 하겠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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