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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벽화가 말하는 화합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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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국립미술관에는 눈길을 끄는 벽화가 있다. 본래 카탈루냐 타울 지방의 성 클레멘트 성당에 있던 작품을, 보존을 위해 옮겨 놓은 것이다. 가장 중요한 그리스도는 다른 인물들보다 훨씬 크고 그림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그가 천상 세계로 이어지는 무지개 위에 앉아 있으며, 주위의 천사들과 복음전도자들이 성스러운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기독교 미술의 특징적 부분들이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묘사 방식이 독특하다. 그리스도의 작은 입, 코 가까이 그려 놓은 크게 부릅뜬 눈, 거의 평행하게 그어 내린 코의 선들이 조금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강렬한 원색과 길게 늘인 인체와 평면적인 인물 배치 방식도 색다르게 보이는데, 모든 것이 이슬람교 미술의 영향에 의한 것이다. 기독교 미술과 이슬람교 미술의 특징들이 융합된 모자라빅 양식이다.

‘전능한 그리스도’ 프레스코화(1123년쯤)

이런 작품을 스페인의 일부 지방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스페인이 8세기쯤부터 이슬람 세력의 식민지였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 이슬람 국가인 사라센제국이 정교일치를 내세우며 영토 확장에 나서 시리아와 이집트와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진출해서 서고트 왕국(지금의 스페인)을 점령했다. 1212년이 되어서야 스페인이 이슬람 세력에게서 벗어났고, 한동안 스페인에는 기독교 정신과 이슬람교 정신이 공존하는 시기가 이어졌다.

이 시기 교회는 전시대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 교회 의식과 교리를 통일시키려 했다. 교회 사상을 체계화해서 정신적 권위를 세우려 했으며, 그 수단으로 종교적 건축물과 미술작품에 종교적 메시지를 담은 복음서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속된 이슬람교 미술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고, 모자라빅이라는 특이한 형태의 미술이 탄생했다.

지금은 많은 관광객들이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서 카탈루냐 국립미술관을 찾는다. 그리고 아니러니하게도 탄생 배경과는 다르게 근원이 다른 두 종교의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읽어내기도 한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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