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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무섭지 않나, 이심전심”…이상일 용인시장의 ‘천조(千兆) 개벽’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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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1-10 14:05:23 수정 : 2026-01-10 14:05:22
용인=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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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하는 분들 굉장히 힘들 것…지역균형 발전에 오히려 毒”
“이전은 대한민국 망치는 일…李 대통령이 나서 매듭지어야”
건설 중인 수도권 반도체 산단 ‘이전론’…잇단 비판 목소리
용인 이동·남사읍에 235만평 삼성전자 반도체 국가산단
용인 원삼면에는 126만평 SK하이닉스 반도체 일반산단
“새만금, 전력·용수 충당 못 해…용인에서 초격차 키워야”

“우리나라는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이 굉장히 힘들 것 같다. 속마음은 있는데 그걸 말로 뱉을 수 없는 여러 사정이 있지 않겠는가. 권력이 무섭지 않나. 오늘도 SK하이닉스의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반도체 클러스터에 갔고 나흘 전에도 그곳에서 시 간부회의를 열었다. (기업 하는) 분들이야 이런 문제에 대해 직접 얘기는 안 한다. 불교용어로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말이 있다. 국민의 다수는 지금 벌어지는 일의 사단(事端)이 정말 말이 되느냐고 생각하지 않을까. 지역균형 발전으로 일부 포장됐지만 실제로 나쁜 영향을 미칠 거다.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이 망가지면 대한민국 재정에 큰 영향을 줄 거고, 그 재정을 통해 지역균형 발전을 하기 위한 수많은 프로젝트가 좌절되지 않겠는가. 지금 우리 석유화학산업이나 철강산업의 (무너진) 위상을 보면 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용인시 제공
 

9일 신년 간담회에서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습니다. 전날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논란에 대해 “기업 이전은 기업이 판단해야 할 몫”이라며 선을 긋는 듯한 태도를 보인 때문입니다. 이미 정부가 뿌린 논란의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는데 정작 단초를 제공한 정부는 쏙 빠지고 민간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듯 보였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뒤에서 압박·강압한다면 기업이 버티겠느냐고 했습니다. 

 

발단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주재한 ‘K-반도체 육성전략 보고회’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달라”고 발언했고, 전북지역 정치인과 지역의회, 시민단체 등이 나서 불씨를 키웠습니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었습니다. 김 장관은 “용인 반도체 산단의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9일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방문해 공사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용인시 제공

◆ “정부가 뒤에서 압박·겁박하면 기업 버틸 수 있나”

 

다소 장황하지만 오늘은 이 시장의 간담회 내용을 쟁점별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당사자인 이 시장의 주장에 기반을 둔 내용이니 반론이나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내용이기도 합니다. 반론 또한 다음 기회에 차분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날 이 시장은 “그 정도 발언으로는 호남 쪽에서 나오는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이전론이 불식되지 않을 것”이라며 “어제 청와대 브리핑 이후 여당 의원이 다시 전력 운운하며 대통령을 팔고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의 전북 새만금 이전을 주장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본심은 무엇이냐”, “산단을 지정한 정부의 책임은 어디 있느냐”, “국가의 책임을 망각한 발언”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아예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며 “대통령의 입에서 확실한 (이전 포기) 발언이 나와야 해결될 문제”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날 2시간 넘게 진행된 신년 간담회는 이렇듯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란으로 점철됐습니다. 평소 덕담과 신년 계획으로 채워지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9일 신년 간담회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이 시장은 “용인에는 1000조원에 육박하는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며 ‘천조(千兆) 개벽’이라는 신조어를 내놨습니다. 향후 늘어날 사업비를 고려해 SK하이닉스 600조원, 삼성전자 380조원으로 추산한 수치입니다. 이 같은 투자가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와 경제 지형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반도체 생태계가 이미 용인으로 집결하고 있는데, 시간이 ‘보조금’인 반도체 산단 조성 과정에서 지금 사업지를 옮기면 대한민국은 추락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2023년 3월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발표한 15곳의 국가산단 후보지 가운데 정부승인을 받은 곳은 용인이 유일하다고 말했습니다. 1년9개월 만에 승인을 받아 통상 4년6개월 걸리는 기간을 크게 단축했다는 겁니다. 최근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이 논의되는 전북 새만금 옆에도 당시 2곳의 국가산단이 지정됐습니다. 

 

이 중 수소 저장·활용 제조업을 유치하는 165만㎡의 전북 완주 수소특화 단지는 지난해 12월 예비타당성조사를 가까스로 통과했습니다. 푸드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207만㎡ 규모의 전북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 사업은 아직 예비타당성조사 착수를 추진 중입니다. 후보지 발표 이후 정부승인까지는 지난한 길이 남은 듯 보입니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용인시 제공
 

◆ “전북에 수소·식품 2곳 국가산단 지정…정부승인 빨리 받는 게 지역 발전”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은 2024년 12월 정부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시장은 말했습니다. “새만금 옆에 가까이 있는 전북 완주의 수소특화단지의 정부승인을 빨리해달라고 말하는 게 진정 지역 발전을 위한 목소리 아닐까? 전북지사도 내용을 다 안다. 2023년 3월 전북지사가 낸 논평도 있다. ‘우리 완주는 수소산업, 익산은 식품산업’이라고 했다. 전북지역 국회의원은 왜 흔들고 있나. 이게 뭐 하는 것인가.”

 

그러면서 이 시장은 “당시 발표 때는 왜 가만히 있다가 지금 와서 이러는 건가? (용인은) 정부승인이라도 일찍 안 받았으면 빼앗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용인시 반도체 고속도로 위치도. 용인시 제공

정부 발표대로 특화단지는 전력, 용수, 도로 등 각종 인프라를 정부가 지원하는 곳으로 나라의 미래를 정부가 책임지고 기반 시설을 지원해야 하는데 이를 망각했다고도 했습니다. 기업의 몫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 시장은 “이미 프로젝트가 상당히 진척된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과 여당 측 인사에 의해 불거진 이전론에 (용인)시민은 분노하고 있고 혼란도 가중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용인에선 2개의 반도체 산단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이동·남사읍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은 지난해 12월 조성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입주 기업인 삼성전자가 산업시설용지 분양계약을 맺었습니다. 용인시에 따르면 토지 보상이 시작돼 현재 보상률은 20%를 넘었습니다. 777만3656㎡ (약 235만평) 규모의 국가산단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공장(Fab·팹) 6기를 세웁니다.

 

원삼면의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는 일반산단입니다. 현재 팹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415만6135㎡(약 126만평)에는 SK하이닉스가 4기의 팹을 건설합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월 착공해 이미 1기 팹의 뼈대가 올라갔습니다. 되돌리기에는 무리입니다. 

 

이 시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등 이전은 반도체 산업을 망쳐서 국가 미래에 먹구름을 만드는 짓”이라며 “산업 생태계와 실상을 모르는 정치적 목적의 주장이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 해당 기업도 이전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이전 주장 중단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전력과 용수의 문제도 구체적으로 거론했습니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 90%가 용인·화성·평택을 포함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앵커기업과 소부장 기업이 가까운 곳에 있는 게 효율적이다. 이전은 1980년대 이후 수십 년간 수도권에 구축해 놓은 반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동·남사읍을 국가산단으로 지정한 건 생산라인과 전력, 용수 등 인프라와 소부장 생태계를 고려한 결과다.”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18일 반도체 클러스터 2단계 사업의 새만금 유치를 촉구하고 있다. 안호영 의원실 제공

◆ “단순 논리로 선동하는 건 무책임…소모적 정치 논란은 나쁜 영향”

 

이 시장은 전력의 경우 지난해 2월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반영해 모두 수립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반도체는 전력과 용수를 다량으로 사용한다. 호남은 용수 능력이 크게 부족하다. 태양광 전력은 용량과 불확실성 등 품질 문제로 반도체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량은 15GW인데 이를 태양광으로 충당하려면 새만금의 2.9배에 달하는 면적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새만금 면적 291㎢와 태양광 설비 이용률 15.4%를 고려한 계산입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선 벌써 새만금 지역에 소형 원자로 설비를 지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언주 의원(가운데) 등 민주당 용인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주장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언주 의원실 제공

이 시장은 인력도 언급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인재이고 정주환경은 직장을 선택하는 우선순위”라며 “교육 등 정주 인프라를 잘 갖춰 인재 안착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용인에서 클러스터를 옮긴다면 심각한 인력 미스매치가 발생해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새만금 일대의 지반이 반도체 공장 건설에 적합한지도 거론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이런 것들을 다 따져보지도 않고 단순 논리로 선동하는 건 정말 무책임하고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다. 소모적인 정치적 논란이 계속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나라 전체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특정 정치인이 정치적 의도와 목적을 갖고 계속 이야기하는 걸 같은 집권 세력(정부·여당)에서 그냥 내버려 두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판단은 정부와 정치권, 기업, 국민의 몫입니다. 그런데 선택은 위정자(爲政者)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치 논리’에 앞서 ‘경제 논리’를 두고 충분한 토론이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어떤 선택이든 미래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을 고려한 신중한 결정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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