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소송으로 재판 지연 불 보듯
지지층 눈치 보며 사법체계 훼손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죄 사건 등을 전담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강행 처리했다. ‘특별재판부’ 설치는 5·16 군사 쿠데타 직후 설치된 ‘혁명 재판소’ 이후 64년 만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때도 설치되지 않았을 정도로 이는 상궤를 벗어난 조치다. 처음 발의했던 법안의 위헌 조항을 뜯어고치느라 법안은 누더기가 됐고, 최종안도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이 나라에는 민주당 지지층과는 달리 비상계엄이 내란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국민도 존재한다. 내란 재판은 계엄이 초래한 혼란을 매듭짓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절차적 흠결이 있는 재판은 분열을 조장할 뿐이다.
선진 민주국가에서 특별재판부 구성은 헌법에서도 허용하지 않는데 민주당은 이를 법률로 밀어붙였다. 이 법안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판사회의가 전담재판부 구성 기준을 마련한 뒤 해당 법원의 사무분담위원회가 판사 배치안을 정하고, 이를 판사회의가 의결하는 절차 등을 밟도록 했다. 영장전담판사도 내란전담재판부 구성과 동일한 절차를 통해 보임된다. 이는 현재 사법시스템의 대원칙인 ‘무작위 배당’과 정면 배치된다. 무작위 배당은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민주당의 위헌 법안에 맞서 대법원이 내놓은 예규가 사건을 무작위 배당한 뒤 내란·외환 사건이 배당된 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지정하도록 규정한 이유다.
민주당은 그동안 윤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가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이 법안은 피고인들의 위헌 소송 제기로 재판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소에서 내란전담재판부설치법이 위헌 법률로 결론 나면 재판 자체가 무효가 된다. 여권이 원하는 그림은 아닐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위헌법률심판제청 청구를 벼르고 있다. 그러니 여당 내에서도 내란재판부 설치가 무슨 실익이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최종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법원장이 내란전담재판부 법관을 임명한다는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다가 결국은 삭제했다. 민주당 대변인은 “지금까지 나왔던 안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관여를 철저하게 배제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많은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지층의 반발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지지층이 원한다는 이유로 사법체계를 훼손하고 위헌 논란 법안을 밀어붙인 셈이다. 특별재판부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다. 득보다 실이 큰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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