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열흘째 1450원대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외환당국의 개입성 발언으로 환율 상단이 억제되는 모습이지만 미국 금리동결 전망, 엔화 약세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상·하방 압력이 대치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40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57.0원) 보다 2.55원 상승한 1459.55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6.0원 내린 1451.0원에 출발했지만, 상승세로 돌아서며 장중 한때 1460.3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환율이 1450원대를 웃도는 것은 지난 7일(1456.9원) 이후 열흘째다.
환율은 지난 14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이탈하며 장중 한때 1474.9원까지 치솟았으나,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 20원 가까이 급락하며 진정세를 보였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국민연금 및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하고,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개입성 발언을 내놨다.
국민연금은 환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보유한 해외 자산의 일부를 매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환 헤지(위험회피)를 실시할 수 있다. 해외투자 ‘큰손’인 국민연금의 달러 실수요가 줄어들면 상당한 환율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만 대외적으로는 환율 하락이 녹록지 않은 환경이다. 전날 달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을 소화하며 강보합세를 보였다. 제프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와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거론하며 12월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시장의 12월 금리동결 가능성은 일주일 전 33%대에서 이날 54%대로 올라왔다.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 종료도 미국 경제에 호재로 인식됐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DXY)는 전날보다 소폭 오른 99.4 수준에서 등락 중이다.
이 외에도 ‘서학 개미’의 꾸준한 달러 수요,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 대미 투자 관련 경계심이 달러 가치를 지지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의 확장재정 기조로 엔화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동조화 경향이 짙은 원화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1480원 부근으로 추정되는 국민연금 ‘전략적 환 헤지’ 레벨에 근접한 것은 달러 롱(매수) 심리를 완화할 것”이라면서도 “전주의 주식 순매도 물량이 금주 달러로 대거 환전될 경우 환율 상방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소위 ‘서학 개미’가 국민연금과 맞먹을 정도로 덩치가 커지며 외환시장의 수급을 좌지우지하고, 최근에는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유입을 넘어서며 수급상 달러 강세 우위를 고착화하는 모습”이라며 “어쩌면 1400원대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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