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만으로는 인구 감소 못 막아
대체이민, 상호보완적으로 수용
지속 가능 경로로 정책 설계해야
한국은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고착되면서 급격한 인구절벽을 향해 가고 있다. 인구 5000만명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과 경제적 잠재력이 결집되는 상징적 기준점이다. 실제로 주요 7개국(G7) 국가 대부분은 5000만명 이상 인구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 이상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비록 경제력이 현재 낮더라도 일정 규모의 인구는 미래 성장 잠재력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유엔의 장기 인구 전망은 한국이 이 흐름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경고한다. 2025년 기준 31개국이 속한 ‘5000만명 인구 강국 클럽’은 2100년 45개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한국은 2041년 이 클럽에서 탈퇴한 뒤 2100년엔 인구가 2185만명으로 줄어들며 세계 순위도 29위에서 72위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숫자의 감소가 아니라 국가의 기반 자체가 약화됨을 의미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병력 자원이 줄고, 노동력과 소비 기반이 축소되며 경제성장의 잠재력도 흔들린다. 노후 부양 부담은 급증하고 연금·복지 체계는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는다.
그렇다면 인구 감소는 되돌릴 수 없는가? 지금까지 논의된 해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출산율 회복, 즉 ‘대체출산’이다. 둘째는 인구를 외부에서 보충하는 ‘대체이민’, 셋째는 기술을 통해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공백을 메우는 방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출산율만으로 인구 기반을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2024년 0.75명으로, 인구 유지 수준인 2.1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앞으로 출산율이 다소 반등하더라도 대체출산율과의 격차가 워낙 커 단기간에 인구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술이 대안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한계가 분명하다. 산업혁명 이후의 경험은 기술의 진보가 대량생산·대중소비·대중교육 등 사회 변화를 가져와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해왔음을 보여준다. 인공지능(AI) 역시 일자리 감소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달리 AI 혁명(AI Revolution)을 일으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기술은 인구 문제를 완화할 수는 있어도 대체할 수는 없다.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인 이상, 일정 규모의 인구 기반 없이는 기술혁신도 지속될 수 없다.
결국 남는 해법은 또 다른 인구학적 접근, 바로 ‘이민’이다. 이민을 통해 인구를 보완한다는 개념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옥스퍼드대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이민 없이는 유럽의 인구 유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경고했으며, 유엔은 2000년 ‘Replacement Migration’ 보고서에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및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민을 통한 인구 ‘대체(replacement)’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체출산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대체이민을 전략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과거 독일의 ‘게스트워커(Gastarbeiter)’처럼 단기 노동력 충원 방식에 머문다면 지속 가능한 인구 기반을 확보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정주 기반의 통합적 이민정책이다. 즉, 일정 자격을 충족하면 장기 체류와 정주권을 부여하여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연이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이민자를 차별 없이 포용하는 것이 사회통합의 출발점이다. 이들을 시민사회 일원으로 인정한다면, 노동력 확보와 지역소멸 완화, 세수 및 연금 기반 확충, 문화적 다양성 확대, 국제 경쟁력 확보 등 다층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제는 이민을 단기적 인력정책이 아닌, 인구구조 회복의 지속 가능한 경로로 설계해야 한다. 결국, 출산정책과 이민정책은 ‘양자택일’의 대안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전략이다. 출산과 노동, 거주와 가족 형성의 자유가 함께 보장될 때 인구절벽을 넘어서는 길이 열릴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두려움이 아닌 전략으로 인구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할 시점이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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