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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통보제 시행에도… 온라인서 ‘아이 사고팔기’ 여전

입력 : 2025-11-02 19:00:00 수정 : 2025-11-02 18:48:13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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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끼고 불법으로 위탁·입양
건당 100만∼1000만원 금전 오가

온라인 통한 거래 적발 어려워
처벌도 솜방망이… 대부분 집유
“입양기준 재마련 등 대책 필요”
“가격 부담 없이 좋은 방법 제시해드려요. 상담만 받아보세요.”

지난달 한 포털 사이트 ‘개인 입양’ 문의에 A씨가 단 댓글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고, 집도 있고 대출 비율도 낮은데 신규 입양이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는 게시글 작성자는 입양처를 통하지 않은 방법을 알고 싶다고 했다. A씨는 하루 만에 ‘상담’을 권유하며 익명 대화가 가능한 링크를 보냈다. 2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신생아를 입양 보내고 싶다’거나 ‘입양하고 싶다’는 글에 총 59번 댓글을 남겼다.

지난해 7월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가 함께 시행되며 국가가 출생 미등록 아동에 대한 보호에 나섰지만 온라인상에는 공식 경로가 아닌 불법 입양 문의가 횡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월에는 “5개월 된 신생아 미혼모인데 개인 위탁이 불법인지, 한 달에 얼마인지” 묻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입양을 원하는 이들은 난임이나 유산 등을 겪고 아이를 입양할 방법을 찾고 있는데 잘 안 된다는 식이다.

 

아동을 사고파는 일이 음지에서 성행하는 것으로 추측되지만, 적발이 어려울뿐더러 처벌 수위도 낮다.

사법정보공개포털을 통해 최근 10년간 선고된 아동매매 혐의 판결문 15건을 분석한 결과 브로커 1명에게 징역 1년2개월이 선고된 것 외에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아동을 판매한 친부모에게 형이 더 무겁게 선고됐다. 피해 아동의 친부모에겐 평균 10.3개월이, 아동을 산 이들에게는 평균 8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양형 이유에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아동을 매매하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건은 생모가 기소된 사건 8건 중 6건에 달했다. 아동은 100만∼1000만원의 대가를 받고 넘겨졌는데, 평균 497.3만원에 거래됐다. 거래는 모두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 이뤄졌다.

10여건의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사적 입양’ 행위가 아동의 권리를 침해한다면서도 실질적으로 아동이 보호받았다고 봤다.

일례로 2016년 10월 전북 군산에서 산후조리비용 등으로 200만원을 건네고 신생아를 넘겨받은 친모와 양부모에게 인천지방법원 형사1단독 김태업 판사는 지난해 6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친모가 아이를 사실상 입양시킬 의사로 양부모에게 인도했고, 송금받은 100만원도 매매의 대가로 볼 수 없다”며 “양부모들이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하다가 불법적이기는 하나 친생자로 신고한 다음 현재까지 친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를 키워오고 있는 점, 취학 후 학교에도 아이가 잘 다니고 있는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주고받은 200만원에 대해선 “아이를 키울 기회를 준 친모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출산과 관련해 발생한 병원비 등을 보태려는 도의적 조처”라고 판단했다.

서울 시내의 구청에 놓인 출생신고서. 뉴스1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는 “생부모가 아니라 아이를 사려는 사람들이나 브로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죄가 더 중하다고 봐선 안 된다”며 “오히려 친부모들이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식적으로 입양을 보낼 경로를 홍보하고, 온라인상에서 불법적인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법원에서는 아동을 돈 주고 샀더라도 실질적인 양육자의 역할을 수행한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며 “음지에서 입양할 방법을 찾는 사람들과, 이를 이어주는 브로커가 사라지려면 입양 기준을 완화해 입양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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