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숨겨진 비밀 금고/ 류현우/ 동아일보사/ 2만3000원
2021년 1월 “‘김정은 금고지기’ 사위 2019년 한국 망명”이라는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쓴 책이다. 1972년 평양에서 태어난 저자는 북한 노동당 39호실장 전일춘 외동딸과 결혼해 17년간 처가에서 생활했다. ‘김씨 일가의 금고지기’로 불린 장인의 곁에서 권력 핵심부를 직접 목격한 그는, 김정은의 비자금이 어디서 생겨나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추적한다.
 
 핵심은 국무위원회 36국(구 본부서기실 36과)이다. 36국은 국가 공식 예산의 통제선 밖에서 작동하며, 김씨 일가의 사적 비자금을 총괄한다. 흔히 알려진 노동당 39호실이 ‘당 자금(공적 비자금)’을 다룬다면, 36국은 ‘혁명 자금(사적 비자금)’을 관리한다. 저자는 이를 ‘조달·집행·보위’의 삼중 구조로 설명한다. 본부서기실은 본래 일정·의전·문서 정리 등 일상 업무를 맡지만, 36과를 축으로 비자금 관리와 해외 물자 조달까지 담당하며 김씨 일가의 통치 기반을 뒷받침한다.
 
            이른바 ‘검은 회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과도 직결된다. “핵과 미사일에 쓰이는 돈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하지 않다. 다층적인 비공식 경제, 은닉 거래, 대외 네트워크, 조직 간 ‘교차 회계’를 통해 재원이 우회 이동하는 구조가 드러난다.
 
 책은 장성택 처형의 전후 맥락을 복원하며, 공포정치가 ‘돈의 통로’와 어떻게 맞물려 작동했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장성택 사건 이후 당 행정부는 ‘종파의 본산’으로 몰려 해산됐고, 전당·전사회적으로 반종파투쟁과 ‘비판서 쓰기’ 캠페인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처형·좌천·수용소 이송이 잇따랐으며, 피해 규모는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권력의 무자비함을 보여주는 일화들도 이어진다. 장성택 측근으로 지목된 기관 책임자들이 줄줄이 처형됐고, 수사 직후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운전기사, 고층에서 몸을 던진 서기비서의 비극적 결말이 전해진다. 저자는 이러한 연쇄적 체포와 처형, 자살의 기록을 통해 ‘충성과 침묵’을 강요하는 체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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