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 사이먼 제임스 코플런드/ 송은혜 옮김/ 바다출판사/ 1만9800원
여성 대상 폭력과 살인, 온라인 집단 괴롭힘, 여성과 외국인 혐오, 불특정 다수를 향한 테러까지.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젊은 남성의 분노 표출은 비단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는 사안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남성을 열등감에 빠진 낙오자, 미성숙한 반편이 취급을 한다. 이들이 잃어버린 남성 권력을 되찾아 강한 남성이 여성을 지배해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에 빠져 남성성의 유해한 측면을 행동으로 옮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학자로서 남성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연구한 저자는 이런 인식이 틀렸다고 말한다. 젊은 남성이 느끼는 분노와 억울함에는 더 깊은 구조적 원인이 있다.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 노력과 자기 계발을 강조하며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신자유주의적 질서 앞에서 여전히 연애와 결혼을 위해 전통적 남성성을 강요당하는 젊은 남성은 길을 잃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영화 ‘조커’를 언급한다. 영화는 극심한 빈곤, 복지의 부재, 부모에게서 버려짐, 직장에서의 홀대, 사랑하는 이의 부재 등 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모든 불행을 다 가진 남성 ‘아서 플렉’이 코믹스 희대의 빌런인 ‘조커’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제76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과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개봉 당시 남성 폭력을 미화한다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인셀(비자발적 독신주의자)들은 조커가 된 아서 플렉은 소외된 남성의 대변자로, 폭력과 사회 혼란, 소요를 이용해 남성성을 부정하고 무너뜨리고 있는 우리 사회에 저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영화에 공감과 지지를 적극적으로 보냈다.
 
 저자는 젊은 남성들이 왜 분노하는지에 대해 다각도로 탐구한다.
 
 그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와 문화는 남성성과 남자다움에 대한 전통적 이상을 해체해 버렸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체제의 변화는 남성이 그동안 갖고 있던 삶의 목표와 방향을 뿌리부터 뒤흔들었다. 삶의 목적은 이제 돈이다.
 
 노력으로 성취할 수 없는 이러한 버거운 요구는 수많은 남성에게 좌절과 환멸을 불러왔다. 불안한 남성들은 남성다움의 의미를 상실했다고 믿으며 그 사실에 대해 극도의 분노와 원한을 느끼고, 페미니즘과 여성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대안 서사’라는 방법을 제시한다. 반박 대신에 남성에게 그들의 문제가 발생한 실제 원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해결하자고 이끄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남성의 분노와 불만은 단지 젠더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남성이 남성성을 인식하는 방식을 스스로 바꿀 수 있도록 국가는 안정적인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제도적, 정책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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