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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대통령에 ‘중도’ 파스… 20년 좌파집권 끝냈다

입력 : 2025-10-20 22:00:00 수정 : 2025-10-20 21:42:33
임성균 기자 ims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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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핑크 타이드’ 흐름 주춤

온건 우파 정책 내세워 키로가 제쳐
유권자, 진보정부 방만·부패에 철퇴
러·中서 美로 외교추 무게 이동 전망
epa12466344 Centrist Senator Rodrigo Paz Pereira greets supporters in La Paz, Bolivia, 19 October 2025. Paz expressed his gratitude for the support he received in winning Bolivia's unprecedented presidential runoff election and promised to 'reopen' the country to the world and work with all sectors that want to join in 'moving forward' from the crisis his nation is facing. EPA/GABRIEL MARQUEZ/2025-10-20 13:38:30/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남미 대륙 브라질 남쪽에 위치한 나라 볼리비아에서 중도 성향의 로드리고 파스(58·사진) 기독민주당 후보가 우파 호르헤 키로가 전 대통령을 누르고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했다. 이로써 볼리비아에서 20년간 이어진 사회주의운동당(MAS) 정부 집권이 막을 내렸다.

 

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는 19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에서 97%가 개표된 가운데 유효 투표 중 파스 후보가 52.2%를, 키로가 후보가 47.8%를 각각 득표했다고 밝혔다. 1130만명에 달하는 볼리비아 유권자들은 이번 투표에서 중도 및 중도 우파로 평가받는 파스 후보를 선택했다. 우익 성향이 비교적 선명한 키로가 후보가 펼치는 급진적인 전환은 경계한 것으로 분석된다.

 

키로가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고 “파스에 전화해 축하인사를 전했다”면서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 나라가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대통령 선거가) 사기극이라고 불평하는 지지자들을 다독였다. 파스 대통령 당선인은 1989∼1993년에 재임했던 하이메 파스 사모라 볼리비아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좌파 정당에서 정치 경력을 시작했지만, 기업 친화적인 실용주의자로 변했다. 타리하 주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 입문했다.

 

유권자들이 20년간 집권한 진보 정권에 대한 지지를 거둔 배경에는 무제한적인 지출과 누적된 부패에 따른 경제난이 지목된다. MAS의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006∼2019년 재임 기간 천연가스 산업을 국유화하고 수출을 확대하며 국가 경제를 성장시켰다. 그러나 에너지 수출로 올린 수익은 대부분 복지와 국가 기반시설 확충에 쓰이는 데 그쳤다. 결국 장기 경제 전략이 부재한 채로 천연가스 매장량이 감소하고 가격도 하락하자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는 등 경제 위기를 맞았다. 2020년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 취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 아르세 대통령과 모랄레스 전 대통령 간 분열까지 이어지며 지난 8월 치러진 1차 대선 투표에서는 3%대 득표율에 그쳤다.

 

파스 당선인은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연료 보조금 폐지, 통화 평가절하, 공공 투자 축소 등을 공약했다. 감세와 재정 건전성을 추구하면서 사회 지출을 지속하는 방식의 경제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에 있어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TV토론 등에서 러시아·중국과 가까운 성향을 보였던 파스 당선인은 이날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겠다”며 “20년간 경제와 지정학에서 우리를 배제했던 과거를 뒤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경우 아르헨티나·칠레와 함께 이른바 ‘리튬 삼각지대’라고 불리는 볼리비아에 지속해서 투자하며 광물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터라,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볼리비아 새 정부의 ‘노선 변경’ 가능성이 주목된다.

 

볼리비아에도 우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남미의 좌파 정부 연쇄 출범(핑크 타이드)은 주춤해졌다. 오히려 최근 수년 새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파라과이 등에서 우파 성향 정치인이 잇따라 집권하고 있다. 다음 달 대선을 치르는 칠레에서도 우파 성향 후보들이 정권 교체를 꾀하고 있다.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인은 다음달 8일 취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2030년 11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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