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현대무용의 패러다임을 바꾼 무용가 피나 바우슈(1940∼2009). 춤의 기교를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욕망과 불안, 사랑과 폭력, 사회적 규율과 억압을 무대 위에서 날카로우면서도 시 같은 몸짓으로 드러낸 무용가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카네이션(사진)’이 2000년 LG아트센터 개관작으로 초연된 지 25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을 만난다. 분홍빛 카네이션 수천 송이로 채워진 무대에서 무용수들은 카네이션을 밟으며 행진하거나 쓰러지고, 군인 복장을 한 인물이 등장해 권위와 통제를 상징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아름다움과 폭력이 공존하는 인간 사회의 아이러니가 꽃밭에서 펼쳐지며 객석을 압도한다. ‘카네이션’ 창작의 영감은 1980년 남아메리카 투어 중 바우슈가 칠레 안데스 산맥에서 마주한 양치기 개가 뛰노는 카네이션 들판에서 비롯되었다.
카네이션 9000송이로 채워질 이번 무대에는 1980년대부터 활동해온 기존 무용수들과 2019년 이후 합류한 젊은 세대가 함께 무대에 함께 오른다. 네 명은 25년 전 ‘카네이션’의 한국 초연 무대에도 올랐던 주역들이다. LG아트센터 서울에서 11월 6일부터 9일. 세종예술의전당에서 11월 14일부터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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